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일

-박수근의 그림에서


                                               

                                                            장석남

 




인쇄한 박수근 화백 그림을 하나 사다가 걸어놓고는

물끄러미 그걸 치어다보면서

나는 그 그림의 제목을 여러가지로 바꾸어보곤 하는데

원래 제목인 '강변'도 좋지만은

'할머니'라든가 '손주'라는 제목을 붙여보아도

 가슴이 알알한 것이 여간 좋은 게 아닙니다.

 그러다가는 나도 모르게 한 가지 장면이 떠오릅니다.

그가 술을 드시러 저녁 무렵 외출할 때에는

마당에 널린 빨래를 걷어다 개어놓곤 했다는 것입니다.

 그 빨래를 개는 손이 참 커다랐었다는 이야기는 참으로

장엄하기까지 한 것이어서 聖者의 그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는 멋쟁이이긴 멋쟁이였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또한 참으로 궁금한 것은

그 커다란 손등위에서 같이 꼼지락거렸을 햇빛들이며는

 그가 죽은 후에 그를 쫓아갔는가 아니면 이승에 아직 남아서 어느 그러한,

장엄한 손길위에 다시 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가 마른 빨래를 개며 들었을지 모르는

뻐꾹새 소리 같은 것들은 다 어떻게 되었을까.

내가 궁금한 일들은 그러한 궁금한 일들입니다.

그가 가지고 갔을 가난이며 그리움 같은 것은 다 무엇이 되어 오는지......

저녁이 되어 오는지...... 가을이 되어 오는지......

궁금한 일들은 다 슬픈 일들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