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눈물 - 서경식의 독서 편력과 영혼의 성장기
서경식 지음, 이목 옮김 / 돌베개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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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서 나를 아끼고 사랑한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지만, [왕자와 거지] 등을 읽었을 때에는 대개의 아이들이 한번쯤 상상하는 것처럼 나도 이따금 "언젠가 진짜 부모님이 나를 데리러 오시지 않을까?" 몽상했다. 어머니는 자주 "우리 애들 중에서 경식이 너만 다리 밑에서 주워왔단다"라며 농담을 하셨는데, 그런 말을 들을 때면 나는 슬퍼지기도 했지만 거꾸로 "엄마 말이 정말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내가 꿈꿨던 '진짜 부모님'은 동화 속에 흔히 등장하는 돈 많은 부자나 귀족이 아니라 그저 평범한 일본인이었다. 겨우 일고여덟살 밖에 되지 않은 어린아이가 어떻게 그런 몽상을 했던 것일까? 누군가 "어린아이의 세계에 민족 차별이란 없다"고 했다. 그 말은 진정 사실일까?

실제로 당시 어린 나의 머릿속에 민족이나 국가 같은 거창한 관념은 싹트지 않았었다. 하지만 나 자신이 주위의 아이들과 다른 소수파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어씩에 그 점을 막연하게나마 불행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쉽게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이른 시기부터, 아니 세상에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소위 오염된 공기를 호흡하는 것처럼 어른 세계에 가득한 고뇌와 비애를 그 작은 몸에 받아들이는 듯하다.-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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