다산 선생의 저작이 다양하고 폭이 넓었던 만큼 이 일부를 배워보자는 이 책의취지를 따라가다보니 매우 두껍고 내용도 많은 책이 되어버렸다.덩달아 지식 경영 한 수 배워보겠다는 나의 독서도 꽤 많은 노력이 소요되었다.읽다보면 한국이라는 나라의 속성은 꽤 오래 계속 간다는 느낌이 가장 먼저 들었다.그래서 그 중 인상 깊었던 것 몇가지만 정리해보았다.1. 실용적인 것에 관심이 적고 이론 논쟁이 많다누가 일본에 출장 다녀와서 문화가 천하다고 비판하며 글씨 한두 장 얻어가려던 일본인들의 무지를 비판한다. 이를 보고 다산 선생 말씀하시기를 왜 그 나라가 치중한 과학기술에서 한 수 배워오지는 못하는가. 조선의 은제련 기술이 고스란히 넘어가 일본에서 은광개발해가지고 서양식 조총 사오는데 투입되었다. 그 결과는 임진왜란에 조선군이 만나게되는 바로 그 철포다.요즘에도 똑 같이 일본만 나오면 게 거품 물고 무시하려는 인간들이 있다. 특히 정치판에 노모씨라고 있는데 꼭 이 이야기 들려주고 싶다.조금 생각을 바꾸면 남을 만날 때도 항상 장점을 먼저 배우도록 노력하자. 고이즈미의 신사참배가 맘에 안든다고 해도 그가 벌여 놓은 정치개혁의 솜씨는 분명 한국 보다 훨씬 낫다.2. 끼리끼리 붕당을 만들기를 좋아한다신념이 삽시간에 종교화되어 버린다. 조선왕조의 후반 대부분을 장식하는 파당의 핵심은 동당벌이라고 이 책에 나온다. 그런데 지난 2006년을 대표하는 사자성어가 바로 동당벌이 아니였나?자기편의 큰 허물에는 눈 감고 상대방의 작은 허물에는 악착같이 게거품 무는 모습이 바로 그 꼴인데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3. 공무원의 자질은 핵심 찾기, 다산이 만든 경영자정보 시스템얼마전 변호사 중에서 공무원 뽑는 시험이 있었는데 문제가 산더미 같은 보고서 안겨주고 짧은 시간안에 핵심을 찾기였다고 한다. 박정희 때도 관료들의 솜씨가 briefing에서 발휘되었다고 하는 걸 회고록 등에서 많이 읽게 되었다.다산에 대한 이야기 중에 딱 똑 같은 대목이 나온다. 정조의 지시에 대해 한 수레 분량의 서책을 요약해서 왕이 보아야 할 수준의 내용으로 한장에 정리를 해냈다고 하는 것이다. 또 각종 부역을 공정하게 부여하기 위해서 자료들이 서로 엇갈려 체크가 되도록 만든 것도 작품이다. 현대의 데이터베이스 관리 기술과 핵심은 같은 맥락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을 정도다.4. 공부의 원리는 허식이 아니라 내실이고 기법의 개선은 꾸준히 필요하다따라서 빨리가는 것을 찾기보다 바닥을 든든히 다져라요즘 논술바람이 멀리 초등생시절의 독서에도 영향을 준다. 그런데 안타까운 점은 글을 쓰는 요령에 집중하지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데는 별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생각의 깊이는 토론에서 만들어지는데 가장 좋은 상대 중 하나는 부모다. 케네디가가 밥먹는 자리에서 토론 시켰던 것이 유명한 사례인데 한국의 식탁이 과연 그렇게 활발한 자리가 될 수 있을까?좋은 음식을 먹으면 자연스럽게 얼굴에 윤기가 난다고 비유하면서 요령을 배우러 온 사람에게 내실을 키우라고 조언하는 것은 지금도 유효한 이야기다.글로벌 시대에 한국이 약한 것은 서비스산업이다. 신세계를 비롯한 몇몇 기업이 세계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좋은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국민은행으로 대표되는 은행권도 한참 멀었고 삼성SDS를 비롯한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질은 매우 낮다.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이유가 뭘까 곰곰히 생각해보게 된다. 내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한국이 지식가진 사람을 존중하는 문화로 바뀌지 않는 한 어렵다는 것이었다.다국적 기업과 일해보면 paper 몇장의 가치를 비싸게 취급한다. 덕분에 전담자가 존재하고 꾸준히 그 내용을 업그레이드한다. 물론 대우도 좋다. 반면 내가 다녀본 한국기업은 나름대로 국내에서는 대표자라고 하면서도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자신만의 방법론을 만들지도 못했고 전문가의 지식을 끌어내지도 못하고 있었다.그러다 보니 비즈니스 모델 또한 머리수 곱하기 얼마 이상을 넘지 못하고 이익을 내기 위해 구매거래선만 무조건 들볶는 구조밖에 안된다. 대표기업이 이 수준이라면 그 사회의 해당 산업이 발전하지 못하게 되는데 그 책무에 대한 의식은 별로 없는 것이다.오죽하면 이런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아 심수관을 비롯한 한국의 도공들이 자발적으로 일본으로 넘아갔다고 하는가?다산, 한국인으로는 드물게 르네상스적인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의 저작은 결코 실용적으로 반영되어 사회를 개혁하지는 못했다고 보아야 한다.그는 천주학의 가르침에 따라 사민평등의 철학을 가져 없는 사람들에게도 가르침을 배풀려고 부단히 노력하였다. 반면 나라님은 수만명의 백성의 목숨을 가벼이 여겨 형장의 이슬로 보냈다.그는 눈을 밖으로 돌려 과거의 영광이라는 아집에 빠져 현실의 거대한 힘을 가진 청과 일본을 무시하지 말라고 했다. 반면 나라님은 뙤놈들이라는 단어 하나로 자신들의 무지를 덮어버리고 제대로 배우고자 하지 않았다.한국의 실학, 이는 분명 값있는 노력일 것이다. 하지만 절대로 자만에 빠지지는 말자.한국이 내세우는 금속활자의 세계최초 주장을 서양인들은 콧방귀를 낀다.왜냐고? 기술은 기술 자체로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회제도의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느냐는 파급력의 경중에서 더 큰 중요함을 찾아야하기 때문이다.마찬가지로 정약용의 실학은 괜찮은 노력이지만 그 것 하나를 가지고 우리에게 대단한 지식 경영의 전통이 있었다고 내세워서도 안된다. 왜냐고? 아직도 한국에 제대로 된 지식이 축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증거는 세계인이 볼만한 책을 한국 사람이 내놓아서 번역해가는 것이 눈 ?고 찾아도 찾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물론 이 현상이 계속 가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한국의 지식경영에 이러한 책이 초석이 된다면 좋을 것이다라는 기대는 여전히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