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멜로 이야기 마시멜로 이야기 1
호아킴 데 포사다 외 지음, 정지영 외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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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학년 딸아이가 갑자기 저금 통장을 어디 두었느냐며 찾는다. 여느 때 같으면 미적미적 <할 일>을 시작할텐데, 오늘은 바로 <할 일>에 돌입한다.

   * 여기서 <할 일>이란 집에서 혼자 하는 아이의 활동들(수학, 한자, 영어, 독서 등) 지금은 방학 중이라 가지수로 따지만 열가지쯤 된다...^^

  갑자기 얘가 왜 이러나, 의아했는데, 알고보니 <마시멜로 이야기>를 읽어서란다. 지난 연말에 할인마트 서점에서 앞부분만 읽었는데, 아이에게 마시멜로 실험 이야기를 해주니 무척 흥미로워했다. 그렇고 그런 처세서/자기경영서가 아닐까 반신반의하면서도, 아이가 원하고, 서평이 대부분 좋길래 주문했다.

  도착한 책을 엄마가 보기 전에 아이가 먼저 읽더니, 재미있고 배울 점이 많단다. 당장 먼지에 쌓여있던 저금 통장을 찾더니, 지금 가지고 있는 용돈을 저금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꿈을 위해 지금 눈앞의 유혹을 참고,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한다!

  이렇게 책 한권의 위력이 큰 줄이야...  나도 책을 붙잡고 읽어보니, 오호, 그렇고 그런 책이 아니다. 상투적인 부분이 없지 않고 성공의 신화가 해피엔딩의 당연한 결말을 보여주지만, 나름대로 참신한 사례들에다 개연성이 있고 꽤 설득력이 있다.

   이 책의 주장은 단순하지만 분명하다.   성공을 위해서는 당장의 즐거움을 참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단순히 참는 것만으로 충분한 것이 아니라, 성공을 준비하는 어떤 행동을 해야 한다. 아이들에게는 "성공"이라는 말보다는 "행복한 미래" 정도가 좋을 듯 싶다.

  아이에게 한번 슬그머니 이야기해 보시라.

  "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마시멜로 실험이란 걸 했대. 눈 앞의 마시멜로 먹는 것을 15분간 참으면 마시멜로를 하나 더 주는 실험이었지. 어떤 아이들은 참지 못해 먹어버렸고, 또 어떤 아이들은 꾹 참고 결국 2개를 먹을 수 있었지. 10년 쯤 지나서 그 아이들을 추적해보았대. 그 아이들은 어떤 모습으로 자랐을까?"

  여기까지만 말하고 나면 아마도 이 책을 읽어보고 싶어할 것이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추천한다. 나름대로 '가벼운(!)' 책들을 질색하는 남편도 이 책을 읽어 보더니 자신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5, 6학년 정도의 초등학생들이라면 읽어보고 막연한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참, 여기서 마시멜로란? 우리 집에는 마시멜로가 든 코코아 가루가 있어서 아이들이 쉽게 이해했지만, 우리 사회에서 마시멜로는 분명 생소한 먹거리다. 초코파이 속에 들어있는 크림이라고 설명하면 될 듯..^^

 * 번역 논란도 있지만, 일단 내용 자체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아빠, 엄마, 아이 모두 인상깊게 읽었고, 이후에 구입한 <어린이 마시멜로 이야기>보다 고학년 아이들이나 중고생이 보기에도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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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의학 - 의학 상식의 치명적 오류와 맹점을 고발한다
크리스토퍼 완제크 지음, 박은영 옮김, 허정 감수 / 열대림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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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으며 몇 번이나 무릎을 쳤던가. 물 이외의 마실거리로 아이들에게 가장 강력히 권했던 것이 바로 우유요, 유기농 식품으로 식단을 완전히 대체한 것은 아니지만 유기농은 비유기농보다 백배는 낫다고 믿고 있었다. 운동과 절식의 다이어트 효과를 모르는 바 아니었으나 지키기 매우 어렵다는 이유로 다이어트를 도와준다는 각종 보조제와 매일 쏟아져나오는 새로운 다이어트 방법에 슬글슬금 다가가고 있었다.

  기존에 우리가 가지고 있던 (아니 우리에게 알게 모르게 쌓여져 왔던 ) 의학과 건강에 대한 상식들에 대한 저자의 비판은 통렬하고 조목조목 근거가 있다. 아주 전문적이라 생각되는 단어들과 관심없는 주제들은 건너뛰면서 읽었으나,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알고 있는 상식이란게 과연 얼마나 맞는 것인지 통째로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의학과 건강에 대하여 비전문가일수밖에 없는 일반인으로서는 권위있는 전문가의 말에 심각하게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무엇이 진실이고 무잇이 허구란 말인까?

  가장 인상적인 내용 몇가지. 지방질의 가공 식품을 즐기고 몸을 덜 움직이는 생활을 하면서 소위 ''비만 유전자''나 다이어트 약품을 찾아내는 노력이야말로 모순적인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지역의 환경에 가장 알맞는 작물을 재배하는 ''지역 농작''이 자연을 거스르는 ''유기 농작''보다 ''지속 가능한'' 농법의 대안이라 할 수 있다.

   ''사탕을 먹는 것이 더 오래 사는 기회를 늘린다''는 실험 연구에 대한 저자의 논박은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커피 실험을 연상케한다. 커피를 하루에 몇잔까지 마시는 것이 몸에 해롭지 않은가에 관한 기사를 자주 보았다. 하루 넉잔까지 괜찮다던가, 다섯잔까지 괜찮다던가 하는 연구 결과를 접하면서 그 수치 직전까지 먹는 나의 행위를 돌아보며 안도했던 경험. 그것이 커피 판매량을 높이는 수단으로 커피회사가 수행한 (혹은 펀드를 댄) 연구였다는 것을 알고 얼마나 씁쓸했던가. 이 책에서도 "오늘은 나쁘고 내일은 좋다?"는 제목으로 커피 연구를 다루고 있다. 

  불량의학은 아마도 의학 연구의 목적을 건강이나 치료가 아닌 다른 무언가에 두었던 불량의학자들과 불량사업자의 소행으로 탄생한 것이 아닐런지. 이 책의 내용도 일단은 의혹의 시선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전문가의 영역에 대해서조차 ''비판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기본적인 숙제를 던져준 고맙고도 묵직한 책이다.

* 추신 : 역자가 깔끔하게 정리한 저자의 요지에 따르면, ''적당한 운동''과 ''절제된 식사''가 가장 정확한 건강의 비법이란다. 이 단순하면서도 분명하고 또한 경제적인 명제를 외면하고 왜 그렇게 특별하고 희안한 비법들을 찾으려고 많은 사람들은 애썼던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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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미역 좀 봐 - 맛있는 바다나물 어린이 갯살림 5
도토리 기획 엮음, 백남호 그림 / 보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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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국은 미역국이다.  책을 읽기 전, 흥미 유발의 장치로 제목 알아맞추기를 했더니 금방 맞춰버린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국은?" 했더니...

  미역은 좋아하지만 미역이 어디서 왔는지, 원래는 어떻게 생겼는지, 어떻게 기르거나 채취하는지 모르는 아이에게 이 책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친절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갯벌을 삶의 터전으로 하는 가정의 아이를 주인공으로 해서, 갯벌을 중심으로 한 여러 가지 생활들도 소개해준다.

  물이 빠지면 마을 사람들은 바닷가에 나간다. 사실 이 대목도 우리 아이와 대화할 거리가 많다. 밀물과 썰물의 개념을 아직 모르고 있다는 것을 책을 읽어주면서 알게 되기 때문. 이렇게 되면 글이 적은 그림책도 백과사전만큼 아이에게는 방대한 지식의 보고가 될 수 있다. 

  '갱물가에 개발하러 간다'가 무슨 말일까? 갯벌에서 일한다는 뜻이란다. 파래도 뜻고 톳도 베고 미역도 따고 바지락도 캐고 굴도 다고 고둥도 줍고... 아이는 '파래'가 무엇인지 묻는다. 해조류라고는 미역국과 김 외에는 식탁에 잘 안 올리는 엄마 덕분에 아이가 질문이 참 많다. 

  바닷가에서 나는 먹을거리를 정말 많이 만날 수 있다. 특히 이 책에서 '바다  나물'로 부르는 해조류는 아이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다. 그리고 엄마의 교육적인 희망, 즉 음식을 좀 골고루 먹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도 한다. 하지만 며칠 전 파래무침을 반찬으로 처음으로 접한 아이는 마지못해 한입 먹더니 더이상 먹지 않더라는... 역시 책은 책인 것을~!!

  바다의 비릿한 내음과 사람 사는 이 물씬 나는 책.
  아이의 손을 잡고 갯벌에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함께 들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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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달걀 샘터어린이문고 6
벼릿줄 지음, 안은진.노석미.이주윤.정지윤 그림 / 샘터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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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하늘나라에선 여러분과 같은 얼굴로 살고 싶어요"

 
 이 대목을 읽는 순간 눈물이 핑그르 돌았다. 검은 얼굴에 뽀글뽀글한 머리카락의 흑인 혼혈인 아빠가 까만 달걀을 가지고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 찾아왔다. 달걀이 까맣든 하얗든 노랗든 그 속은 모두 똑같다. 마찬가지로 피부색은 검지만 아빠도 아들도 똑같은 한국인이다. 그렇지만 하늘나라에서는... 똑같은 피부와 얼굴을 가지고 싶다는 것. 흑인 혼혈의 부자가 이 땅에서 살면서 받아왔던 설움이 그대로 드러나서 가슴이 시리도록 아팠다. 

  이 책에는 다양한 혼혈인을 소재로 한 동화 다섯편이 실려 있다. 필리핀 엄마와 태국인 엄마를 둔 코시안. 말이 통하지 않는 엄마 때문에 화가 나고, 엄마만 나타났다 하면 혼혈임을 알아보는 아이들 때문에 엄마가 학교에 출현하는 것이 영 마땅치 않다. 그러나 엄마가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치듯이 냉장고와 세탁기에 낱말카드를 붙여 엄마를 가르쳐주려 하고, 자신은 '튀기'가 아니라 '유경민'이라고 말한다.     

  한국인 아버지와 베트남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라이 따이한의 이야기는 외면할 수 없는 한국인의 잘못을 다시 들추어 낸다. 그런데 나는 몰랐다. 자신의 아내와 자식을 버린 비정한 한국인이 평생 죄의식을 가지고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살아 왔다는 사실을...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소녀는 일본에서는 조센징으로, 한국에서는 쪽바리로 불린다. 어느 땅에서도 결코 환영받지 못하는 이 아이의 상황은 과연 누구의 잘못인가. 어느 나라도 진정한 조국이 될 수 없는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나와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을 매우 특이한 존재로 생각하는 우리 사회에서 혼혈인들은 얼마나 살기가 힘들었을까. 가수나 운동선수 같이 성공한 혼혈인도 있지만 그들만이 혼혈인 모두의 역할모델일 수는 없다는 머릿말 지적에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도 평범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는 것인데 그러한 권리는 지금까지 사치였던 것이다. 

 농촌 지역에는 코시안 아동이 초등학생의 많은 비율을 점하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는 의혹의 눈으로 쳐다 보기도 했던 서양인 남성과 한국인 여성의 결혼도 이제는 자연스러운 상황이 되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이들과 이들의 자녀를 쳐다보는 사람들의 인식에는 변함이 없는 것은 아닌지. 아이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차이를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그것을 스스럼 없이 받아들이는 사회로 나아가는데 분명 작은 보탬이라도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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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위의 시인 로니
재클린 우드슨 지음, 김율희 옮김, 조경현 그림 / 다른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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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고 아담한 책을 읽으면서, 울고 웃었다. 열한살 로니의 시각으로 쓰여진 60편의 시들은 한 소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다가올 미래를 보여주는 "성장시"이다. 시의 형식을 빌어 한 아이의 삶과 생각을 이렇게 잘 표현할 수 있구나, 처음으로 알게 해 준 책이기도 하다.

  로니는 화재로 부모를 잃고 여동생과 따로 떨어져 에드나 아줌마 집에 와서 살고 있다. 그는 어렸을적 다정했던 부모를 기억하고, 화재의 악몽과 부모의 죽음을 기억하며, 현재 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다. 로니의 상황 자체는 더할나위 없이 불행해보인다. 따라서 로니의 시는 나이보다 성숙하고, 상당히 어둡고 침울하기까지 하다. 시대적 배경은 전쟁에 참전한 아줌마의 큰 아들 이야기가 나오는 것으로 보아 1950년대 이전으로 생각된다.

  로니는 아직 어린 아이이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만나 생활하고, 백혈병을 앓는 아이를 측은하게 바라보며, 시를 가르치는 선생님의 눈을 가끔씩 피해 엉뚱한 짓도 한다. 그런 시들은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그러면서도,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전학온 아이를 보고 느끼는 감정은 로니 만의 경험에서 나온다. 자신을 돌봐주는 에드나 아줌마의 평소 답지 않은 행동을 보고, 혹시 미친 것은 아닐까 걱정하는 대목도 로니 답다.


  행복

  오늘 오후 집에 오니 에드나 아줌마가
  빗자루를 들고 춤을 추고 있었어요.
  마루 위를 쓱쓱 지나가는 빗자루. 아줌마는
  파란 빗자루 손잡이를 꼭 쥐고 라디오를 따라
  노래를 불렀죠. 뭐랄까
  불쌍한 빗자루를 부엌바닥 앞뒤로
  흔들며 부드럽게 구두라고 신기는 것 같았어요.
  정신이 좀 나간 듯. 그 생각이 들자 난 기도했죠.
  주님 제발,
  아줌마가 미치지 않게 해주세요.
  이제 막 여기 사는 거 적응하려는 참이거든요.
  주님 제발,
  아줌마와 제가 평생 사는 일은 없게 해주세요.
  하지만 여기 있는 동안 저에게는 아줌마뿐이잖아요.
  아줌마가 나에게 몸을 돌렸을 때 난 정말 환한 웃음이
  오랫동안 아줌마의 얼굴에 머물러 있는 걸 보았어요.
  우리 로드니가 부활절을 보내러 올 거란다.
  우리 로드니가 정말 집에 오는 거야.
  아줌마가 쓱싹쓱싹 하는 동안
  난 가만히 거기 서서
  내 마음이 안도감으로 하늘 높이 올라갔다가
  다시 아줌마의 부엌에 돌아오는 걸 느꼈지요.


 (*로드니는 아줌마의 멀리 떨어져 사는 아들이다)

  소설에서처럼 뚜렷한 스토리 구조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로니의 시들을 읽어가다보면 로니의 일상과 생각들을 따라갈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책장을 덮었을 때, 해피엔딩이나 불행한 결말로 끝맺고 있지는 않지만, 다소 안도할 수 있어 행복하다. 자신을 동생이라 불러 준 로드니와의 만남, 여동생과 자주 만날 수 있게 된 사연 등은 로니의 삶이 점점 따뜻해져 갈 거라는 희망을 갖게 한다.

  이 책의 원제는 "Locomotion", 로니의 이름이다. "내 이름"이라는 시를 보고 가슴을 울림을 느꼈다. 나도 "로코모션"이라는 흥겨운 팝송을 안다. 엄마가 그 이름의 춤을 좋아하여 아이에게 그 이름을 주었다... 한동안 그 팝송이 기억나고 입가를 맴돌아 혼났다. 자신의 이름을 쓰거나 남에게 불릴 때마다 엄마가 생각날 수 밖에 없는 로니...

  시는 무척 쉽고 편안하게 읽힌다. 아이가 쓴 것 처럼 묘사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작가의 특별한 詩作 기술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 시가 아니라 외국 시의 번역이라 운율이나 시어의 조화 이런 것은 잘 모르겠다. 그러나 가슴에 와닿고 가슴을 울리는 시라는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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