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라는 건 네가 어떻게 생겼는가에 달려 있는 게 아니야. 그건 너한테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걸 말하는 거란다. 어떤 아이가 너를 오래오래 사랑해 주면, 그냥 놀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로 너를 사랑하면, 그러면 넌 진짜가 되는 거야."

"그러면 아파?"

"어떤 때는. 하지만 진짜가 되면 아파도 괜찮은 거야."

"그게 태엽을 감을 때처럼 단번에 되는 거야? 아니면 조금씩 조금씩 되는 거야?"

"단번에 되는 게 아니야. 차차 되는 거야. 아주 시간이 오래 걸리지. 그러기에 쉽게 망가지는 이들이나, 뾰족하게 모가 난 이들, 그리고 살살 다루어야 하는 이들에게는 좀처럼 일어나질 않는단다. 대개 진짜가 될 때쯤에는 하도 쓰다듬어져서 털이 다 닳아 없어지게 되고, 눈도 망가져 버려. 그리고 몸 마디마디가 모두 헐거워지고 아주 초라하게 되지. 그래도 아무렇지 않아. 왜냐하면 한번 진짜가 되고 나면 다시는 미워질 수가 없거든."

-마저리 윌리암스의 <사랑 받는 날에는> 중에서

 

'진짜'가 되고 싶어요.

어쩌면 가짜 '진짜' 가 될지도 몰라요. 놀랍지 않으세요?
평생 '진짜'가 되기 위해 살아왔는데
이렇게 원하지도 생각지도 않던 순간에 가짜로 이루어진다는 건
놀랍고도 김빠지는 일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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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4-08-14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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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8-14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짜'진짜'.
나 자신이 '진짜'인 줄 알았는데 세상엔 '진짜'가 없다면 어떻게 하죠.
마치 천국이 있으리라고 믿었는데 죽어서 가보니 천국이란 존재하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크리스챤처럼. 아, 그러고보니 어디에도님의 마지막 문장과 비슷한 말을 해버렸구나.
에잇, 전 그냥 '짝퉁복돌이'로 살겠어요. 쿨하게 가슴은 뜨겁게.

tarsta 2004-08-14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로 그때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눈물이 떨어진 자리에서 꽃이 하나 돋아났습니다. 그 꽃은 마당에서 자라는 꽃들과는 전혀 다른 신비스러운 꽃이었습니다. 비취색의가느라단 잎이 달렸고 잎 한가운데서 황금빛 잔 같은 꽃이 피어났습니다. 그 꽃이 하도 아름다와서 작은 토끼는 그만 우는 것도 잊어버리고 꽃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곧 꽃이 활짝 피더니 그 안에서 요정이 걸어나왔습니다. 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요정이었습니다. 진주와 이슬로 된 옷을 입었고, 꽃다발을 목에 걸고, 머리에는 꽃을 꽂았습니다. 얼굴은 더할수없이 아름다왔습니다. 요정은 작은 토끼에게 다가와서 그를 안아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울어서 흠뻑 젖은 우단코에 입을 맞추었습니다.
"작은 토끼야, 내가 누군지 모르겠니?"
토끼는 요정을 쳐다보았습니다. 한번 본 얼굴인 것 같기도 한데 어디서 보았는지 좀처럼 생각이 나질 않았습니다.
"난 애기방 기적을 이루는 요정이야." 하고 그녀는 말했습니다. "난 아이들이 사랑하는 모든 장난감들을 돌본단다. 낡고 닳아버려 더이상 아이들이 갖고 놀지 않게 되면, 내가 와서 데리고 가 진짜가 되게 해주지."
"그럼 난 진짜가 아니었나요?" 하고 토끼는 물었습니다.
"그 아이에게는 진짜였지. 그애는 널 사랑했으니까. 그러나 이젠 모른 사람에게 진짜기 되는거야." 하고 요정은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작은 토끼를 보듬어 안고 숲으로 날아갔습니다. (...)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왔습니다. 그리고 봄이 되어 날씨가 풀리고 햇볕이 따스해지자 소년은 집 뒤에 있는 숲으로 놀라나갔습니다. 소년이 놀고 있을 때 토끼 두마리가 고사리숲에서 기어나와 살짝 엿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그 점들이 털사이로 보였습니다. 소년은 그 토끼의 작고 보드라운 코와 검고 둥근 눈이 어디서 많이 본 듯해서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아니, 저건 내가 아팠을 때 잃어버린 바로 그 토끼처럼 생겼는데!"
사실은 소년을 사랑으로 진짜가 된 바로 그 토끼가 그를 보러 돌아온 것입니다. 그러나 소년은 끝내 그런 줄을 몰랐습니다.

tarsta 2004-08-14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저 이야기 알아요. 책으로 가지고 있는게 아니에요. 고등학교 2학년때, 친구가 손으로 손으로, 편지지에 조금씩 베껴서 제게 들려줬었어요. 그 친구와 연락이 끊겨 너무 아쉬웠는데, 님의 글을 보니. 자꾸만 속에서. .....뭔가가 뭉클. 하네요.. (님 혹시, 나의 잃어버린 그 친구.인가요.-_-;)

어디에도 2004-08-14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 말줄임표의 의미는 무엇인지요? (김이 빠지신 건 아니죠? 아... 영화를 보러 가셨어야 했는데... 왠지 불빛이 힘이 없어 보여요. )
복돌이님... 흐흣. 짝퉁복돌이, 란 말이 왜 이르케 마음에 드나요. 앞으로 짝퉁이라고 약올려야지.흐흐흐.(맞아요. 복돌이님은 이미 쿨/핫 하시잖아요.)


2004-08-16 0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