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초원의 집 - 시공주니어문고 3단계 23
로라 잉걸스 와일더 지음, 김석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03년 1월
평점 :
절판
어렸을 때 TV에서 해 주던 이 드라마를 보려고 일요일 아침에 눈부비며 일어났던 기억이 난다. 드넓은 초원위의 통나무집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가족의 이야기. 추억의 TV시리즈는 왜 재방 안해주는지 모르겠다. 홍콩영화들은 지겹도록 틀어주면서. 쩝.
드라마도 정말 좋았지만, 역시 원작이 더 좋다. 이 좋은 책이 왜 달랑 이것만 나오고 안 나오는지도 의문이다. 로라가 커서 결혼해서 사는 것까지 8권 정도 되는 것 같던데, 우리나라에서 지금 구할 수 있는 건 [큰숲의 작은 집]에서 [초원의 집]으로 이름만 바꿔 단 시리즈의 첫권뿐이니 아쉬울 따름이다. 빨강머리 앤의 완역본도 새로 나온 지금, 초원의 집 완역본도 빠른 시일 내에 나와주기를 애타게 바랄 뿐.
서부개척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책을 읽다 보면, 뭐든지 돈만 주면 살 수 있는 지금보다, 필요한 물건은 뭐든지 직접 만들어 써야만 했던 그 시절이 훨씬 풍요로왔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집 옆의 수퍼만 가면 필요한 물건을 뭐든 사 올 수 있게 되었지만, 그렇게 되면서 뭔가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것 같기도 하다.
나무를 베어 직접 지은 통나무집의 다락에는 호박이며 당근, 양파에 고추, 종이로 꽁꽁 싸매놓은 그슬린 햄까지 온갖 먹을 거리가 쌓여 있고, 그 곳에서 엄마가 만들어 주신 옷을 입은 여자아이들이 옥수수 자루로 만든 인형을 가지고 놀고 있다. 조금 더 크면 아마 엄마가 헝겊으로 인형을 만들어 주실 것이다. 꼬았다 푼 털실로 머리카락을 만들고 눈은 까맣게, 입술은 빨갛게 그려넣은 예쁜 인형을.
버터를 만드는 것은 또 어떤가. 크림을 떠내 운두높은 도자기 그릇에 담아 따뜻하게 데운 뒤, 색깔을 예쁘게 하기 위해 당근즙을 첨가하여 뒤섞는 그릇에 담고 공이로 찧는다. 콩콩 찧다보면 어느새 공이 밑에는 조그만 버터 알갱이가 묻어 나오고, 뒤섞는 그릇의 나무 뚜껑을 열면 금빛 덩어리의 버터가 가득 들어있단다. 그러면 그걸 주걱으로 버터틀에 채워 넣은 뒤 잎이 두개 붙은 딸기 모양의 틀로 찍어 내는 것이다. 버터 만드는 일이 끝나면 엄마는 아이들에게 맛있고 신선한 버터 우유를 한잔씩 준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손님들과 함께 식사를 하기 위해 엄마는 달걀과 우유를 넣은 밀가루빵, 인디언식 호밀빵, 스웨덴식 비스킷등을 굽고,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와 당밀이 든 콩을 큰 냄비에 가득 차도록 요리한다. 말린 사과파이도 굽고 쿠키도 만들고 캔디도 만들었다.
캔디를 만드는 장면이 특히 아름다운데, 당밀과 설탕을 매우 진하게 끓여 시럽 형태로 만들어 놓고, 흰 눈을 가득 담은 프라이팬 위에 모양을 내어 따르면 굳어져서 캔디가 된다.
이토록 아름다운 묘사로 가득 차 있는 책이 어디에 또 있으랴. 별 다섯이 아깝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