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끼다시 내 인생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졸업하고 처음 나간 동창회
똑똑하던 반장놈은 서울대를 나온 오입쟁이가 되었고
예쁘던 내 짝꿍은 돈에 팔려 대머리아저씨랑 결혼을 했다고 하더군
하지만 나는 뭐 잘났나

스끼다시 내 인생 스포츠신문같은 나의 노래
마을버스처럼 달려라 스끼다시 내 인생

이사와서 처음 나간 반상회
영이엄마 순이엄마 잘났다고 떠들어대는 게 지겨워
반상회비 던져주고 나오는데 좀 조용히 살라네
그것도 노래라고 하나요
그래 내가 뭐 잘났나

스끼다시 내 인생 스포츠신문같은 나의 노래
마을버스처럼 달려라 스끼다시 내 인생

취직하고 처음갔던 야유회
맘에 두던 미스리를 배불뚝이 부장 치근덕거려 죽겠네
매일 낮 점심시간 둘이 만나 쿵덕쿵 그 짓거리
소문이 사실이 아니길
하지만 나는 뭐 잘났나

스끼다시 내 인생 스포츠신문같은 나의 노래
마을버스처럼 달려라 스끼다시 내 인생

스매끼리 찾아라
임성훈 등장했다 아침이다
이다도시 시끄러워
스끼다시 내 인생
언제쯤 사시미가 될 수 있을까
스끼다시 내 인생

 

- 사실 '스끼다시' 라는 말이 별로 마음에 들진 않지만
  그래도 '곁들이안주' 내인생, 하면 웬지 이 노래의 감칠맛과는 안 어울린다.
  동그랗게 생긴 목소리 좋은 저 아저씨, 마음에 든다.
  삼미수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일것 같은. 분명히 그런 느낌.

  마을버스처럼 달려라~   이 부분이 최고로 좋다.
 

 

+) 거짓말처럼 더위가 사라지고 비가 우루룩 온다.
    잠들지 않으면 자꾸만 기분이 쏟아질 것 같아서, 사실 불안했는데,
    이 노랠 들으니,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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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4-08-18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콘센트가 모자라서 스피커 플러그를 뽑아놨는데... 집에 가서 들어야쥐.
왜 잠을 못 자고 헤매고 다녀요? 그럼 피부 미용에 안 좋단 말이죠.
심심하면 좀 일찍 서재 들어와서 댓글 달기하고 저랑 놀든가. 새벽 3시는 저한테는 무리에요, 아...

하얀마녀 2004-08-18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찌라시란 단어도 그렇죠. 다른 말로는 맛이 달라지더라구요. ^^

hanicare 2004-08-18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으면 안돼! 스끼다시 인생은 오래 버텨야 제맛이죠^^
이거 퍼갈게요. 노래에 흐르는 정조가 마음에 들어요.

어디에도 2004-08-18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저도 댓글 달기 놀이 하고 싶어요.
->하얀마녀님 처럼요. 히히.(댓글의 왕자, 멋진 마녀님!)
하니케어님. 고맙습니다. 안 죽을게요!

로드무비 2004-08-19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스끼다시가 너무 좋아요.
이번에 부산 가서도 제부가 사주는 회를 먹었는데
스끼다시가 정말 장난이 아니었어요.^^
어디에도님, 잘 지냈죠?^^
 

자전거를 오랜만에 탔더니 우습게도 몸살이 났다. 온 몸이 욱신욱신 거리고 특히나 손목이 아파서 마우스를 쥘 수가 없었다. 누워 있다보니 오즈의 마법사, 양철 나무꾼이 생각났다.
기름칠, 기름칠이 필요해. 나는 자전거를 손목으로 타거든.

 

자전거를 처음 배운 건 스무 살 때였다. 그것도 배우려고 해서 그런 것도 아니고 정말로 어쩌다보니, 한 마디로 우연이었다.

한창 날씨 좋은 4월 말 즈음, 한 학번 높은 선배가 동아리 방으로 오더니 다짜고짜, 나랑 같이 여의도 갈 사람~! 하면서 선착순을 외쳤다. 여의도 무슨 회사에 서류를 내러 가는데 혼자 가면 심심하다나 어쨌다나 하면서. 같이 가주면 밥도 사주고 술도 사주고 어쩌고 하면서 꿀도 잔뜩 발랐는데 나 빼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수업이 있네 어쩌네 하면서 도망을 가버려 어쩔 수 없이 내가 낙찰되었다. 사실 별로 친하지 않은데다 동아리 방에도 자주 안오는 선배라
아, 오고가는 시간동안 쌓여 갈 어색함을 이내 몸이 어이할꼬, 하는 암담함을 가지고 나는 무거운 발걸음을 가벼운 척 옮겨야만 했다. 헌데 예상외로 그 선배는 말도 많고 재미도 있어서 나는 그냥 듣거나 웃거나만 하면 되었던, 별로 나쁘지 않은 왕복운행이었다.

여차저차해서 볼일이 끝난 그 선배. 이제 돌아가서 뭘 얻어 먹나, 만을 즐겁게 고민하던 내게 갑자기 물었다.
-
날씨도 좋은데 이왕 여기 온 김에 자전거나 타다 갈래?
-
우우, 저도 그러고 싶지만 저는 자전거 탈 줄 모르는데요.
-
뭐야, 그 나이 되도록 자전거도 안 배웠어? 걱정마, 내가 가르쳐 줄게.

아아, 친하지도 않은 사람 앞에서 우스운 몸부림을 선보여가며, 몸치 운동치 인것까지 드러내가며 과연 자전거를 배워야 하나. 우물쭈물. 그런데 선배는 이미 자전거를 빌리고 있었다.

드라마에 숱하게 나오는 자전거 타기 가르치는 장면.
꼭 잡고 있어야 돼. -알았어.
절대로 놓으면 안돼. -아, 알았다니까. 걱정하지마.
정말이야. 손 놓으면 나 화 낼거야. -그래, 달려~

여자가 달리기 시작하면 죽어도 잡고 있겠노라 철썩같이 약속한 남자는 당연하다는 듯 슬금 손을 놓고, 여자는 혼자 어멋어멋 거리며 주욱 나가다가 결국 쿵 넘어지고
그에 남자는 놀라서 달려들고 울고 웃고 피나고 몰라몰라 어쩌고 저쩌고.

막상 자전거를 앞에 놓으니 나도 모르게 그런 장면이 막 상상이 되어 혼자서,
뭐야- 나 오늘 드라마 한 편 찍는거냐, 하며 피식 웃긴 했지만, 그 선배와 나 처럼 어색한 사이에서 그런 일이 생기리라고는 절대로, 기대 안한 것은 아니었다. (뭔 소리야)

-자, 봐라. 간단하다. 쓰러지지 않으려면 속도가 있어야 돼. 올라타면 무조건 빨리 페달을 밟아.  
 
그리고 알지? 쓰러지는 쪽으로 핸들을 꺾어라. 그 두 가지만 알면 금방 배울거야.
-
네... 저...
-
걱정마. 내가 뒤에서 꽉 잡고 있을테니까, 내가 말한 대로만 해라.

머리 속으로 계속 되뇌었다. 흠, 속도와 핸들꺾기. 속도와 핸들꺾기.
나는 안장에 올라탔다. 그리고 발을 힘차게 구르기 시작했다. 절대로 놓으면 안돼욧! 이딴 말을 내뱉을 겨를도 없이 나는 앞으로 튀어나갔고 계속 속도, 속도, 하면서 발을 내두르고 손목이 끊어져라 핸들을 부여잡고는 왼쪽오른쪽 지르기에 바빴다. 어느새 바람이 시원하게 이마에 와 부딪기 시작했고 얼결에 좋아서 히죽 웃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안 넘어지고 잘 달리고 있는거였다. 그제서야 뒤에 붙어 있을 선배가 생각나서 발을 내려 자전거를 멈추고 돌아보니,
선배는 내가 출발했던 그 자리 그대로 붙박이로 서서는 나를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야, 너 왜 거짓말 했어. 자전거 탈 줄 아는 녀석이.
-
아, 아닌데요. 정말 오늘 처음 탄 건데요.
-너 진짜 웃긴다. 보기보다 운동신경이 좋은건가.

그 때부터 나는 자전거를 사랑하게 되었다. 누가 나를 보고 둔하다는 단어의 둔, 자만 꺼내도 나는 호기롭게, 이거 왜 이러셔- 이래뵈도 자전거를 하루 아니 10분만에 배운 몸이셔- 라고 외치면서 그들의 말을 일축하곤 했는데, 우스운 것은 역시나 내 미약한 운동신경을 증명이라도 하듯 내 실력은 항상 그대로, 처음 배운 그 날에서 조금도 늘지를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내가 자전거 타는 모습을 보면 사람들은 모두 텔레토비처럼 입을 모아 똑같은 말을 한다.
-
너 꼭 술 취한 사람이 타는 것 같아. 

나는 나름대로 열심히 바르게 행진을 하는 것인데,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갈 지 자로만 간다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자전거를 한 대 장만한 후 그렇게 바퀴가 닳도록 연습을 해도 내 실력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겁이 많다는 걸 깨달았을 뿐.

가까운 곳에 대학교가 있는 동네로 이사했을 때, 그 곳을 누비리라, 하며 장만했던 자전거는 넓은 그 캠퍼스 안에서는 정녕 빛을 발했고 얕은 경사의 길쭉한 내리막 길이 있는 그 학교는 내 얼굴에 바람과 낙엽을 선사하며 진정 내 보물덩어리로 급부상했지만, 그 학교로 오고가는 왕복 15분의 거리는 정말로 내게 지옥이었다. 보도블럭의 울퉁불퉁함이 나를 흔들고, 그 위를 걸어다니는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내리게 하고(나는 멈춘 자전거 위에 앉아서 중심잡기를 못한다), 그런게 싫어서 찻길로 내려가면 슝슝 옆을 스치는 자동차들의 압력에 휘청거리고... 나는 행복한 자전거 타기를 위해서 매번 '자전거 질질 끌고 왕복 15분'의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다.


어쨌거나 나는 자전거를 사랑한다. 정말로 잘 타게 되어서 그걸 타고 어디든지 누빌 수 있게 되기를 계속 기대하고 있다. 자전거를 한 번 타면 비틀비틀 중심을 잡느라고 핸들이 부서져라 힘을 주는 덕분에 손목이 욱신거려서 다음 날 아무 것도 못하지만, 그래도 나는 자전거가 좋다.

정말로 잘 타게 되는 어느날, 멋지게 하이킹을 떠나는 내 모습을 상상하면, 나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헤벌쭉-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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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care 2004-08-16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케이트는 정말 어디에도님처럼 그렇게 배워서 꼭 고모냥으로 늘지 않았구요.자전거는 두려워하다 끝내 모든 사람을 두 손 들어버리게 했습니다.자전거타는 사람 정말 부러워요.흑.

하얀마녀 2004-08-16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엠비씨 베스트 극장 보는 줄 알았어요. ^^

물만두 2004-08-16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전거 타다 전봇대에 정면 충돌한 기억이 나는군요. 그 이후 절대 안탄다는...

어디에도 2004-08-16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anicare님, 흣흣. 저는 자전거 타는 사람이예요! (어설픈 염장질) 그런데 정말 '고모냥' 이란 단어가 가슴에 와 박힙니다.^^
하얀마녀님, 그런 엄청난 칭찬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시는군요. 아아 역시 꽃총각은 달라(-_-)
물만두님! 님의 저 댓글을 보니, 님의 아픔은 외면한 채 갑자기 이 말이 떠오릅니다.
역시 물만두님이야... ;

urblue 2004-08-16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전거 안 탄지 꽤 됐네요. 고향에 있을 때 자전거 타고 호숫가를 돌곤 했는데. 언제, 같이 자전거나 탈까요? 근데 저는 꽤 잘 탄단 말이죠. ^^
퇴근해서 자다가 지금 일어났어요. 갑자기 무쟈게 배가 고프네요.
요즘 저녁마다 거의 자느라고 암것도 못하고 있지 뭐에요. 그래도 팡야는 자주 하고 있으니 다른 거 할 시간은 더더구나 없지요. 팡야.라고 골프 게임이랍니다. 이제 슬슬 지겨워지는데 다른 거 할 게 없어서 계속 하고 있다는...^^;
아, 밥 먹으러 갑니다.

어디에도 2004-08-16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자전거를 타고 호숫가를 돌다. 멋집니다! 저도 데려가서 같이 돌아요. 대신,
자전거는 2인용으로 타요. 님이 앞에 타시고 저는 뒤에 타서 발 구르는 시늉만 하면서
호수를 낼름낼름 구경할게요.
팡야!

 

 

 

 

 

 

 

 

 

 

 

 

심심해서 검색해봤다는... 럭셔리 골프게임이로군요! 저도 해보고 싶은데...음... 어려울듯.
이거 맞나요?

 


비로그인 2004-08-16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버지에게 배웠어요. 스무살 적에요. 맞아요. 슬금슬금 손을 놓으시고 나무그늘에서 쉬시더라구요. 제가 자전거 배우는 긴 시간 동안 심심하셨을텐데 운동장 몇 바퀴를 돌 때까지 오랫동안 기다려주셨어요. 구부정한 아버지의 뒷모습이 기억나요. 그리워요, 많이요. 그대와 첨 만났지, 반짝이는 쇼윈도 해밝은 여름, 나른한 오후에서~헤헤..

urblue 2004-08-16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
봄에 동생이랑 올케랑 춘천에서 대학다니는 사촌 동생에게 놀러간 적 있어요. 강촌에서 하룻밤 묵었는데, 대학생들이 잔뜩 MT 와 있었지요. 대개 자전거를 타고 강변을 도는데, 2인용 자전거 탄 사람들이 꽤 되더라구요. 그걸 보고 있는데 동생 왈, '저거 남자만 죽어요. 뒤에 앉아서 지들은 재밌대지. 앞에 앉은 사람 죽어나는 줄도 모르고.' 헉... 올케, '오빠, 내가 자전거 타자고 하면 어떡할거야?' 동생, '혼자 타라.'
님이 2인용 자전거 말씀하시니까 그 생각이 나서...ㅋㅋ 저 죽는 꼴 보시렵니까?

어디에도 2004-08-17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와- 복돌이님! 웬지 저까지 덩달아서 그리워지는, 아름다운 풍경이네요.
그나저나 복돌이님은 노래도 잘하신다! (저도 그 노래 정말 좋아해요.^^)

블루님! 흐흣. 맞아요. 앞에 앉은 사람이 많이 힘들 듯. 그래도(사실은그러니까)
잘타시는 님이랑 꼭 2인용을 탈래요! ^^
 

 

"진짜라는 건 네가 어떻게 생겼는가에 달려 있는 게 아니야. 그건 너한테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걸 말하는 거란다. 어떤 아이가 너를 오래오래 사랑해 주면, 그냥 놀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로 너를 사랑하면, 그러면 넌 진짜가 되는 거야."

"그러면 아파?"

"어떤 때는. 하지만 진짜가 되면 아파도 괜찮은 거야."

"그게 태엽을 감을 때처럼 단번에 되는 거야? 아니면 조금씩 조금씩 되는 거야?"

"단번에 되는 게 아니야. 차차 되는 거야. 아주 시간이 오래 걸리지. 그러기에 쉽게 망가지는 이들이나, 뾰족하게 모가 난 이들, 그리고 살살 다루어야 하는 이들에게는 좀처럼 일어나질 않는단다. 대개 진짜가 될 때쯤에는 하도 쓰다듬어져서 털이 다 닳아 없어지게 되고, 눈도 망가져 버려. 그리고 몸 마디마디가 모두 헐거워지고 아주 초라하게 되지. 그래도 아무렇지 않아. 왜냐하면 한번 진짜가 되고 나면 다시는 미워질 수가 없거든."

-마저리 윌리암스의 <사랑 받는 날에는> 중에서

 

'진짜'가 되고 싶어요.

어쩌면 가짜 '진짜' 가 될지도 몰라요. 놀랍지 않으세요?
평생 '진짜'가 되기 위해 살아왔는데
이렇게 원하지도 생각지도 않던 순간에 가짜로 이루어진다는 건
놀랍고도 김빠지는 일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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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4-08-14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비로그인 2004-08-14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짜'진짜'.
나 자신이 '진짜'인 줄 알았는데 세상엔 '진짜'가 없다면 어떻게 하죠.
마치 천국이 있으리라고 믿었는데 죽어서 가보니 천국이란 존재하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크리스챤처럼. 아, 그러고보니 어디에도님의 마지막 문장과 비슷한 말을 해버렸구나.
에잇, 전 그냥 '짝퉁복돌이'로 살겠어요. 쿨하게 가슴은 뜨겁게.

tarsta 2004-08-14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로 그때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눈물이 떨어진 자리에서 꽃이 하나 돋아났습니다. 그 꽃은 마당에서 자라는 꽃들과는 전혀 다른 신비스러운 꽃이었습니다. 비취색의가느라단 잎이 달렸고 잎 한가운데서 황금빛 잔 같은 꽃이 피어났습니다. 그 꽃이 하도 아름다와서 작은 토끼는 그만 우는 것도 잊어버리고 꽃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곧 꽃이 활짝 피더니 그 안에서 요정이 걸어나왔습니다. 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요정이었습니다. 진주와 이슬로 된 옷을 입었고, 꽃다발을 목에 걸고, 머리에는 꽃을 꽂았습니다. 얼굴은 더할수없이 아름다왔습니다. 요정은 작은 토끼에게 다가와서 그를 안아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울어서 흠뻑 젖은 우단코에 입을 맞추었습니다.
"작은 토끼야, 내가 누군지 모르겠니?"
토끼는 요정을 쳐다보았습니다. 한번 본 얼굴인 것 같기도 한데 어디서 보았는지 좀처럼 생각이 나질 않았습니다.
"난 애기방 기적을 이루는 요정이야." 하고 그녀는 말했습니다. "난 아이들이 사랑하는 모든 장난감들을 돌본단다. 낡고 닳아버려 더이상 아이들이 갖고 놀지 않게 되면, 내가 와서 데리고 가 진짜가 되게 해주지."
"그럼 난 진짜가 아니었나요?" 하고 토끼는 물었습니다.
"그 아이에게는 진짜였지. 그애는 널 사랑했으니까. 그러나 이젠 모른 사람에게 진짜기 되는거야." 하고 요정은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작은 토끼를 보듬어 안고 숲으로 날아갔습니다. (...)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왔습니다. 그리고 봄이 되어 날씨가 풀리고 햇볕이 따스해지자 소년은 집 뒤에 있는 숲으로 놀라나갔습니다. 소년이 놀고 있을 때 토끼 두마리가 고사리숲에서 기어나와 살짝 엿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그 점들이 털사이로 보였습니다. 소년은 그 토끼의 작고 보드라운 코와 검고 둥근 눈이 어디서 많이 본 듯해서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아니, 저건 내가 아팠을 때 잃어버린 바로 그 토끼처럼 생겼는데!"
사실은 소년을 사랑으로 진짜가 된 바로 그 토끼가 그를 보러 돌아온 것입니다. 그러나 소년은 끝내 그런 줄을 몰랐습니다.

tarsta 2004-08-14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저 이야기 알아요. 책으로 가지고 있는게 아니에요. 고등학교 2학년때, 친구가 손으로 손으로, 편지지에 조금씩 베껴서 제게 들려줬었어요. 그 친구와 연락이 끊겨 너무 아쉬웠는데, 님의 글을 보니. 자꾸만 속에서. .....뭔가가 뭉클. 하네요.. (님 혹시, 나의 잃어버린 그 친구.인가요.-_-;)

어디에도 2004-08-14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 말줄임표의 의미는 무엇인지요? (김이 빠지신 건 아니죠? 아... 영화를 보러 가셨어야 했는데... 왠지 불빛이 힘이 없어 보여요. )
복돌이님... 흐흣. 짝퉁복돌이, 란 말이 왜 이르케 마음에 드나요. 앞으로 짝퉁이라고 약올려야지.흐흐흐.(맞아요. 복돌이님은 이미 쿨/핫 하시잖아요.)


2004-08-16 0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가 자란 세계는 입대신 눈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사는 무뚝뚝한 침묵의 세계였다.
그곳의 사람들은 다정하고 부드러운 말을 건네는 것을 쑥스럽고 어색한 것으로 여겼고
말을 많이 해야 하는 것조차 불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들은
예쁜 새 옷을 잘 어울리게 입은 사람을 보고 해줄 수 있는 최대의 찬사가 그저 '괜찮네'이고
좋은 상을 받아오면 말 한마디 없이 그냥 있다가 다음 날 조용히 벽에 걸어두는 게 전부이고,
우울한 사람을 위로해야 할 때 가만히 등을 쓰다듬는 대신 괜히 어깨를 툭 치며 장난을 거는,
마음은 있지만 표현이 서툴고 전하는 방법을 모르는, 그런 사람들이었다.

초등학교 시절, 마음에 드는 아이에게 연필 한 자루 사탕 한 알을 숨겼다 전해주는 대신 몰래 다가가 머리를 잡아 당기고 고무줄을 끊고 치마를 휙 뒤집는 짓을 일삼던 장난스러운 아이들처럼,
나도 그렇게 서투르게 살았다.
돌아서면서 바로 후회할 것을 알면서도 좋은 사람에게는 늘 퉁명스럽게 대했고 못되게 굴었다.
마음 속으로는 이미 그 사람의 때 묻은 발가락까지 좋아할 준비가 되었으면서도
겉으로는 늘 털털한 척 장난을 걸고 시비를 걸면서 약올리고 상처를 냈다.
마음에 담긴 것, 그 안의 말들이 조금이라도 새어나갈까 전전긍긍하면서 항상 바짝 보초를 서야했던 피곤한 시간들. 결국 내가 먼저 지쳐 나가떨어지기가 일쑤였다.


여섯 살 때까지 시골에서 살았던 나는 할머니에게 업혀서 컸다. 공립고등학교 교사였던 부모님은 4년마다 학교를 옮겨 다니셔야 했는데, 대가족을 이끌고 이사를 다니는데 지치자 아예 적당한 곳에 집을 장만하고 할머니에게 나와 형제들을 맡기셨다. 그리고 내가 태어난지 얼마 안되었을 때 조금 먼 학교로 발령받으신 부모님은 그 때부터 거의 주말에만 집에 오셨다.

엄마 아빠라는 말보다 할머니라는 말을 먼저 배워야했던 나는, 할머니가 손주를 키우면 버릇이 나빠진다-는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걸 증명이라도 해야 하듯 많이 늦되고 모자랐으며 순하고 말없는, 할머니 없이는 아무 것도 못하는 쑥맥으로 자랐다. 자기보다 어리고 조그만 아이에게 얻어 맞고 우는 덩치 큰 아이, 엎어지면 코 닿을 데 있는 유치원에도 혼자 못 가서 아침마다 안 가겠다고 우는 아이, 친구에게 인형을 빼앗기고도 오히려 '한 번 만져보면 안 될까' 하고 말하던 바보같은 아이. 그게 바로 여섯 살의 내 모습이었다.

엄마 아빠는 어린 내게 낯선 존재였다. 하지만 동시에 항상 보고 싶고 그리운 사람들이었다. 무뚝뚝한 성격의 부모님은 나름의 방법으로 나를 사랑하셨겠지만, 그걸 알기에 난 너무 어렸다. 그래서 매주 월요일 새벽마다, 엄마 아빠가 조용히 일어나 할머니에게만 살짝 인사를 하고 서둘러 가실 때마다 어쩌면  '버려지는' 느낌을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더 착하고 좋은 아이라면 부모님이 나를 두고 가버리진 않을거라 생각했던 것일까. 주말이 되면 나는 유치원에서 칭찬받은 그림을 가져다 자랑을 하고 글자를 이만큼이나 배웠다고 시범을 보였으며 잔돈을 많이 모은 저금통을 엄마에게 선뜻 주기도 했다. 마치 공지영의 소설 '착한 여자' 에 등장하는 그 바보같은 주인공처럼, 내가 더 잘할게. 가지마. 내가 더 착할게. 제발 나를 버리지마. 매달렸던 그 주인공처럼. 나는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 정말 최선을 다 했다.


하지만 나는 이젠 더이상 '착한 아이'가 아니다. 그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이기적인 인간일 뿐이다. 하지만 매 순간 어떤 결정 앞에서 애매모호해지는 내 성격 속에는 아직도 작게 그 '착한 아이'가 살아남아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서재를 시작하면서 내가 가장 경계한 것이 바로 내 속의 그 녀석이다.
나는 나만의 공간이면서도 한 없이 열린 이 곳이, 몇몇 사람들일지언정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있다는 그 사실이, 나를 변형시킬까 두려웠다. 그리고 실제로 무난하기 위한, 잘 쓰기 위한 압박감이 당연하다는 듯 나를 찾아왔다. 즐겨찾는 분이 다섯 명이 되었을 때, 난 내가 생각해도 진짜 과감하게 그 압박감들을 모두 한 방에 내다버렸다. 그저 이 곳은 내 방일 뿐이다, 굳게 아로새겼다. 누구의 눈치도 절대 보지 않겠다고, 정말로 다짐을 했다.

무뚝뚝한 나의 부모처럼 나는 겉으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재미없는 인간이지만
좋아하는 사람에게 손을 내밀기보다는 아이스케키를 하며 히죽대는 인간이지만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모자란 스스로를 지켜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받기 위해서 무조건 애쓰고 노력하지는 말자고
모자라면 모자란 그대로 존재하자고, 그런 다짐으로 나는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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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14 07: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딧불,, 2004-08-14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정말 타스타님 말씀처럼 어찌 이리 제가 쓴 것만 같은..

냉정하고 이기적이다가도 한번씩 '착한 여자' 컴플렉스에 허우적대는 것이 저랍니다ㅠㅠ

비로그인 2004-08-14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에도님, 글 잘 쓰시네...

2004-08-14 1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연엉가 2004-08-14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이 얼매나 잘 쓰는데...그런데 이제까지 내가 눈이 아파서 죽는 줄 알았다는것 아니겠수....이제는 그냥 안 꼴치고 봐도 잘 보이는구먼^^^^

어디에도 2004-08-14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뭐라뭐라 댓글을 쓰다가 휙 삭제를 해버렸네요. 전 댓글 남기는 것이 왜이리 어렵나요. 그저 님들 것만 보고 헤벌쭉 웃다가는 제가 할 말을 자꾸 까먹어요.
짧고도 강력한 응원을 속삭여주신 님,
그리고 반딧불님, 복돌이님, 책울타리님의 옆구리 근질근질한 칭찬. 고맙숩니다.
아우 저는 점심 안 먹어도 배가 부르려고 해요.(흑, 실은 아직 점심을 못 먹었다는... 책울타리님 서재를 일부러 안 가고 있다는... ㅠ,ㅠ)
 

나의 독서는 이 책에 많은 것을 빚지고 있다.


고등학교 때 공부가 하기 싫어 소설을 많이 읽긴 했지만 그 땐 물심양면으로 여유가 없어 그저 집에 있는 책만 줄창 찾아내서 읽곤 했으므로 나는 이 책 속의 작가들을 단 한 명도 알지 못했다. 집에 있는 책 주인의 편향적인(?) 소설 취향을 따라서 읽고, 언어영역 대비라는 미명아래 몇 십년 전 작가들의 소설을 읽으며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척만 했던 나는, 어찌보면 저 책 한 권으로 드디어 가장 현대적인(?) 작가들을 한 번에 만나게 된 것이다.

 

B선배가 이 책을 내게 권했을 때, 나는 슬쩍 곁눈으로 껍데기만 보고는, 아 재미없게 생겼다 생각하면서 어색한 미소로 그 책을 받아들었다. 포커페이스는 절대 되지 못하는, 감정의 바로미터인 내 얼굴 근육의 미세한 일그러짐을 당연히 감지한 그 선배는 나직하게 말했다.
-그냥 한 번 읽어봐. 정말 괜찮다니까. 읽고 나면 그 속에 있는 작가들 다른 작품이 찾아 보고 싶을 거야. 아마 분명히 그럴걸.

스무살. 더이상 소설을 읽으며 공부하는 척을 하지 않아도 되던 그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레 나에게 날아온 나달나달한 그 책은 며칠이나 가방 속을 굴러다니며 그저 방치되었다. 내가 왜 이 저주받게 재미없는 과를 선택했나, 깊은 우물에서 퍼올려지듯 끊임없이 솟아나는 차가운 의문에 나는 그 때까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고, 무언가에 홀리듯 뜬금없이 시작한 동아리 또한 갑작스레 두 배로 늘어난 술껀수들을 내게 제공하느라 바빴다.

그러던 어느 날, 술 덜 깬 일요일, 집에서 굴러다니며 남은 알콜의 잔해를 삭이고 있던 날, 나는 드디어 그 책을 읽었다. 그것도 순식간에.

그 이후론 아주 쉬웠다.

윤대녕을 찾아서 도서관을 헤매다가 인기있는 그의 책이 빈자리의 먼지로만 존재할 때면 난 미련없이 발걸음을 돌려 아직도 내겐 카드가 많다구- 하는 우스운 혼잣말을 하면서 김형경, 성석제, 은희경, 차현숙등을 읽어갔다. 그 선배의 말처럼 나는 찾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때의 나는 그 책 속 작가들의 완벽한 전작주의를, 감히, 꿈꾸었다.

완벽한 구심점이자 읽기의 축이 생기자 나의 독서는 횡으로 넓어져 갔다.

그들 중의 누군가가, 오정희는 아름답다- 말하면 나는 오정희를 찾아 읽었고,
또 누군가가 이문구 대단하다-하면 이문구를 읽었다.
누군가가 페루-를 말하면 로맹가리를 읽었고, 인용된 어두운 상점, 을 보고는 패트릭 모디아노를 읽었다.
그들을 알고 읽는 한 나는 계속 뚱뚱해지며 허덕이고 있었다. 그리고, 행복했다.

내가 96년 이상문학상, 그 책을 볼 때마다 아련해지는 것은, 그 책이 지금 나의, 시작이기 때문이다.사실 이제는 그들의 신간이 나와도 예전처럼 열광하며 사거나 빌려보거나 하지도 않지만,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토대로 구축된 나의 독서는, 결국
그 선배가 제공해준 계기로부터 시작되었으며 어쩌면 그것이 전부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이제서야 나는 시인한다.

그 선배에 대한 기억은 별로 남아 있는 게 없고, 지금 어디서 무얼 하며 지내는지 모르지만, 사실 나는 가끔 그를 생각한다. 그리고 나중에 언젠가 혹시라도 만난다면 나는 꼭 말하고 싶다고 늘상 생각한다. 그 때, 얼마나 좋았는지. 그리고 또 얼마나 좋아했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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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12 1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08-12 1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딧불,, 2004-08-12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런...

저도 딱 그렇게 시작했는데요.
울언니가 현대문학을 정기구독했거든요. 삼년간...

그래서...그나마 공백기간이 김에도 작가들을 쫓아갑니다...

아영엄마 2004-08-13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 년 이 서적이 나오면 사보곤 했는데..요 몇 해동안은 사보질 않았네요.. 요즘은 남편이나 저나 쉽게 읽히는, 흥미 위주의 책들만 읽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