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관계 1
안도현 지음, 이혜리 그림 / 계수나무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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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토리야, 너는 끝까지 살아남아야 해. 그래야 우리도 다시 태어날 수 있어."
  "도토리야, 네 몸 속에는 이미 갈참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어"
  "도토리야, 넌 지금 큰 일을 하는 중이야. 네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다시 태어날 수 있는걸."

   홀로 땅바닥에 떨어져 외롭게 겨울을 나는 도토리 한 알. 갈참나무의 낙엽들은 도토리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따듯하게 보듬어준다. 낙엽들은 썩어가고 도토리는 더욱 지쳐간다. 그러나 도토리 한 알 속에 갈참나무 한 그루가 들어있다는 말처럼, 머지않아 도토리는 새로운 싹을 틔우게 된다.

   처음 '관계'라는 그림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안도현 시인이 어린 아이들에게 이 추상적인 말을 어떻게 설명해줄지 가장 궁금했다. 초등 1학년인 아이는 '관계'가 '사이'라고 했다. 관계는 절대 단수로 존재할 수 없는 것. 항상 타자를 염두에 두고 있는 말이다.

   이 책에서 '관계'의 양자는 도토리와 낙엽. 도토리가 갈참나무가 될 것을 알고 있는 낙엽은 도토리에게 끊임없는 응원의 시선을 보낸다. 그리고 도토리가 갈참나무가 되는 자양분이 되면서 "행복하다"고 말한다. 권정생의 "강아지똥"에서 보았던 강아지똥과 민들레의 관계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펜으로 그린 거칠면서도 세밀한 그림이 아이들의 눈길을 확 사로잡지는 않지만, 보면 볼수록 따뜻하면서도 몽환적인 느낌을 준다. "관계"의 뜻을 본문에서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대목 ("서로 도와주면서 함께 살아간다는 뜻") 이 약간 아쉽지만, 전체적으로 읽어주기에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이 책을 덮으며, 관계 외에도 추상적인 개념들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풀어내는 그림책들이 좀더 나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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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의 소녀시대 지식여행자 1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 마음산책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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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에 실린 "이데올로기에 휩쓸린 소녀들을 통해 그린 동유럽 현대사", "논픽션 소설"이라는 정보를 눈에 담은 채 책을 들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저자가 경험한 1960년대 프라하의 소비에트 학교 시절. 그리고 1990년대에 감격스럽게 해후한 세 명의 친구들. 그 이야기가 매우 흥미롭고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체코의 프라하. 이곳에 세계 각국에서 다국적 공산주의자들이 모여들었고, 그 자녀들이 같은 학교에서 수학을 하게 된다. 일본에서 투철한 공산주의자인 아버지를 따라 프라하에 오게 된 마리. 그곳에서의 학창 시절은 지적으로 강한 자극이 되었고 토론과 체험을 몸에 배도록 한 측면도 있었지만, 사춘기 시절 모든 아이들이 그렇듯이 그곳에서도 여러가지 일들과 사연들이 펼쳐지게 된다. 

  그저 오래된 추억의 한장면으로 치부할 수도 있으나 마리는 그 시절 소중했던 친구들을 잊지 않는다. 30여년이 흘러 어른이 된 소녀들. 연예인이 되고자 했으나 결국 의사가 된, 특별한 소명의식을 가지고 생활하는 그리스 출신의 친구 리챠는 가장 인상적이었다. 어린 시절 '농땡이'였고, 성적인 주제에만 골몰하여 매우 조숙했던 그녀. 그러나 그녀는 노동자와 결혼하여 동구권 출신의 환자들을 위해 살고 있다. 어쩌면 그녀는 학창 시절에 배운 교육 내용을 가장 성공적으로 내면화했던 사람이 아니었을까.   

  이번에는 매우 대조적인 현재를 보여주는 두 친구. 공산주의자 중에서도 귀족적인 생활을 하던 특권적인 삶을 여전히 이어가는 로마니아 출신의 친구도 만났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보스니아의 대통령을 역임한 아버지를 두었으나 아버지와 자녀의 특권은 별개라 생각하고 전쟁의 공포 속에 다른 사람과 똑같이 노출되어 있는 보스니아 출신의 친구도 만날 수 있었다. 

  저자가 친구를 추적하는 과정을 따라가는 것은 나에게도 두근거리는 경험이었다. 한 사람의 과거와 현재는 어떤 점에서 연속적이고 또 어떤 점에서 단절되는 것일까. 전자는 루마니아 친구에서, 후자는 그리스 친구에서 강하게 느껴졌다. 또한 역사적 사건이 개인사에 미친 중요한 영향과 흔적들을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었다. 프라하의 봄, 루마니아 차우세스쿠 정권의 독재와 붕괴, 보스니아 내전... 이런 굵직한 사건들이 개인의 삶에 얼마나 큰 파장을 남기게 되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나 또한 현대사의 사건 속에서 크던 작던 내 삶의 방향과 진로를 변경한 (또는 변경될 수 밖에 없었던) 적이 있지 않았던가.

  부모를 따라 공산주의적 교육을 받고 자연스럽게 공산주의의 이념을 가지게 된 소녀들. 그러나 결국 중요한 것은 '이념'이 아닌 '사람'의 문제였던가. 공산주의에서 배척하는 유대인의 피를 가졌던 루마니아 친구, 역시 종교가 중시되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이슬람교의 전통을 지닌 보스니아 친구. 공산주의의 기상이 팽배했을 때에도, 공산주의의 이념과 권위가 땅바닥에 떨어진 지금에도 개인의 삶은 자신이 처한 '처지'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은 어느 시대나 사람을 막론하고 공통적인 듯 하다.   

  책을 모두 읽고 나서 가장 궁금한 것은 저자인 마리의 삶. 저자의약력을 보니 마리는 러시아 동시 통역사로 활동했고 꽤 많은 논픽션 작품을 펴냈다. 그리고 아쉽게도 최근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이 책의 곳곳에서 그녀의 투철한 이념성이 엿보인다. 일그러진 공산주의 가족의 유형이라 할 수 있는 루마니아 친구에 대한 그녀의 비판은 냉철하고 직접적이다. 저자인 마리, 그녀의 삶은 어떻게 진행되었고 어떠한 모습의 성인이 되었던 걸까. 총 3부로 이루어진 이 책은 본인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부분이 없다는 점에서 아쉬웠다. 혹 그녀의 다른 작품에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풀었을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나에게도 떠오르는 몇몇 친구들의 모습.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나에게 절친한 친구이자 마음 속으로는 경계하는 라이벌이었던 2명의 친구들. 대학 때 외국에서 짧은 시간을 만났지만 오랫동안 가슴 속에 남아있는 일본과 스페인의 친구들. 그녀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강력하게 든다. '뛰어난 소녀소설'이라는 오쿠다 히데오의 평가가 가슴에 와닿는 것은 바로 이 대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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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이 살아있다! - 그림책
밀란 트렌크 글.그림, 김서정 옮김 / 대교출판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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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보려고 구입한 그림책. 영화의 원작이 되었다고 하는데 미리 알아본 영화 줄거리와는 큰 차이가 있네요. 정말 영화의 큰 뼈대만 제공했을 것 같아요. 박물관의 야간경비원이 된 래리, 그 첫날 밤에 일어난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내용이에요. 마지막 결말을 보고 웃었습니다. 우리 모두 박물관에 계시는 경비원을 다시 봅시다~

  줄거리야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내용이지만, 그림이나 글이 약간 거칠다는 인상은 받았어요. 그래도 아직은 한정수량 내에 들었는지 티켓과 팝콘 박스도 잘 받았습니다. 그런데 꽁꽁 쌓인 비닐을 가위로 자르다가 손에 약간의 상처가 생기는 불상사가... (모두 조심하시길ㅠㅠ) 암튼 책 잘 읽고 영화 잘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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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기업집단 경영가치와 인적자원관리
최종태 지음 / 한국학술정보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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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나라 대기업의 인적자원관리가 독특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이론적 배경은 조직진화론으로, 국내의 대기업들이 지니고 있는 인적자원관리의 고유한 유전자를 탐색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외국의 제도를 기업에 갖다 놓고 자주 교체해도, 기업의 고유한 문화와 풍토 속에 스며들지 않고 사라져버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바로 그런 상황을 설명하는데 유용한 관점이라고 생각된다. 
 
한국적인 특성을 가진 인사.조직 연구라는 점에서 일단 돋보인다. 가격대가 높고 오자가 간혹 눈에 띄는 것이 옥의 티다. 저자들의 후속 연구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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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튀어! 1 오늘의 일본문학 3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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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다보니 소설을 별로 보지 않는 삶을 살게 되었지만, 이 책을 보고 모처럼 소설의 참 맛을 느꼈다고나 할까. 단숨에 읽었고, 오래도록 여운이 남았던 책이다.  내가 꼽은 [올해의 소설 책]으로 이 책을 선정하고 싶을 정도!

  그리고 이 책으로 처음 알게 된 일본 작가 오쿠다 히데오.  이 책을 읽고 거꾸로 그의 전작인 [공중그네]도 찾아 읽었고, 최근에는 [걸]을 구입했다.  그에게는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 그만의 '엉뚱함'과 '진지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좋아하는 일본 작가의 대열에 그의 이름을 올려 놓았다. 다음 작품도 기대된다. 

  이 책의 주인공은 6학년 남자 소년과 그의 아버지. 사회주의로 출발한 무정부주의 사상을 가진 아버지는  '일본의 국민' 따위는 하지 않겠다며 국민연금도 내지 않겠다고 하는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다. 거기다 젊을 때 동지였던 어머니는 아버지에 비해 현실감은 좀더 가지고 있지만 근본은 똑같다고 보면 된다. 부모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아이는 자신이 처한 사춘기 시절의 여러 경험들과 맞물려 고민은 꼬리를 물게 된다. 따라서 성장소설의 일면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모처럼 엄마와 아빠, 중학생인 딸아이까지 즐겁고 인상깊게 보았고 많은 사람들에게 권했다. 나도 언젠가 남쪽으로 튀고 말겠다는 생각, 누구나 한번쯤은 드는 엉뚱한 상상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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