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낯선 대한민국의 자화상 - 말죽거리에서 타워팰리스까지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6년 10월
평점 :
품절


최근에 결혼식 하나가 화제가 되었다.
천정배 전 법무장관이 딸을 시집보내는 주빈인데 반대편에서 누군가 걸어오고 있었다.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가 아닌가. 그리고 둘은 반갑게 악수를 한다.
바로 오늘의 신랑이 최 전대표의 조카라고 한다.
시간을 잠시 뒤로 돌려서 2003년 탄핵 사태 전후로 가보자.
두 사람은 서로 적대하는 철천지 원수로서 한사람은 노무현을 끌어내리려는 세력의 선두였고
다른 한사람은 그 반대의 선두였다.
하지만 오늘 이렇게 환한 얼굴을 하고 서로 만난다.

그 둘을 이어주는 끈은 무엇일까?
바로 잘 키운 자식들이다. 이념도 투쟁도 지역도 다툼도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식들이 함께 잘 살면 아무 문제 없다는 것처럼 보인다.

반면 이들이 각각 대표하는 정당의 추종자들은 어떤 느낌을 가지게 되었을까?
약간의 허탈감이 이들의 가슴을 지나가지 않을까 추정해보는 것은 나의 기우일까?

싸움은 잠시다. 특히 선거판의 한가운데서 내가 당선되면 투철한 신념으로 개혁을 하고 혹은 보수를 할
것이기에 어쩌구 저쩌구 외치는 것은 아주 순간이다.
국회에 모여서 만나면 같이 세비 올리고 해외 여행가고 술잔 기울이고 나중에는 이렇게 함께
혼맥 늘려가는 것이다.

천정배의 혼사의 핵심에는 자녀교육이 있다.
학력사회를 비판하건 지나친 사교육비를 비판하던 서울대를 비판하건 결국 다들 자신의 자녀가 더 나은 공부를 통해 더 나은 학력과 직업을 원하는 것은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 아닌가.
잘 키운 딸을 생각이 올바르지만 학력은 좀 못한, 혹은 직업도 좀 못한 건전한 청년에게
넘겨줄 용감한 아버지는 별로 없다는 점을 다시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바꾸어 보면 온달의 신화, 이문열이 말했던 신데렐라의 반대편인 온달은 현실에 별로 없는 것이다.

강준만이 강남을 제목에 붙이고 아파트로 대표되는 한국 주거문화에 대해 길게 책 한권은 내어놓았다.
중간은 차지하고 결말을 살펴보면 강남, 사실은 비판하기전에 모두가 부러워한다는 속내를 드러내라고
하는 것이다. 솔직히 모두가 원하면서 현실 때문에 이루지 못하는 삶이라면 더욱 노력해서
그 삶은 다 같이 이루도록 노력하는 것이 더 낫지 않느냐는 메시지를 던진다.

특히 모두가 더 나은 학력을 원하면서 굳이 안 그런 것처럼 내숭을 떠는 것이 문제의 발단 아니냐고 한다.

오늘 열우당의 몰락의 핵심에는 바로 이런 위선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노무현이 최근에도 악착같이 주장하는 부동산은 언론과 야당 탓이라는 주장에 대해서
굳이 길게 많은 말을 늘어 놓으며 반론하지는 않는다.
노무현이 내뱉은 짤막한 말 몇마디로 이미 충분하다.

"10배 남기는 장사도 있는데 굳이 부동산 원가공개하자는 이유가 뭡니까" - 노무현 왈

강준만의 미덕은 사회가 덮고자 하던 많은 위선들을 까발리는 것들에 있었다.
그 것이 얼마나 깊던 넓던 그는 꾸준히 도전해왔다.
이제 오늘 우리 모두에게 묻는 것이다. 우리 자신에게 교육과 삶을 놓고 그런 위선은 없을까요?
천정배,이해찬,노무현처럼 그런 사람들이 보여주는 위선들이 우리 자신에게는 없나요?
아니면 우리들이 과도한 기대를 통해 그런 위선이 더욱 커져가는 것에 힘을 실어주지는 않고 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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