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문득 책을 읽다가 들었던 생각.
서양에 비해서 우리 나라 사람들은 정당한 권리에 대한 욕심이 부족하지 않은가? 자신의 권리 행사에 대해 낯설어 하지는 않는가? 이러한 의문이 들었다.
봉건 왕조 시대에서 자유 민주주의 시대로의 이행이 시민의 자각과 행동에 의해서 이루어 진것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그리고 오랜 군사 독재권력과 이에 대한 투쟁으로 얼룩진 우리의 현대사에서 개인의 권리와 존엄성이 너무나 자주 훼손되어 오지 않았나 싶다. 독재 권력은 독재 권력대로, 독재와 투쟁했던 민주 세력은 민주 세력대로, 항상 '나' 보다는 '우리', '민족', '국가'를 부르짖지 않았던가. - 그것이 나쁜 의미에서든, 선의에 의해서든. 늘상 학교에서 배웠던 덕목들이 "협동심", "대의를 위해 희생하는 개인", "멸사봉공", "민족중흥", "봉사하는 국민정신" 등이 아니었던가.
세기가 바뀌고 더욱 다변화 되는 사회속에서 개인주의의 물결이 넘치고는 있지만, 이러한 개인주의가 과연 시민의식과 병행하여 발전하고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시민의 연대와 권리 찾기가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야 진정 바람직한 개인주의의 나아갈 길이라 하겠다. 또, 그래야만 한사람 한사람의 개인이 국가와 공권력 앞에서 약해지는 일 없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으리라.
서양에서는 흔히 쓰는 말(영화나 소설등에 자주 등장하는 것으로 미루어)이지만, 우리에겐 너무나 피상적으로 들리는 말이 있다.
"건전한 시민이자 성실한 납세자".
내가 이 땅에서 범죄를 저지르거나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이상, 그리고 내가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탈세을 저지르고, 부당한 행위를 하지 않는 이상, 나는 "건전한 시민이자 성실한 납세자"인 것이다. 무슨 큰 선행을 하지 않아도, 내가 큰 권력을 갖고 있지 않아도, 우리는 정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찾아야 하고 때로는 이러한 권리를 제한하고자 하는 공권력에 항의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단 말이다. 기껏해야 공권력 따위 내가 내는 세금으로 운영하는 것이 아닌가. 하늘 같은 성군(聖君)이 나라를 다스리고, 하늘을 위해 내가 응당 부역하고, 공물을 바쳐야 하는 봉건 시대가 아니란 거다. 나는 내가 일을 해서 번 돈의 일부(요사이로 봐서는 일부가 아니라 '상당부분'에 가깝다)를 국가에 성실하게 세금으로 냈으니, 국가와 공권력은 나에게 친절을 베풀어야 하는것이 올바른 도리가 아니겠는가. 항상 의무만 강조하는 공권력, 모든 행정을 "제한", "억제" 등 으로만 펼치는 공권력의 행정 편의주의에 대해 우리는 정당한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는 "힘과 자격"이 있다.
내가 무슨 벼슬을 하지 않아도 나는 이 나라의 주인이고, 국가와 공권력의 보호와 친절을 받아야 하는 귀한신 몸이란 말이다.
"나는 건전한 시민이자 성실한 납세자요"라는 말이 이 땅에서도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시대를 기대한다.
정당한 권리에 대한 주장은 전혀 무례한 요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