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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자, 자네가 사령관 아닌가
김용환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02년 3월
평점 :
절판
뛰어난 일을 한 사람과 좋은 책을 지은 사람은 같지 않다.
오히려 정반대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마키아벨리가 정치적으로 몰락하고 유배되어 활동하면서 정치학의 고전 군주론을 만든 것이나 사마광이 자치통감을 만든 것 등이 그런 예다.
반대로 일을 뛰어나게 하고 있지만 책은 매우 허접한 경우가 훨씬 더 많다.
특히 선거철에 우르르 나오는 책들을 보면 그런 믿음을 더 강하게 가지게 된다.
책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독창적으로 만들어가야 겠다는 작가의 의지가 중요하다.
최근 박정희 시대에 대해 여러 책을 들추어보고 있다.
얼마전 읽었던 오원철의 책이 꽤 괜찮아서 기대를 가지고 이것저것 살피다가
정치인이자 경제관료였던 김용환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결과는 대실망.
곰곰히 생각해보니 오원철은 나이가 더 들어도 한가한 분이다. 전두환에게 밀린 이후에
현직에서 바쁘게 몰려가면서 활동해야 하는 처지는 안되었다.
반면 이 책의 김용환은 아직 현역 국회의원으로 활발히 움직이기 있다.
그래서 시간이 나기 매우 어렵다.
책의 내용을 살펴보더라도 가치관의 문제보다는 일의 경과 정도를 정리한 부분이 많다.
그리고 워낙 오랫동안 활동하다보니 박정희 초기의 관주도 경제운용 시절의 무소불위
방식 - 대표적인 것이 채무관계를 부정한 8.3조치로 자본주의 기본 원리에 위배되는 약탈경제 -
에서 최근 IMF의 요구를 어쩔 수 없이 수용하는 신자유주의 개혁 - 저자가 DJ 정부 인수단으로
급한 불 끄러 미국을 왔다갔다 하면서 협상 대표로 활약했다 -
까지 가치의 차이 문제가 크게 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 책에서 그런 부분을 심도 있게 논의 한 대목은 거의 찾기 어려웠다.
그래서 IMF 직전 경제 차관이었던 강만수의 책이나 앞서 이야기한 오원철의 책보다 심도가 낮고
바깥으로 비교하면 루빈이 언급한 한국경제의 IMF 상황 만큼 global 시각도 없다.
그래도 아무나 만들어내는 허접한 선거용 프로파간다 보다야 건질 것들이 있다.
관료 시절 말 한마디로 금융권 인사가 뒤바뀌는 장면을 보면 모피아라는 집단의 위력이
여기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 때로는 원치 않는 상대방을 은연 중에 추천이라는 이미지로
포장해 한직으로 보내는 솜씨는 마키아벨리즘의 모습 혹은 삼국지의 면모를 보여준다.
그래도 주변에 권한다면 우선 강만수,오원철을 읽고 다시 생각해보겠다.
언제 이 책의 저자분은 좋은 책을 만들만큼 한가해지실까? 아니면 아예 한가해지지 않으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