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지도 못하게 이벤트에 당첨이 되었습니다.

작년 가을 정도엔가?

[황혼녘에 생긴 일]이란 연극을 보러 갔었습니다.

유명세를 가지고 있는 스타급 작가에게

한 형사가 접근합니다.

그리고 말하지요.

당신이 쓴 모든 범죄 소설 속의 이야기는

당신이 직접 저질렀던 사건들이라고 협박을 하지요.

그러자 그 작가가 말합니다.

그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있냐고 황색 저널들이

매일 그 이야기를 하지만

그냥 그렇게 넘어갈 뿐이라고,

그리고 태연히 형사를 죽이고 연극 시작할 때처럼

그 날의 상황을 이야기하며 권태로운 일상을 맞지요. 새로운 소재를 이야기하면서요.

한 낮에 아무도 호응하지 않아 혼자 본 연극이었던 이 작품에 상당히 빠졌었습니다.

작가의 이야기 펼쳐나가는 방법이 녹녹치 않게 느껴졌고,

수미상관법은 저에게 상당한 매력으로 다가오곤 하거든요.

그 당시 작가였던 뒤렌마트의 책을 나름대로 모아서 읽었습니다.

그리 많지는 않았는데, 구하지 못했던 [로물루스 대제]를 오늘 하더군요.

게다가 이벤트로 보니 정말 감사한 공연이었지요.^.^

 

전 로물루스 대제가 로마의 건국자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연극 내용을 보니 서로마제국의 마지막 황제도 로물루스 대제더군요.

로마가 망하기 전의 하룻동안의 이야기가 이 연극의 소재였습니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뒤렌마트의 상상인 지 몰라도,

연극 속의 황제는 남을 죽임으로서 나의 조국이 되어버린 잔인한 존재인 로마를 망하게 하려고

결심합니다. 아무 것도 안하는 황제가 되어, 그리고 그 일에 성공합니다.

이 연극에서 아마도 뒤렌마트는 자신이 말하고 싶었던 국가관을 모두 피력한 듯합니다.

거대한 제국을 두려워하고, 국가라는 허상을 증오하는 로물루스는

딸에게 말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라고, 나의 조국은 어찌하냐고 묻는 딸에게 그렇게 대답하더군요.

국가가 많은 살육을 하였기에 나에게 조국이 된 것이라고 그것을 위하여 사랑을 포기하지 말라고.

상당히 매력적인 말이었습니다. 제국이 되기 위하여 지나온 역사를 슬퍼하는 그의 모습은

오늘날의 현실과도 그리 다르지 않아 많은 것을 생각나게 하더군요.

 

문학 작품을 연극으로 볼때 최고의 매력은

읽어야할 텍스트가 내 눈 앞에서 읽혀진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그 배우들이 대사 전달력이 정확할 땐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 공연을 한 공연단은 그 기본기에 워낙에 충실한 극단이었습니다.

역시 명작을 꾸준히 올리는 서울시극단의 대사전달력은 최고인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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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룸 2004-10-03 0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soyo12님 서재에만 오면 연극이 마구 땡겨서 미칠것 같아요~~>ㅂ<
사진만 봐도 막 두근거린다니깐요!
흑흑..하지만 연극은 제겐 너무나 먼 존재인지라...그저 소요님이 보여주시는 것들에 침흘리는 것만으로 만족할랍니다...^^a

soyo12 2004-10-03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님을 팍 땡기게 할 방법으로 음.......아주 이쁜 꽃미남이 나오는 연극을 제가 한번 선정해봐야할까요? ㅋㅋ 얼마 전에 유지태는 연극 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