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감상에 관해서-2>

술에 입문하는 사람들은 또 다른 난관에 부딪치게 된다. 그들은 그들이 실제 생활에서 본 것들을
똑같이 그려내는 화가의 솜씨를 칭찬하고자 한다. 그들이 제일 좋아하는 그림은 '실물과 꼭 같이'
닮아보이도록 그린 그림이다. 물론 이같이 실물처럼 표현해 내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도판 9> 뒤러 : 산토끼

 



<도판 10> 렘브란트 : 코끼리

시적인 세계를 충실하게 표현하는데 쏟아부은 그들의 끈기와 솜씨는 정말 찬양할 만하다.
과거의 위대한 미술가들은 세밀한 데까지 조심스럽게 기록된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뒤러의 산토끼를 그린 수채화 습작 (도판 9)은 이처럼 가상스러운 끈기를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그러나 렘브란트(Rembrandt van Rijn)가 그린 코끼리의 소묘 (도판 10)를 세부 묘사가 덜
되었다고 해서 누가 감히 그의 작품을 좋지 않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사실 렘브란트는 목탄으로
그린 몇개의 선만으로도 코끼리의 주름진 피부의 느낌을 우리들에게 확실하게 보여주는 그런 요술을
부리고 있다.

러나 '실물과 꼭 같이' 보이는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비위를 거슬리게 하는 것은 스케치 풍의
화법만이 아니다. 그들이 더더욱 거부감을 느끼게 만드는 것은 그들이 보기에 부정확하게 그려졌다고
고 생각되는 것들로서, 특히 거기에 대해서 미술가가 '보다 더 잘 알고 있어야 할' 현대의 작품들에
대해서 그러하다. 사실 현대 미술에 관한 논의에 있어서 흔히 들리는 불평인 자연 형태의 왜곡의
문제는 별로 이상할 것이 없다.

디즈니의 영화나 만화를 본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알 수 있듯이 사물을
보이는 대로 묘사하지 않고 다르게 변형시켜서 묘사하거나 때로는 왜곡시키는 것일 옳을 때도 있는
것이다. 미키 마우스는 실제의 쥐를 닮은 데가 거의 없지만 독자들은 그 꼬리의 길이에 대해서
신문에 격분한 투서를 보내지는 않는다. 디즈니의 매혹적인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들은 더 이상
고유명사의 '미술'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는다. 그들이 디즈니 쇼를 보러갈 때에는 현대 미술 전시회
에 갈 때와 같은 편견으로 무장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한 현대 화가가 어떤 것을 자기 나름대로
그렸다면 그는 그 이상 더 잘 그릴 수 없는 솜씨가 서툰 사람으로 간주되기 쉽다. 그런데 우리가
현대 미술가들을 어떻게 생각하든지 간에 우리는 그들이 '정확하게' 그릴 수 있는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안심하고 믿어도 좋다. 설령 그들이 정확하게 그리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렇게 하지
않은 그들의 이유는 월트 디즈니의 이유와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도판 11> 피카소 : 암탉과 병아리들

도판 11은 현대 미술 운동의유명한 선구자인 피카소(Pablo Picasso)가 그린 것으로 <<박물지>>에 실린 삽화의 도판이다. 아무도 암탉과 솜털이 보송보송한 병아리들을 그린 이 매력적인 그림에서 결함을 발견할 수는 없을 것이다.

 


<도판 12> 피카소 : 수탉

그러나 그가 수탉(도판 12)을 그릴 때는 단순히 닭의 모습을 재현해내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수탉의 공격성, 뻔뻔스러움과 우둔함을 표현하고 싶었다. 다시 말하자면 그는
풍자화법에 의지한 것이다. 그러나 이 풍자화는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가!

출처 : http://www.artvus.co.kr/art_story/story_4th.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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