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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오 Rouault Georges- Henri(1871~1958)

신(神)을 찬미한 현대의 단테

 

저녁놀

  루오는 1937년부터 39년까지 많은 풍경화를 그렸다. 1920년경에 그린 <교외의 그리스도>, <성탄절 풍경> 등에 비하면 화면(색조)이 맑아졌다. 이미 그의 풍경화는 시각의 자연에서 심각(心覺)의 자연으로 변해 온 것이다. 구도나 여기 등장되는 건물, 인물들은 물론이지만 광선 처리나 화면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종교인으로서의 심각적 감정에서 솟아난 새로운 차원의 세계이다. 그리스도와 2, 3명의 인물들이 노상에 서 있을 뿐이다. 자유로운 필치, 굵은 선, 충만된 구성 등 실로 놀라운 경지를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녹색조(綠色調)의 하늘 처리 등은 격조 높은 그의 품위를 말해 주는 듯하다.

 


저녁놀 2

CREPUSCULE

1952년 캔버스 유채 32.5X40.5Cm

도꾜 개인 소장

 


예루살렘

JURUSALEM

1954년 캔버스 유채 69X54Cm

도꾜 브리지스톤 미술관 소장

 


老王

  노왕(老王)의 표정은 몹시 침통하다. 이 작품에서는 왕의 권위나 위신 등은 찾아볼 수 없다. 왕관 그리고 화려한 의상에서도 그와 같은 허영심은 없다. 마치 <수난의 그리스도> 나 <상처입은 도화사> 상과 일맥 상통하는 인간상이다. 신비롭게 가라앉은 화면 처리는 마치 중세 시대의 '글라스 회화'를 연상시켜 준다. 사인이 없는 것을 보면 다시 가필하려는 작가의 고원(高遠)한 인간상을 물씬 느끼게 된다. 한편 이 작품은 루오 인간상의 작품 중에서 가장 작가의 정신 내부를 잘 표현한 걸작이다.

 


受難(수난)에서(같은 밤 함께 죽어)

  그리스도 좌우로 두 사람이 그려졌는데 이 사람들은 모두 도적들이다. 한편 그리스도의 머리 위로부터는 은은하게 광선이 흐르고 있다. 핏빛으로 물든 골고다 언덕(화면 좌측) 아래로부터는 달이 떠오르고 있다. 뿐만이 아니라 은은한 광선은 하반신을 비추고 있다. 화면 구석구석에까지 드라마틱한 처리를 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바 있지만 화면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마치 액자의 테두리) 부분의 수법은 주인공들을 돋보이게 하는 데 효력을 보고 있는 것이다. 뿐만이 아니라 여기 루오의 심원한 회화성이 있다. .

 

受難(수난)에서(여기서 이 세상은 없어지고 새 세계가 탄생했다)

  화면에 골고다 언덕은 가운데, 그리고 좌우로 십자가가 그려 있을 뿐 언뜻 보아 적적하고 음산하고 무섭다. 십자가는 하늘을 향해서 치솟아 있을 뿐, 모든 지상의 역사가 이미 종말을 고하는 듯한 느낌조차 든다. 우리 나라에서도 시화전이 가끔 열리고 있으며 앞으로도 열릴 것이다. 그런데 화가가 작가의 뜻을 표피적(表皮的)으로 설명하려는 경향이라면, 루오의 작품은 인간의 예술적 영감의 표현이라고 하는 것이 좋을는지 모르겠다. 그저 루오의 그림이 심원하고 신비롭기만 하다. 후일 다시 보게 되면 필경 새로운 양상으로 감명을 받게 될 것이다.

 


受難(수난)에서(너희들은 이 세상의 어려움을 아느냐?)

  앙드레 슈아레스의 종교 시집 '수난'(1939년)의 삽화 12매 가운데 10매를 뽑아 동판화를 새로이 유화로 제작한 것이다. 슬픈 사연에 잠긴 여인들과 대화하는 장면을 그렸는데 박진 감에 넘쳐 흐른다. 멀리 달이 떠 있으며 엄숙한 분위기 표현에 성공한 작품이다. 루오의 작품이 모두 그러하듯이 단조롭게 보이지만, 내용에서 풍겨 나오는 이야기는 보다 깊은 데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受難(수난)에서(모든 이의 惡의 지식)

  유리와 같은 투명한 배경 앞에 서 있는 두 사람의 나상은 대화하는 형태로서 중후감이 넘쳐 흐르고 있다. 화면이 양분되기 쉬운 위태로움을 안고 있지만, 두 사람 모두가 다리를 벌려 그 위태로움을 덜어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하반신이 상반신에 비교해서 짧게 표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안정감있게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두 사람 모두의 바깥쪽 다리가 상반신을 받쳐 주고 있기 때문일까? 색채도 대조적인 색을 사용했음에도 품위가 한층 높아 보인다. 중량감이 넘쳐 흐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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