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페일레스 > 무라카미 아사히도 포럼 연재

At 11:58 AM 98.6.23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대학교 3학년입니다. 제가 있는 세미나의 선생님은 오랫동안 백수 생활을 했었고, 파칭코로 돈을 벌어서 부인을 먹여살렸다고 합니다(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힘들었던 듯). 부인을 다녀오세요 하고 일터에 내보낸 뒤 빨래랑 설거지를 하는 매일이 정말 즐거웠다는 이야기를 듣고(10년 정도 그렇게 한 듯), 저도 인생을 한가로이 보내려고 생각했습니다. 그 선생님은 취직 따위의 상담을 할 때, 아직 모두 20살 근처니까 천천히 결정하면 돼요 하고 귀여운 얼굴로 얘기합니다.

  상당히 좋은 선생님이군요. 저도 20대 초반에 한 해 정도 "주부"를 했습니다만, 꽤 좋았습니다. 그런 이유로 저는 대부분의 집안일에 능숙합니다.

  그렇지요. 20살 정도로 "스스로가 무엇을 하고 싶은가" 따위 모르는 거지요. 저는 29살 때에 "그렇지, 소설을 쓰자"고 생각했습니다. 뭐, 천천히 합시다.

  무라카미 하루키

번역: 페일레스



  "CD-ROM판 무라카미 아사히도 - 스메르쟈코프 대 오다 노부나가 가신단"에 실려있는 질문과 답변 중에서 재미있는 것들을 번역해서 올려보려고 한다.   이 책에는 "스푸트니크의 연인"을 집필하는 동안 하루키가 썼던 이런저런 수필들과 함께 자신의 홈페이지 '무라카미 아사히도'를 운영하던 1998년 2월 24일부터 1999년 11월 18일까지 독자들과 주고 받은 4107통의 이메일이 CD-ROM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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