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점 가운데 하나가

부산이 참 삭막한 도시구나...하는 것이다.

연산로타리에서 사무실까지 걸어서 40분.

그 길에 작은 공원 하나 눈에 띄는 게 없다.

시청 앞에 약간의 나무와 꽃이 눈에 띄긴 한다만 그걸 공원으로 부를 순 없지.

출장 때문에 일년에 한두 번은 방문하는 베트남에는

곳곳에 공원과 호수가 있는게 어찌나 부러운지......


올해 활동비는 동결되었다.

거의 최저임금 정도의 활동비를 받는 처지에서 

물가인상분 조차 반영되지 않는 활동비란

결국 저축도 어려운 상황을 만들고 만다.

이건 좀 우울한 일이다.

내가 하는 일이 최저임금을 받아도 감지덕지해야 하는 건지..

이 대목이 늘 어렵다.

특히 지난 몇 년간 몇 번의 수술비로 나름 거액(?)을 지출해야 했고

그후로 심각하게 '지속가능하지 않은' 활동비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이번달로 만 9년 1개월째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나로서는

최저임금 미만일 때도 일했고, 매년 조금씩이라도 활동비가 인상되어서 다행이라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최저임금이 활동비의 기준이 되는 것이 불만이다.

그나마 부모님이 아직 건강하신 편이고,

내가 미혼이기 때문에 버틸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솔직히 장담할 수 없다.

비교적 민주적이고 건강한 우리 조직조차 이럴진대 3년도 안되어 계속 활동가들이 그만두는 다른 단체의 사정은 어떨지...


학생 때 생각했었다.

돈을 벌기 시작하면 반드시 후원을 시작하겠다고.

그래서 내가 일하지 않지만 내가 지지하는 활동을 하는 이들을 조금이라도 후원하기로 했다.

지원단체가 변경된 곳도 있지만 10년 가까이 후원하는 곳도 있고, 정기적으로 후원하는 곳도 몇 곳 있다. 

고민은.. 마음을 줄 곳은 많은데 형편이 여의치 않아서 마음처럼 할 수 없어 죄책감이 든다는 거다.

그래서 시간이 될 때마다 걸어서 출근하고, 그 차비만큼 모아서 비정기적으로나마 후원하기로 했다. 결심한지 한 달이 다 되어 가지만 아직 열 번도 채우지 못했다.

그래도 천천히 뚜벅뚜벅 걸어가기로 했다.

조금 덥고 조금 피곤해도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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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12-04-17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누면서 살고 싶고 그런 사람을 보면 예쁘고 멋진데 저는 잘 안 돼요. 욕심이 많아서 그런건지 내가 바라는 것과 실제는 달라서 그런건지 잘 모르겠지만...
부럽고 미안하고 고마운 페이퍼예요.

rosa 2012-04-17 15:49   좋아요 0 | URL
몸이 가벼운 사람들이 한결 쉬운 것 같습니다.
저는 몸이 좀 가볍잖아요.^^(몸무게를 말하는 게 아닌 거 아시죠?)
늘 부족함이 많지만 그래도 조금 더 나은 인간이 되려고 노력합니다.
20대의 저는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서 불평불만만 많았구요, 지금의 저는 스스로 조금씩 변하면서 이 사회도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뀌기를 바라는 거죠, 뭐. 딱 그 정도 차이가 생긴 것 같습니다. ^^

노이에자이트 2012-04-17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부산의 북쪽에서 양산으로 가는 해안도로 기억이 나는데 경치가 매우 좋더군요.산도 크고...거기서 영남 알프스까지가 좋았어요.꽤 오래전 본 것이지만...
그런데 부산 중심부에서 영도까지는 낮은 산이 많은데도 좀 뭐랄까 포근한 느낌은 안 들더군요.지금은 좀 달라졌겠죠?

rosa 2012-04-17 18:11   좋아요 0 | URL
그 사이 바뀐 곳도 많지만 변하지 않은 곳도 많은 것 같아요.
제일 많이 변한 곳 중의 하나가 수영(센텀시티)이구요, 아시아 최대규모라는 신세계백화점부터 휘황찬란한 건물들이 즐비한 곳입니다.
저는 보수동 책방골목, 깡통시장, 자갈치시장.. 그런 골목골목이 더 정겹고 좋아요. 오래전에 다녀가셨다니, 다음에 인연이 닿으시면 한번 들러보시는 건 어떨까요?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이 좋겠죠? ^^

노이에자이트 2012-04-17 23:21   좋아요 0 | URL
수영 쪽이 많이 변한 모양이군요.아주 예전 비행장이 있었다는데...

보수동 헌책방 골목은 방송에도 꽤 자주 소개되더군요.인디고와 함께...

좋은 소식 감사합니다.

rosa 2012-04-18 17:00   좋아요 0 | URL
비행장은 정말 아주 예전 이야기네요.^^
보수동 헌책방 골목은 가을에는 축제도 하구요, 교과서, 만화, 그림책, 소설, 잡지, 외국서적, 전공서적까지 다양한 종류의 책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어요. 예쁜 서점 앞에서는 절로 발걸음을 멈추게 되구요, 그 골목안에도 작은 커피가게가 들어서서 구경하다 쉬어가기도 좋답니다.^^

프레이야 2012-04-18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0분 걷는 정도면 운동되고 좋지만 문제는 매연을 마시며 가셔야 하니..ㅠㅠ
정말 말씀처럼 깨끗하고 향기로운 길을 걸어서 출근하실 수 있으면 참 좋을텐데요.^^
그래도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rosa 2012-04-18 17:02   좋아요 0 | URL
다행인 건 차량 꽁무니를 보고 걷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저는 차량 매연보다 담배 연기가 더 힘드네요.
오늘은 아침 일찍부터 진주 다녀오느라 진이 다 빠졌어요. 헥헥~
숨 돌리고 다시 일 해야죵.^^

글샘 2012-04-18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로자님 글을 읽고 부끄러운 맘이 들었습니다.
이제 날이 풀렸으니, 저도 걸을 때마다 액수를 정해놓고 기부를 하도록 해야겠어요...

저는 캄보디아 친구들에 조금 하고... 오순절평화의 마을에 조금 하는데...
꼭 얼마 했다고 나중에 보고 드릴게요. ㅎㅎ

rosa 2012-04-19 12:58   좋아요 0 | URL
아이고 별 말씀을 다.. 제가 괜히 부끄럽습니다.
사실 기부란 자신이 사는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지는 거란 생각을 합니다.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바라면서 자신도 마음을 보태는 거죠.

제가 일하는 곳에서도 캄보디아의 어린이들을 위한 장학사업을 하고 있어요. 정말 기쁜 건 해가 갈수록 아이들의 표정이 더 밝아지고 자신감이 넘친다는 거지요. 현지에서 활동하시는 수녀님께서 언젠가 그런 말씀을 적으셨더군요. "아이들이 더 어린이다워졌고, 더 많이 웃는다"고. 너무 빨리 철들어야 하는 가난한 국경변 아이들이 다시 아이다워졌다는 말이 그렇게나 감동적이었습니다.

저는 캄보디아의 친구들 처음 일 시작할 때도 뵈었고, 활동소식도 간간히 전해듣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열심히 활동하시는 분들을 저도 좀 알고 있거든요.^^ 삼랑진 오순절 평화의 마을엔 수녀인 제 언니랑 같이 가서 하루 열심히 청소하고 온 기억이 있네요. 것두 벌써 10년이 다 된 것 같습니다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