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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엔 미처 몰랐던 것들 - 죽어라 결심과 후회만 반복하는 그럼에도 한 발 한 발 내딛어 보려는 소심하고 서툰 청춘들에게
김선경 지음 / 걷는나무 / 2010년 11월
평점 :
오랜만에 별 5개를 클릭해봤다.
자기계발서를 좋아하는데...
잘 써진 에세이는 자기계발서 못지 않게 흡입력이 있는 것 같다.
20대 열심히 삶을 탐독했던 때였던 것 같다. 중고등학생때 남들보다 훨씬 못 미치게 세상을 경험했던지라 숨가쁘게 할 일도 많았던 20대였다.
대학생때도 그랬고, 사회에 나와서도 열심히 살았다고 스스로 자부할 정도였다.
그렇게 치열하게 20대를 보낸 30대는 첫 문에서부터 너무너무 힘들었다. 뭐가 그리 힘들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때의 그 마음이 그 나이가.. 괜시리 그렇게 만들었던 것 같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을 잘 안했지만.. 만약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때를 고른다면, 그때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니깐..
이제 30대. 20대의 열정이 많이 사그라들었다. 하고 싶은 마음은 똑같지만, 행동이 그렇게 빨리 받쳐주지 않는다. 생각도 많고, 귀차니즘이랄까 자신감결여라고나 할까? 아니면 나의 한계를 그어버려서일까?
30대에 접어서 나는 나의 앞으로의 새로운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나아가고 있다.
결혼이란 큰 관문이 그랬고, 엄마라는 또다른 문이 그동안 철없이 지내왔던 삶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충동으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내게 자꾸 타임머신을 바라게 만들고 있다. 불가능한 것을 꿈꾸는 것. 이룰 수 없다는 것을 바라는 것만큼 힘빠지는 일이 없는데..
그래서인지 요즘의 나는 공기구멍이 난 풍선같다. 빠지는 것 같지는 않지만, 시간은 지나고 있고.. 겉으로 봐서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지만.. 시간이 가면 변해버릴 것 같은..
출판업을 하였던 작가라 그런지.. 아니면 여러 가지 열등감이 있는 자신을 풀어내는 작가의 말에 동질감을 느껴버려서인지.. 그녀의 생각이 참 따뜻하게 나를 감싼다는 느낌을 받았다.
동조라는 것은 참 큰 힘이 있다. 누군가 내게 응답해주고, 나도 그런 적이 있었다며 응수해주며,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이렇게 해보는 것은 어때? 라며 조심스럽게 건네주는 콕콕 찝어주는 상담사 친언니(?)같은 느낌이랄까?
위로가 필요했던 나에게 따스한 핫팩같은 느낌의 이 책.. 언젠가 다시 꺼내어 읽고 싶다.
40대가 되어서 다시 읽어볼까? 근데.. 서른살에 미처 몰랐던 것들인데.. 난 알고 있는데도 왜 벗어나지 못하는건지... 원...
...같은 재료라도 누가 요리하느냐에 따라 요리 방법도 맛도 다르다. 하물며 우리 인생은 어떠랴. 펑펑 쏟아지는 눈송이는 같은 모양이 단 한 개도 없다고 한다. 대기의 기온과 수분이 눈의 형태를 결정짓기 때문이다. 눈송이처럼 우리도 저마다다른 삶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얼굴과 성격이 다르고 삶의 환경도 천차만별이다. 신이 인간을 제각각 다른 삶의 조건에서 태어나도록 한 것은 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재료를 가지고 한 번 마음대로 살라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내 삶의 재료는 늘 부족하고 다른 사람이 가진 것만 눈에 들어온다. 돈이 많았더라면, 얼굴이 예뻤더라면, 머리가 똑똑했더라면, 몸이 튼튼했더라면, 용감한 성격을 가졌더라면 등. 그러다 보니 '...더라면'이라는 생각을 얼마나 버리느냐에 따라 인생의 방향이 결정되기도 한다.
(중략)
... '하느님이 너를 뿌려 주신 데서 꽃을 피아루'는 말이 있다. 지금 내가 서 있는 곳, 존재하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삶의 이야기를 그리라는 말이다. 내가 가진 단점과 불행과 열등감은 남에게 없는 나만의 재산이다. 내가 가진 인생의 조건들로 최선의 맛을 내는 것, 최고의 사람이란 결국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204-208p 발췌)
심리학에서 쓰는 용어 중에 '인지적 구두쇠'라는 말이 있다. 어떤 판단을 내릴 때 합리적 논리적으로 생각하기보다 되도록 심적인 노력을 덜 들이고 절약한다는 것이다. 즉 익숙한 쪽으로, 관습대로, 전에 알고 있던 대로 판단을 내리고 믿는다... (중략)...
7단 자물쇠를 연다는 심정으로, 얼굴을 앞모습뿐만 아니라 옆에서 위에서 밑에서 보겠다는 사고의 힘으로 얽히고 꼬인 고민들을 새롭게 바라본다면 인생의 문제들이 막막하게 느껴지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처럼 절실하게 고민한다면 적어도 걱정하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221-222p 발췌)
김승의 시인의 '배꼽을 위한 연가5'에 묘사된 심청이의 독백이 떠오른다. '공양미 삼백 석을 구하지 못하여 당신이 평생 어둡더라도 결코 인당수에는 빠지지 않겠다, 나는 책을 읽고 시를 쓰겠다, 아버지에게도 점자책을 사 주겠으니 책을 읽어라'는 내용이다. '책'이 말하는 것은 자각이요, 자기 삶에 대한 사랑이다.
함께 어울려 기뻐하고 절망하고 위로하며 살아가는 것도 가족이다. 또 각자의 삶을 스스로 열심히, 치열하게 살면서 서로에게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 그리고 서로에게 그 자유를 허락하며 응원하는 것도 가족이다. (229p)
인생은 누구나 고난을 맞으며 비틀거리는 순간이 있다. 그때 그 고난에서 무언가를 배웠다면 그 고난은 이수된 것이며, 다음에는 재수강할 필요가 없다.그러나 아무것도 깨닫지 못하거나 거부하고 억울해한다면 다음 인생의 길목에서 똑같은 문제를 만나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276p)
....무엇으로 기억된다는 것은 삶을 풀어가는 방식이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까. 나는 어떤 스타일로 나의 삶을 빛내며 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