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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챈, 커튼 뒤의 비밀 ㅣ 세계추리베스트 19
얼 데어 비거스 지음, 김문유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반 다인이 절대 하지 말라던 것 중의 하나가
중국인을 탐정으로 등장시키지 말라는 거였던가?
왜 하필이면 중국인이었을까 생각해보면
당시 1920년대에 서양인들이 보는 중국인들은 어쩌면 마술을 하는 신기한 이방인이어서 그랬는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비슷한 시기에 씌어진 이 책은 탐정을 그것도 어쩌면 자국의 미국 탐정보다 유능한 탐정으로 중국계 이민자, 하와이의 한 집안에서 집안 일을 하는 하인에서 경찰로까지 성공한 입지전적인 인물을 내세우고 있다.
물론 그도 맹목적으로 미국에 대한 충성을 바치는 면이 종종 보이고는 있지만,
그는 중국인으로 마술이나 영험한 능력이 아니라,
끈질긴 참을성과 깊은 성찰을 미덕으로 삼는다.
이 소설은 이러한 찰리챈, 혹은 뚱뚱한 중국 경찰이 등장하는 세번째 이야기다.
추리 소설 작가들은 세번째의 소설 정도에 오면 왠지 로맨스를 넣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나보다.
물론 이 소설 속에서 11번째 아들을 얻는 찰리 챈을 둘러싼 로맨스가 아니라,
그의 친구의 로맨스지만, 사건의 추리 중간중간에 상당히 세심하게 그리고 중요하게 묘사된다.
그게 꼭 나쁘단 건 아니다. 나도 추리 소설 속에 등장하는 약간의 남녀간의 긴장은 즐기는 편이니까,
하지만 이 소설은 그 로맨스를 기반으로 하여 책장을 한장 한장 넘기는 데에는 정말 경쾌하지만
막상 범인은 허탈하다.
뭐랄까? 우리에게는 아무런 힌트도 안주고
자기만이 범인을 잡아버린 그런 느낌?
찰리 챈 최고의 작품이란 말을 얼핏 읽기는 했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