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전설 쿠로사와 11 - 완결
후쿠모토 노부유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만화의 주인공들은 하나 같이 만화 같은 인물들이다.
후쿠모토 노부유키의 대표작 카이지를 보면 주인공은 갖은 역경을 겪으면서도 결국 이겨낸다.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용기,지혜,인간적 면모들을 보면서 우리는 감탄해낸다.

반면 이 만화는 어떤가?

늙그수레한 중년의 건설 노동자가 나온다. 결혼도 못 했고 동료들과 사이도 좋지 않고
오늘에 대한 취미도, 내일에 대한 꿈도 아무것도 없는 정말 그저그런 낙오자일 뿐이다.
답답한 흐름에 책장을 뒤적이다가 한권한권 넘어가면서 그는 한단계 한단계 올라가게 되었다.

발단은 불량청소년들과의 충돌이었다. 술집에서 시비가 붙더니 훈계조로 몇마디 던졌고
곧 이어 상대의 폭력에 죽을 고비를 넘기게 되었는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어지는 불량청소년 두목과의 대결, 다시 더 강한 놈들이 나타나고 ...
이렇게 시련은 점점 커져가며 하나 하나의 시련을 극복할 때 마다 우리의 주인공 쿠로사와에
대한 주변의 시선 또한 높아져간다.

그럼 쿠로사와의 본질이 과연 바뀌었을까? 아니다. 외형적으로 볼 때 그는 여전히 건설노동자일 따름이다.
단 내면적으로 보아 그는 이제 어른값을 하고 있게 된다.
어른이라고 해서 무조건 대단한 꿈을 이루어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신기록 달성을 연달아 하는 야구선수나 대단한 돈을 번 재벌 등 그런 이미지는 막연할 따름이다.
이루는 사람도 작고 생각할 때 마다 가슴만 아플 수 있다.
인생을 하루에 비유하면 이제 45세 전후인 그의 인생은 무려 9시를 넘어가려고 하고 있다.
조금 지나면 시계는 멈추고 인생은 끝이난다.
그 생각을 하면서 이루어놓은 것을 살피니 정말 답답할 따름이다.

하지만 여전히 그가 괴로움에 푹 빠져있다고 해서 인생이 바뀔 수 있을까?
그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는 최소한 어른이 될 수는 있다.
어른이란 아이에게 아이다움을 가르킬 수 있어야 한다. 그 대상이 되는 아이들이 바로 불량청소년들이다.
비틀어져 가는 그들을 놓고 당당하게 충고를 던질 수 있는 어른은 몇이나 될까?
그게 과연 그렇게도 어려운 일일까?

여기 쿠로사와는 본인의 출발이 쉽지 않았음에도 꾸준하게 그 역할을 수행한다.
그 과정은 먼저 자기 자신에 대한 가치의 깨달음에서 시작하였고 점차 커져서 주변에 대해 그 가치를
전파하는 선생 노릇도 하게 된다. 막판에는 수십명의 늙은 호프리스에 빠진 홈리스까지 무장시켜
막강한 군대로 만들어낸다.
그들의 저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자부심을 일깨워 오늘 근육을 움직이기도 어렵고
매사 패배감에 젖어 모든 것을 잃어버렸던 그들을 일으켜세워 한방향을 보게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슬며시 끼여드는 일본의 역사들이 있다. 오다 노부나가의 오케하자마 전투가 아마
기습으로 몇배의 적을 물리친 쾌거였다고 하던가? 더해서 아마 도요토미 히데요시도 나올 수 있겠다.
가슴에 신발을 품었던 최하층 하인에서 천하통일을 이루어낸 대군주가 되어버린 인물이다.

오늘도 쿠로사와는 사회적 관점에서 대단한 일을 해내고 있지는 않다. 돈을 번 것도 신분을 올린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는 우리에게 나이듬에 따라 어른다움은 가져야 하지 않겠나하고 묻게 만든다.

만화가 소재로 삼은 불량청소년 부분은 남들 이야기로 치부하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한국에도 유사한 일들이 계속 발생하니까 말이다. 그리고 청소년들이 홈리스를 두들겨패고 살인까지 저지르는 일은 일본에서 한참 전에 신문에 나왔던 화제거리다. 최근에 나도 개인적으로 지하철에서 술취한 아저씨가 홈리스 두들겨패는 것 말리느라 혼났다. 경찰오니까 싹 말바꾸고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바람에 다시 설명해주느라 힘들었다. 내시간 갉아먹으며...

그런 삶들 속에서 어려서 꾸었던 대박의 꿈도 사라지고 지친 모습으로 일상의 쳇바뀌에 끼여 살고 있다면 한번쯤 쿠로사와를 보며 마음을 다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 사람도 이만큼 달라질 수 있다면 나는 또 어떻게 변화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물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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