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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학교 - 달콤한 육아, 편안한 교육, 행복한 삶을 배우는
서형숙 지음 / 큰솔 / 2006년 9월
평점 :
첫째, 글쓴 이의 의도는 오히려 그와 정반대였겠지만 결국 '좋은 대학 가기'가 오늘날 교육의 궁극적 목표임을 이 책이 오히려 부추기지는 않는지?
지은이가 존경스러웠고 교육방식도 마음이 들었다. 아무리 어미로서의 자부심이 덧붙여진 것일지라도 그집 아이들, 한 번쯤 보고 싶을 만큼 괜찮은 아이들일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한 가지, 이 책이 출판이 될 수 있었고 뜰 수 있었던 결정타는 역시 그 아이들이 '좋은 대학'을 갔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자꾸 떨쳐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만약, 그렇게 잘 키워진 아이들, 대학을 가지 않았거나 소위 말하는 별볼일 없는 대학을 갔더라도 그 아이들의 품성이며 자질이 달라지진 않았을 것이다. 공부를 잘 한다는 것은 여러 갖춰야 할 바탕 중 일부이고 대학 입학에 자신의 실력만이 아닌 부수적인 것들이 작용한다 전제한다면 그집 아이들도 좋은 대학을 못 갔을 수도 있는데, 만약 그랬더라도 이 책이 이토록 칭송을 받았을까 하는 의심이 든다. 결국 오늘 날 대한민국에서 자녀 교육의 성공 여부는 좋은 대학을 갔나 못 갔나이고 이 책도 그런 열망에 사로잡힌 어미들 가슴에 호기심의 불을 지폈다고 본다.
둘째, 저자는 '사랑으로'라고 말하지만 과연 단지 '사랑만으로' 교육이 되는 것 맞는지.
서형숙 씨에 비하면 나는 참으로 작고 보잘 것 없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그 이의 정력, 열성, 인격 모두가 부럽다. 하지만 한 편, 나 역시 그이 못지않게 우리 아이들을 간절히 사랑하며 그이가 했던 방식들과 별 다를 바 없는 방식들로 교육을 해왔다. 교육이란 게 들이붓는 것(정성)과 반드시 상관관계가 있지만은 않음을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확인하고, 다만 기대의 눈높이를 너무 높이지 말라고, 또한 눈에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니라고, 지금 힘겨워하고 빌빌거리는 저 아이들이 앞으로 10년, 20년 후에도 여전히 불행해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어보자고, 그런 마음으로 아이들을 다독인다.
내 아이들(집과 학교의)은 어쩌면 좋은 대학을 못 갈지도 모른다. 아주 평범한 아이로 살아가고 있다. 만약 그것이 '덜 성취한 것'이라 해도 그렇게 되게 된 데에 작용한 것들은 유전적인 것, 천성적인 것, 경제적인 것, 등등 많은 요인들이 있을 것이다. 물론 어미인 나의 부족함도 원인이 되었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좋은 점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 사교육에 휘둘리는 불행한 아이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 억지 학원 보내기 따위는 하지 않았고 다만 기회를 많이 만나게 해주려 시간 날 때마다 연극을 보고 캠프를 보내고, 집 마루를 온통 어지럽히고 창문 가득 그림을 그리게 하며 아이들을 키웠다. 그런 내 아이들은 내세울 것도 무엇도 없고 학원도 학습지도 해 본 적이 없기에 공부도 잘 못한다. 그러나 그것은, 마치 서형숙씨가 자녀들을 학원으로 내몰지 않아서 공부를 잘 하게 된 것이 아닌 것처럼 내가 학원을 보내지 않아서 우리 아이들이 공부를 썩 잘하지 못하게 된 것은 아니라 믿는다. 나는 본질에 있어서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그집 아이들과 우리집 아이들을 달리 볼 것이다. 왜? 공부를 잘 하는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니까. 좋은 대학을 간 아이들과 (어쩌면) 아닌 아이들이니까.
그래서 나는 이 책의 순수한 의도를 모르는 바가 아니면서도 이 책을 읽으며 조금은 슬펐다, 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