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미초 이야기>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가스미초 이야기
아사다 지로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철도원의 그 아사다지로... 답다는 말이 불쑥 나오게 되는 책이다. 가을빛의 상징인 은행잎으로 물든 책 표지도 음~ 괜찮다~  

일본은 가업을 잇는 것으로 유명하다. 우리는 가업을 잇는 다는 것에 대해서 그렇게 긍정적이지 않는게 분위기인데... 물론, 대기업빼고... 자칫 하찮다고까지 여겨질 수 있는 생선장수, 빵가게, 음식점 등등. 하지만, 일본에서는 이렇게 가업을 이어서 하고 있는 음식점이나 가게는 일반 가게와 다른 또다른 자존심으로 버티고 있다고 들었던 것 같다. 몇 백년에 이어서 내려온 비법과 증명된 질이나 맛때문이겠지? 그런데, 그런것들도 이제는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일본에 가면 꼭 가업으로 이어지고 있는 초밥집을 가봐야겠다는 계획이 있는데.. 언제쯤이나 일본에 갈 수 있을까? 계획을 세워봐야지~ 그때까지 그 집들이 사라지지 않길 바란다.

가스미초 이야기..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을 하고 있다.
안개마을? 이야기라고 해야 하나? 해가 뜨는 순간 사라져버리는 안개들같은... 지금은 존재하지도 않는 가스미초라는 마을에서 태어난 이노. 2대를 이어오고 있는 사진관에서 엮어지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단편적인 이야기들을 통해 풀어내고 있다.  

8편의 이야기들을 읽고 있으면, 아주 노련한 이노 할아버지의 빛바랜 스냅사진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글의 끄트머리엔 빛바랜 등나무 벤치에 놓여 있는 낡은 라이카 사진 위로 쏟아지는 햇살이 클로즈업되면서 끝을 맺는 한 편의 흑백영화를 본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사진을 찍는 이유는 그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서라고 생각한다.
어용사진관의 명성으로 시작하여 지금은 치매인지 아닌지도 헤깔리게 하는 할아버지 이노, 어렸을 적 반듯이 곧추세운 허리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용모로 기억되는 전직 게이샤였던 할머니. 재주좋은 많은 제자들을 모두 잃고 가장 재주없고 정만 많은 제자이자 데릴 사위인 아버지, 그리고 할아버지의 딸(?)어머니, 고등학생인데 차를 몰고 여자와 자고 사귀는 것을 밥먹듯이 재미삼는 불량(?)학생 이노가 사진처럼 펼쳐놓는 향수어린 이야기들..이 매력적이다.  

여러 이야기들과 어우러진 오래된 영화의 스틸 사진과 비슷한 청춘의 기억들을 간단히 언급해본다면...사제간인 할아버지와 아버지 사이에 흐르는 따뜻한 정과 비밀스런 할머니와 노신사의 사랑, 그리고 그 속에 숨은 가족의 비밀! 노신사와 할머니, 이노가 가지고 있는 비밀스러움은 관 위에 놓인 흰색과 분홍색꽃이 어우러진 한아름의 꽃 이미지로 남게 한다. 
불량학생 이노와 모범생 마치코의 하루동안의 여행과 영혼의 사랑을 말하는 듯한 두 친구와의 불가사의한 만남은 긴 터널 속으로 들어가 가장 마지막 순간에 보이는 바다너머풍경을 뒤로한 연인의 키스장면이 떠오르고..
지금까지 찍은 앨범들을 정리하면서 이노와 친구들에게 소중한 한 장의 졸업사진을 마지막 선물로 남기는 할아버지의 손자에 대한 사랑은.. 이 책의 겉표지를 다시 한번 펼쳐보게 한다.

가르마의 방향과 얼굴에 묻어 있는 세월의 흔적만 다를뿐 너무나도 닮은 할아버지와 이노.
18년간의 기억들을 찍어주고, 사랑해주는 할아버지를 통해 배운 인생의 교훈이 자꾸 떠오른다... 특히 천분의 1초의 멈춰 있는 자기 자신을 반복하며 살아가는 것이 바로 삶이라는 그 말이...한 발을 내딛고, 한가지 행동을 할 때마다 내 자신을 멈춰보게 만드네..

이 세상의 모든 풍경과 인물은 빛과 그림자의 흑백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요. 움직이는 것은 천 분의 1초씩 멈춰 있는 것의 연속이에요. 그래서 인간은 한순간도 낭비해서는 안돼요. 천분의 1초의 멈춰 있는 자기 자신을 반복하면서 살아가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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