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건 좋은 거야~

<유정천가족>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유정천 가족 ㅣ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4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권일영 옮김 / 작가정신 / 2009년 11월

너구리 전차를 타고 있는 눈밑이 검은 4명의 캐릭터와 꼬리쯤에 자리잡은 호색한 같은(?)늙은 할아버지와 섹쉬한 아가씨가 하늘을 날고 있는 겉 표지가 매우 인상적인 책이다.
그냥 귀엽다는 생각만으로 겉 표지를 버릴 수 없었는데, 다 읽고 나니 더욱더 버릴 수 없는 겉표지이다.  

세개의 종족이 존재한다는 설정하에서 전개되는 이야기. 유정천 가족..너구리와 텐구와 인간.
아마 내 옆에 있는 저 사람도 외계인이 아닐까?라는 생각처럼 저 앞에 있는 저 잘생긴 청년이 혹시 너구리가 변신한 것은 아닐까?라는 4차원적인 생각이 자연스러울만한 환상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으로서 너구리와 텐구사이를 오가게 되는 예쁜 아가씨는 벤텐이고, 그녀를 따르는 호색한 같은 할아버지는 한때 지도력높았던 스승이다. 모든 것은 승할때가 있으면, 퇴할때도 있는 법. 한때 잘 나가던 스승도 이젠 퇴물이 되었지만, 그의 명성은 아직까지 한 몫한다.
눈밑에 다크서클을 그리고 하늘을 날고 있는 이들은 엄마 너구리와 큰 형 너구리, 그리고 주인공인 야사부로와 막내동생일 것이다. 그들이 타고 있는 너구리 전차는 가짜 덴키브란이란 술만 마시면 주체할 수 없는 스피드 전차로 변하는 둘째 형일 것이다.
한때 너구리 세계의 정신적인 지도자였던 아버지를 인간들의 너구리 냄비요리로 잃고 나서 후대 너구리 지도자를 뽑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면서 아버지의 죽음을 뒤쫓고 거기에 얽힌 작은 아버지 가족과의 여러 헤프닝이 벌어지는 이야기 속에서 마침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가족애에 관한 이야기였다. 처음에는 가족들의 서로 무료한 생활상이 펼쳐져 좀처럼 넘어가지 않던 책장이 아버지와 작은 아버지 소운의 관계와 함께 빠르게 넘겨져갔다.  

너구리 세계나 인간세계나 돈과 권력에 좌지우지 되는 건 같지만, 마침내 가장 지향해야 할 곳은 인간애. 그러니깐 가족끼리의 사랑과 믿음이 이 세계를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아닐까 싶다.
내가 가진 네개의 피를 골고루 나누어주었다는 너구리 아버지의 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 같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두고 서로 다른 그네들. 서로의 부족한 점만 보고 한탄하던 이들이 아버지가 남겨주신 가장 큰 유산이 자신들임을 깨닫게 되고, 서로를 인정하게 되는 결말은 왠지 모르게 따스함을 남기는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