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의학 - 의학 상식의 치명적 오류와 맹점을 고발한다
크리스토퍼 완제크 지음, 박은영 옮김, 허정 감수 / 열대림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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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으며 몇 번이나 무릎을 쳤던가. 물 이외의 마실거리로 아이들에게 가장 강력히 권했던 것이 바로 우유요, 유기농 식품으로 식단을 완전히 대체한 것은 아니지만 유기농은 비유기농보다 백배는 낫다고 믿고 있었다. 운동과 절식의 다이어트 효과를 모르는 바 아니었으나 지키기 매우 어렵다는 이유로 다이어트를 도와준다는 각종 보조제와 매일 쏟아져나오는 새로운 다이어트 방법에 슬글슬금 다가가고 있었다.

  기존에 우리가 가지고 있던 (아니 우리에게 알게 모르게 쌓여져 왔던 ) 의학과 건강에 대한 상식들에 대한 저자의 비판은 통렬하고 조목조목 근거가 있다. 아주 전문적이라 생각되는 단어들과 관심없는 주제들은 건너뛰면서 읽었으나,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알고 있는 상식이란게 과연 얼마나 맞는 것인지 통째로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의학과 건강에 대하여 비전문가일수밖에 없는 일반인으로서는 권위있는 전문가의 말에 심각하게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무엇이 진실이고 무잇이 허구란 말인까?

  가장 인상적인 내용 몇가지. 지방질의 가공 식품을 즐기고 몸을 덜 움직이는 생활을 하면서 소위 ''비만 유전자''나 다이어트 약품을 찾아내는 노력이야말로 모순적인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지역의 환경에 가장 알맞는 작물을 재배하는 ''지역 농작''이 자연을 거스르는 ''유기 농작''보다 ''지속 가능한'' 농법의 대안이라 할 수 있다.

   ''사탕을 먹는 것이 더 오래 사는 기회를 늘린다''는 실험 연구에 대한 저자의 논박은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커피 실험을 연상케한다. 커피를 하루에 몇잔까지 마시는 것이 몸에 해롭지 않은가에 관한 기사를 자주 보았다. 하루 넉잔까지 괜찮다던가, 다섯잔까지 괜찮다던가 하는 연구 결과를 접하면서 그 수치 직전까지 먹는 나의 행위를 돌아보며 안도했던 경험. 그것이 커피 판매량을 높이는 수단으로 커피회사가 수행한 (혹은 펀드를 댄) 연구였다는 것을 알고 얼마나 씁쓸했던가. 이 책에서도 "오늘은 나쁘고 내일은 좋다?"는 제목으로 커피 연구를 다루고 있다. 

  불량의학은 아마도 의학 연구의 목적을 건강이나 치료가 아닌 다른 무언가에 두었던 불량의학자들과 불량사업자의 소행으로 탄생한 것이 아닐런지. 이 책의 내용도 일단은 의혹의 시선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전문가의 영역에 대해서조차 ''비판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기본적인 숙제를 던져준 고맙고도 묵직한 책이다.

* 추신 : 역자가 깔끔하게 정리한 저자의 요지에 따르면, ''적당한 운동''과 ''절제된 식사''가 가장 정확한 건강의 비법이란다. 이 단순하면서도 분명하고 또한 경제적인 명제를 외면하고 왜 그렇게 특별하고 희안한 비법들을 찾으려고 많은 사람들은 애썼던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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