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때론 구원이 될 수 있다?

<굿바이 파라다이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굿바이 파라다이스
강지영 지음 / 씨네21북스 / 2009년 7월

씨네21... 영화를 메이킹하는 곳이라 그런지.. 출판해 내는 책도 영화의 소재가 될 만한 걸로 낸걸까? ^^ 출판사를 보는 편인데... 역시 씨네21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한국 스릴러 단편선이라... 스릴러.. 뭐 얼마나 할까? 하며 책장을 넘겼는데... 첫 단편이 너무나 강한 반전으로 다가와서 정말 짬날때마다 책을 열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이렇게 자극적인 걸 좋아했나?라는 반문을 하면서.. 다 읽을 때까지 꽤 재미있었다.  아껴두었던 맛있는 음식 하나씩 꺼내먹는 느낌이랄까? 

냉정과 열정사이처럼 서로 다른 시점에서 이야기를 펼쳐내어 마지막 반전이 압권이었던 트랜스젠더의 마음아픈 사랑이야기 <그녀의 거짓말> ,  서울에 있을 법한 벌집처럼 빠뜩빠뜩 모여 사는 우울한 인생들의 웃지 못할 양녀뽑기 선발대회 <벌집에는 벌이 살지 않는다> 아주 많은 쪽수를 할애하면서, 겉표지 색과 너무나 잘 어울리게 이야기가 펼쳐졌던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벙어리 소년(?)의 잔인하면서도 이상하게 슬픈 사랑얘기랄 수 있는 <안녕, 나디아> 조금 많이 어이없었던 <시선> 이건 반전이...너무했다...  언틋 보면 동성간의 사랑을 담은 것 같지만.. 다른 이의 약점을 잡아 사는 이들을 응징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움직이는 점들의 섬뜩한 얘기<점>
샴쌍둥이의 이야기를 다룬 <하나의 심장> 나무의 옹기를 보고 상상해 내는 인간과 나무사이에서 태어난 여자의 이야기<사향나무 로맨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천국일까? 지옥일까? 반문해보게 만들었던 착한 아저씨의 이야기 <굿바이 파라디이스> 잔인하다 못해 추악하고 더러운 그러나 왠지 이세상에 있을 것만 같은 클럽이야기<캣 오나인 테일즈> 조금 더 길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는 서운함을 남기는 좀비이야기<Happy deathday to you > 이렇게 10편의 단편집의 이야기이다.  

나는 잔인한 이야기와 음침한 이들의 생활상, 너무나 쉽게 이루어지는 살인에 살인.. 그리고 버젓이 살아가는 그네들의 이야기에 아연실색하면서도 덮지 못하고 끝까지 읽었는데...
물론 꽤 재미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 쉽게 살인을 이야기하고, 소재거리로 여기면서 즐기게 되는 우리의 현실이 무섭기도 했다. 뉴스만 켜면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는 살인이나 죽음의 이야기가... 왠지 나와 그리 먼 이야기는 아닌 듯 하여서...  

아무렇지도 않게 죽음을 말하는 강지영이라는 작가가 궁금해지는 소설이다.
책의 뒷머리에 문화평론가는  그녀를 죽음에 매혹된 작가라고 하면서 범죄가 궁금한 게 아니라 그 지옥을 만들어 내는 이들이 궁금하다라는 말을 한다.  작가가 말하는 책의 내용을 보면서 아.. 아무나 보면 안되겠다.. 라는 기우도 해봤지만.. 그녀는 범죄를 말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 지옥을 만들어 내는 이가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생각을 유도하고 있는 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정말 기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파라다이스... 낙원.... 은... 과연...
책속의 인물들의 삶이 암울하여 나와는 거리가 멀고 먼 환상속의 이야기라고 치부해버릴 수 있을까? 내가 기쁘게 살아갈 수록 그러겠지? 그렇지 않으면... 그런 세계와 가까워질 것이고? 

재미있었는데... 왠지... 씁쓸하당... ^^;
너무 깊은 생각도 말고... 담아두지도 말고... 그냥 스릴러물 본다고 생각하고, 재미로 본다면 추천할 만하다... ㅎ 단, 심장이 강해야 할 것이다. 피를 잘 보지 못하거나 공포물을 싫어하는 사람은 책 펼치기가 점점 두려워질테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