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하게 흐르는 영화다.
<오만과 편견>을 생각하면 느낌이 비슷할 것 같다.
오만과 편견의 흐름이 신분의 인습과 진정한 사랑의 갈들이었다면
이 작품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미스 포터는 그림을 좋아하고 상상력이 풍부해서 의인화된 토끼를 비롯한 각종 동물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만들어내었다. 그 과정에서 당시 과년한 처녀들에게 주어진 결혼의 의무는 옆으로
내쳐놓았는데 부모들은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여자가 밖을 나가는데 유모의 동행이 필요했고 발걸음 닿지 못하게 막힌 많은 공간이 있는 시대였기에
스스로 벌어서 자립한다는 포터의 의지는 쉬운 길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의 작품은 적절한 조력자를 만나 출판되어 결국 대박의 길로 다다렀다.
오늘날 해리 포터 만큼이나 큰 대박이었다고 보여진다.
참고로 영화를 보고 집으로 와서 화장실 벽을 보니 미스 포터의 작품 둘이 붙어있었다.
발 미끄러지지 않게 붙이는 스티커의 도안이 바로 포터의 그림들이었다.
하여간 당대의 풍경으로 잠시 돌아가면 알랭 드 보통의 불안에 나오는 구절이 하나 떠오른다.
산책하는 어느 귀족 가문의 어머니와 딸이 나누는 대화다.
딸, "A씨 가족이 지나가네요 우리와 사귀려고 미친듯이 갈망한다고 하네요."
어머니, "안돼 우리는 우리와 사귀려고 덤비는 가족은 사용한다. 우리가 정말 사귀어야 할
사람들은 우리가 미치도록 사귀고 싶어 하는 가족이 되어야 한다."
딱 그런 처지였다. 포터의 집안은 빠른 속도의 신분상승으로 귀족의 지위를 꿰어찼다.
덕분에 자신들이 막 벗어난 중산층 즉 gentry들과는 별로 어울리고 싶지 않은 것이다.
원래 신분의 차별 내지 인종의 차별은 그 계층의 가장 아래단에서 가장 심하다.
미국에서도 백인 중에 가진 것이 딱 하나 백인이라는 사실 자체 밖에 없는 사람들이 가장
인종 차별이 심하다.
이런 사회적 풍경을 하나 하나 드러내면서 우리들에게 웃음을 유도하고 교훈을 주면서
자연으로 시선을 돌리게 한다. 막대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자연 그대로를 사서 우리에게
남겨준 선구적인 마음이 잔잔하게 여운을 남긴다.
다른 작품에 비해서 여주인공의 역할이 훨씬 크다 보니 관객도 여자분들이 많았다.
영화 끝나고 박수 소리가 그렇게 크지 않았지만 자신의 목표를 뚜렷이 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 그녀의 삶은 그만한 아름다움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