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 Travels 쉬 트래블스 1 - 라틴 아메리칸 다이어리 1
박정석 지음 / 효형출판 / 2001년 6월
평점 :
절판


왠지 모르게 중남미는 위험하고 더럽다는 인상을 오랫동안 갖고 있었다. 긴 여행(특히 해외)을 동경해온(지금도 하고 있지만) 그 오랜 시간동안, 한번도 멕시코나 에콰도르, 콜롬비아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해 본적이 없었다. 볼 것도 별로 없으면서, 무지무지 지저분하고 무지무지 불편할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아마 할리우드 판 서부영화에 등장하는 멕시코는 모래먼지 날리고 선인장이 뜨문뜨문 서있는 황폐한 풍경이 대부분이었고, 중남미인들은 '나, 영어 잘못한다. 우리, 친구다.'식의 어설픈 영어와 '아디오스, 아미고' 밖에 모르는, 조금은 덜떨어진 부류였던 탓에 그런 이미지가 굳어진 것일지도. - 콜롬비아는 깊은 숲속에 숨겨진 마약공장에 지나지 않았고.

그러다가 TV에서 칠레 관련 프로그램을 보고, 우와 칠레 예상과는 달리 깨끗하고 좋아보이네.. 하면서 조금 관심을 갖긴 했지만, 여전히 중남미 = 볼거없고 더럽고 불편하고 못사는 나라들이 옹기종기 붙어있는 곳. 이었는데

'이렇던 제가 . 이 책을 읽고나니 아, 멕시코! 아, 콜롬비아! 가고싶다,가고싶어!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1권만 읽은 관계로 페루나 에콰도르에 대해서는 아직...)

사진이 흑백이라 너무너무 아쉬웠지만(다시 나온다면 꼭 컬러로 나와주었으면.) 흑백사진만 봐도 그 아름다움을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같이 구입한 다른 여행기에 비해 글도 꽤 괜찮은 편이었다. 여행지에 대한 자세하고 정확한 지식을 전해주지는 않았으나, 그걸 기대한 것은 아니었으므로 전혀 상관없었다. 50페이지만 읽고 자야지 하다가 결국 다 읽고 잤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다만 한가지 마음에 안들었던 것은, 중미 여행기 부분에 자주 등장한 무기력하기 짝이 없는 감상과, 타인에 대한 냉정함 정도. 자기에게 호의를 베풀어주었거나, 짧은 시간이나마 함께 지낸 사람들에 대한 냉정하기 짝이 없는 평가는 좀 너무하다 싶었다.

그리고 원해서 하는 여행을 하면서도 그렇게 자주 맥이 빠져서 잠이 들어야했고, 침대위에서 죽어가야했고, 자주 한숨을 쉬고 허탈해하고 실망하고 허무해하고, 다른 관광객을 보면서 저 즐거움의 반만 나를 줬으면하고, 슬퍼지고 온몸에서 힘이 빠져야 하는지.

그것만 빼면 오랜만에 만나는 아주 꽨찮은 여행기였다. 오늘 주문한 2권이 빨리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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