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y and Gold      by    John Rogers Cox, 1942

존 로저스 콕스의 [잿빛과 금빛], 클리블랜드 미술관.
* 책에 실려있는 도판은 위 두 이미지의 중간 색조입니다.

 

인디애나에 살았던 예술가들을 집중적으로 다루지 않는 한, 예술사에서 존 로저스 콕스라는 이름을 발견하기는 힘들다. 그의 예술 작업의 절정을 보여주는 이 초기작을 클리블랜드는 놓치지 않았다.

이 그림은 예사롭지 않은 작품이다. 제목의 잿밫은 어디에서 나온지 쉽게 알 수 있다. 바로 아주 음산한 하늘이다. 이는 한창 사납게 몰아치고 있던 2차 세계대전을 반영한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정작 하늘을 그리 사나워 보이지 않는다. 하늘은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고, 구름이 겹겹이 솟아올라 있어 마치 자연이 그로부터 도망치지 못하도록 화가가 막아놓은 듯하다.

금빛은 물론 곡물이다. 논밬은 잔디처럼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고 전체적인 선이 한결같이 고르다. 보면 볼 수록 이 풍경은 참으로 비현실적이다. 짧게 깎인 풀밭에도 철사 울타리가 둘러져 있다. 네 갈래 길은 우리가 상상으로 어느 한 길을 택해서 갈 수 있도록  이끈다. 우리는 논밭 사이의 언덕길을 넘어갈 수도 있고, 언덕을 내려와 그 곳에서 멀어질 수도 있으며, 논밭 옆을 그냥 지나칠 수도 있다. 하지만 논밭을 완전히 통과할 수는 없다. 그 끝은 너무 멀리 있고, 우리는 좀처럼 그곳에 다다를 수 없다. 전신주들마저도 우리에게서 점점 더 멀어져간다. 이 때문에 이 그림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 작품이 된다.

어느 미술관이든 전시할 공간보다 더 많은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고, 그래서 이 미술관의 큐레이터들이 이 작품을 보관소로 보낼 때마다 항의가 빗발쳤다고 한다. 대중의 요구에 따라 이 작품은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콕스는 그리 유명한 화가는 아니지만, 이러한 호응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묘하게 황량한 분위기를 띠지만 그것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매력이 충만한 작품이다.

존 로저스 콕스 John Rogers Cox [1915-1990]

[잿빛과 금빛]은 비범한 그림이지만, 대형미술관에 전시된 것은 뜻밖이다. 그리 유명하지 않은 화가 존 로저스 콕스의 유화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것으로 이 화가의 미래가 창창해졌을 법도 한데, 웬일인지 그렇지 못했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당시 뉴욕에서 열린 한 대회에서 콕스가 [잿빛과 금빛]으로 입상했을 때 그의 나이는 27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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