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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 1 - 문명과 문명의 대화, 개정판 ㅣ 살아있는 휴머니스트 교과서
전국역사교사모임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10월
평점 :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에 이어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가 출간되었다. 무척 기다렸던 일이다. 왜냐하면 한국사 교과서를 어린이 눈높이로 각색하여 만든 <어린이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를 6학년 딸아이가 매우 즐겁게 읽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계사도 출간되면, 우리 아이가 세계사를 이해하는데 무척 도움이 될거라고 믿었다.
게다가 청소년이 볼만한 통사로 된 세계사 개설서는 거의 없지 않은가! 학교에서도 세계사 교육이 소외되고 있다는데, 그나마 읽을만한 책도 없다는 것은 문제이다. 그 상황에서 나온 세계사 교과서는 반갑기까지 했다.
이 책은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유럽 주연, 중국 조연의 기존 세계사 서술에서 탈피하려는 보기 드문 시도를 하였다. 그리하여 결국 유럽 역사 중심의 서양사, 중국 중심의 동양사를 단순히 합친 세계사가 아니라, 전반적인 세계와 민족의 역사를 아우르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리고 우리 역사와의 관련성도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저자들이 서구중심주의의 역사관에서 탈피하기 위하여 심사숙고한 흔적들은 전체 목차에서부터 본문 내용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드러난다. 1권의 첫머리에서 마젤란의 세계 일주에 대해 원주민과 유럽의 입장에서 본 비석의 비문에서 생각 열기를 돕는다. 특히 2권에서 제국주의 침략에 나선 유럽의 국가들을 아시아의 시각에서 '해적'이라 표현한 것에서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을 읽다보면 다소 편협된 시각으로 서술된 것이 아닌가, 생각되는 사건도 있으나, 특정한 사관에 기대지 않는 역사 서술은 근본적으로 있을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본다면 크게 문제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대학생 때 읽었던 유시민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가 떠올랐다. 당시 나는 방망이로 머리를 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학교에서 배웠던 역사가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점, 역사란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선이 될 수도 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기존에 당연시 되었던 역사 서술과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 꼭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 만으로도 이 책의 의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서, 이 책의 돋보이는 점 중의 하나는 여성의 역사와 청소년의 역사를 부분적으로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역사속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왔던 '여성' 가운데 인물을 발굴한 것은 높이 평가할만 하다. 학생들이 디즈니 만화영화로 잘못 이해하고 있는 포카혼타스 같은 여성의 삶을 소개하는 것도 역사를 보는 관점을 새롭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한국사 교과서에서 보여준 역사 속 청소년의 고민과 삶이 여기에도 시도된 것은, 청소년을 주대상으로 한 책에 적합하다고 본다. 그리하여 역사는 나와 같은 존재가 만드는구나, 남성과 함께 여성도 역사의 주역이구나 하는 깨달음을 청소년들에게 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재미있고 쉽다는 것이다. 쉽게 페이지를 넘겨가면서 재미있게 역사를 공부할 수 있는 것도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제아무리 좋은 책도 재미가 없다면 손이 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 아이에게 별의별 역사책을 가져다 주었지만, 결코 재미가 없으면 보지 않는 것을 알기에, 재미있는 세계사는 고맙기까지 하다. 재미가 있으면서 또한 의미도 있으니, 정말 좋은 청소년 도서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사진과 지도, 삽화로 생생히 묘사한 것들은 책 만드는데 상당한 공을 들였겠다는 생각을 들게 했고, 역사적 사건들을 연상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교과서> 형식의 대중서이므로, 깊이가 다소 부족하고 설명이 소략하거나 빠진 것도 있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 점은 한국사 교과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것은 당초의 기획과 독자층, 분량 제한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문제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도 성인이 읽을 수 있지만, 다음 기회에 대상층을 성인으로 하여 좀더 깊이 있고 자세한 세계사 책도 출간되기를 기대한다. 물론 초등학생도 볼 수 있는 <어린이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도 만들어져야 한다. 기대하고 있는 학부모들이 적지 않다.
한국사와 세계사를 통합한 <역사> 과목을 신설하자는 주장이 새로운 교육과정을 만드는 과정에서 힘을 얻고 있다고 한다. 궁극적으로는 한국사 속의 세계사, 세계사 속의 한국사를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진정한 역사교육의 목표라고 생각한다.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와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를 펴낸 저력을 바탕으로, 전국역사교사모임에서 세번째 역작으로 통합된 <살아있는 역사 교과서>를 출간할 것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