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정원 - 상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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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정보도 없이 읽기 시작했다. 역사도 이념도 염두에 두지 않고, 그러나 설마 황석영이 멜로를 썼으리란 생각도 없었다. 그냥 소설이 내 몸에 부족한 영양소 같은 때였기에 집어들었던 것 같다. 거기서 사랑만 읽었다면 나의 촉수는 늘 그것만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일까? 난 이 세상에 순일하고 완전한 사랑은 없다고 생각한다. 사랑할 사람, 사랑하고픈 사람들 너무나 많고 하나가 전부인 그런 사랑도 없으며 사랑의 맹세는 다 거짓이라고 생각한다. 노력하고 애쓰고 약속을 지키려고 애쓰는 것이 동물인 사람을 극복하고 영혼을 가진 존재로서의 고결한 사랑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책 속의 윤희처럼 온전히 한 남자를 바라고 사는 삶을 나는 예찬할 수 없다. 그러나 그녀는 지고지순해서 그리한 것 같지는 않다. 난 차라리 그녀가 베를린에 가서 '이선생'과 사랑할 때 이것이 진실이라고 생각했다.. 땅에는 왜 이리 고독한 영혼들이 많은가. 시대를 묻는가, 이 소설은, 나는 황석영의 이야기꾼으로서의 능력에 찬탄하지만 시대의 그림자보다 윤희의 영혼은 무슨 색깔일까 그녀는 말하지 않은 것들 뒤에서 얼마나 고독했을까를 자꾸 헤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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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라겐 2005-03-26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 그래도 사랑을 믿어주세요... 그런사랑이 없다면 이세상을 살아가는게 너무각박하잖아요..
 
아름다운 밤하늘
쳇 레이모 지음, 김혜원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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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학년 자연교과서에 별자리가 나왔다. 밤마다 그 조악한 사진들을 들여다 보다가 결국 친구들이랑 신세계 백화점에 놀러 가서 천체망원경을 눈여겨 보아두었다가 엄마에게 망원경을 사달라고 했다. 엄마가 사준 것은 그러나 쌍안경... 하지만 나는 그것을 들고 옥상에 올라가 하늘을 올려다 본다. 별을 볼 순 없었지만 지금도 너무나 선명하게 기억되는 달의 분화구들..

강원도에서 근무하던 해, 일요일 밤 늦게 서울에서 도착한 버스에서 내려 자취방까지 걷던 길에는 분명 쏟아질 것 같은 은하수가 있었다. 양손에 바리바리 짐을 들고 고개를 꺾을 대로 꺾어 은하수를 바라보던 26살의 철이 덜 난 어린 선생이 거기 있다.

작은 애가 아직 아기였을 때, 포대기로 업고 집 옆 연립주택에 자주 놀러갔다. 오래된 나무가 많은 지은 지도 오래된 4층짜리 붉은 벽돌 연립주택. 결국 18평짜리 그 집으로 이사가게 되었을 때 엄마는 허름하다고 안타까워했지만 난 그 마당 때문에 너무 행복했다. 연립주택 입구 가로등은 자주 고장이 났지만 그럴 때마다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서 딸아기와 별을 보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 화가 난다. 누가 나에게 그 사랑하던 별들을 빼앗아 갔는지, 손톱같은 초승달 옆에 슬픈 사랑처럼 밝게 빛나던 목성의 아름다운 초저녁은 왜 만나기 어렵게 되었는지... 내가 오리온이나 카시오페이아 같은 큰 별자리보다 더 좋아하며 '내 별들이야'라고 했던 별무리가 아마도 '플레이아데스' 성단이란 걸 이 책으로 알았다. 이것은 '과학에세이'라고 하지만 서구의 문화인류학이나 고고학 책을 읽으며 학술적 지식을 뛰어넘는 문학적 글쓰기에 찬탄했듯이 이 책은 단지 과학책이 아니었다. 별을 사랑하는 사람은 음악도 시도, 영혼의 울림도 함께 읽으려 애쓴다는 증거이다. 이 안에는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있다. 우주와 별을 '알아라' 하지 않고 '사랑하라'고 말한다.

내 첫 제자 중 소문에 천문학과를 갔다는 아이가 있다. 그 아이의 까만 눈동자는 그 명석한 두뇌 너머 슬프고 물기 많은 영혼을 지녔다는 증거였다고 생각한다. 그에게 천문학과는 어쩌면 가장 잘 어울리는 전공이 아닐까. 보고 싶다. 그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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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라겐 2005-03-26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가 나에게 그 사랑하던 별들을 빼앗아 갔는지... 선생님 이말이 와 닿아요..
저도 가끔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제가 유년기를 보냈던 시절만해도 하늘에 별이 총총히 떠있었는데 지금은 어쩌다 한개씩 보이더라구요.. 무리지어 반짝이는 별들은 이제 더이상 볼수 없다는게 안타깝죠....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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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랫만에 소위 명작이란 것을 만났나보다.

카잔차키스는 그의 '묘비명'로 먼저 만났다. '아무 것도 두렵지 않으므로 자유'라고 선언할 수 있는 그 당당함에 매료되었지만, 도대체 어떤 인간이기에 이토록 오만한가 싶었다. 두려운 게 너무 많아 인생이 무거웠던 나는...

이 책은 참 재밌게 읽었지만 처음에는 도대체 글 속의 화자(카잔차키스라고 생각한다)가 조르바라는 인간에게 어찌하여 매료되었는가 의문이 생겼다. 부처의 행적을 더듬던 그처럼 정신적 에너지가 너무가 충만한 사람, 영혼의 풍요를 위해 전생을 거는 사람이 조르바처럼 '살아있는 사람' ,그야 말로 그의 삶 그 자체가 '몸'인 사람과 어찌도 그리 일치할 수 있는지...

그러나 삶의 형태가 아니라, 사람을 하나로 묶는 것은 영혼이 얼마나 닮아 있는가이다. 여성을 통해 삶과 존재를 확인하는 조르바나 부처를 좇고 있는 화자는 죽는 날까지 하염없이 자기 영혼의 진정한 소진, 진정한 삶을 갈구하는 이들이다. 그것을 알아볼 수 있었던 화자의 밝은 눈을 사랑한다.  어떤 여행객이 그리스를 여행하면서 '조르바' 같은 그리스인이라고  말할 때의 '조르바'(그 책을 읽을 때 아직 난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지 않았을 때였다) 삶의 에너지로 충만한 열정의 그리스인을 말하는 것 같이 보였으나 이 책 속의 화자, 즉, 카잔차키스가 언급하고팠던 '조르바'는 단지 그런 사람만이 아니었을 듯 싶다.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읽던 대학 시절, 작품 속의 '정하섭' 혹은 '김선우'에 대해 생각했던 것 같다. 그로부터 10여년 후 '토지'를 읽으며 '송..' 누구였던가 등장인물 중 한 사람에 매료되었던 기억이 난다. 그들은 모두 혁명성과 더불어 인간적 완성도를 갖춘 혹은 지향하는 이들이었던 것 같다. 게바라를 만나면서 사람도 완벽에 가까워질 수 있구나 감탄했던 일과도 맥이 닿는다.

그러나 조르바는 나의 이 조심스런 판단으로 완벽한 인간은 아니다. 내가 감탄하는 것은 오히려 조르바를 통해 영혼의 자유를 얻어갔던 화자, 카잔차키스의 모습이다. 대개 먹물들은 아무리 철학을 하네 혁명을 하네 해도 자신과 출신이 다르고 삶의 형태가 다른 이들을 못 받아들인다. 조금 이해를 할지는 몰라도...조르바를 좇았던 눈은 정확히 투명하게 영적 자유, 라는 자신 인생의 목표를 알고 있었던 사람의 눈이다.

마지막  장면을 읽으면서 눈물이 났던 이유는 잘 모르겠다. 조르바 이야기를 쓰지 않으면 안되겠다고 생각했으나 그것을 쓰고 나면 어디선가 먼 곳에서 그가 사라져 버릴 것만 같은 안타까움에 망설인다. 그러나 홀린 듯이 조르바 이야기를 쓴다. 그것이 완성된 그 며칠 후, 조르바의 죽음을 통고 받는다... 리고 이것은 카잔차키스의 자전적 소설이며 조르바는 실존인물이다...

소설을 흔히 허구라 하지만 이야기의 틀이 어찌 되었든 영혼이 진짜인 소설 만나기 쉽지 않다. 이 소설은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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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4-12-13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지요...ㅎㅎㅎ 아는 사람은 알지요...
 
내 안의 빛나는 1%를 믿어준 사람 - Stories of Teachers Making a Difference
제인 블루스틴 지음, 도솔 옮김 / 푸른숲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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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좋아서라기보다, 난 이런 주제로 할 말이 많다, 지금.

1.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변함없이 교사가 되고 싶었다. 조금도 한눈을 팔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변함없이'라고 말하는 데 부끄러움이 없을 만큼 그 꿈은 지속적이었고 실천도 지속적이었다.

고등학교 다닐 때, '시골학교 국어선생님'이라고 좀더 범위를 좁혀 꿈을 선언하였을 때 많은 아이들이 '참 네게 어울리누나' 이야기해준 것이 무슨 주문이 된 듯, 서울에서 나고 자라다시피 한 내가 아무 연고도 없는 강원도의 인구 4만이 사는 작은 도시에 짐가방 달랑 들고 부임했을 때 동창들이 '너  정말 꿈을 이루었구나' 하고 부러워했다.

2. 중학교 한문 시간이던가, 공자가 三樂을 말할 때 '영재를 가르치는 일'  최고로 삼았다는 대목에서 희비가 교차했던 기억이 난다. 가르치는 일을 최고의 기쁨으로 삼을 만큼 가치있는 일이라는 것은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하더라도 영재라니...

나 자신 단 한번도 스스로 영재라 생각하지 않았고(영재가 아니어서 아마 무지 아쉬웠던 것 같긴 하다) 그 어린 날부터 교사란 둔재라 할지라도 잘 보듬어  사람답게 살게 길러주는 이가 진정한 참교사라 믿었기에 영재를 가르치는 일 운운하는 공자에 대해 그 명성을 몹시 의심하며, 공자님도 별수없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3. 지금은 아마 서른 하나쯤 되었을 제자가 있다.  그 아이가 고등학생 때인가 대학생 때인가 어느 날 전화를 해서 그런 말을 했다.  "선생님은, 제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더라도 새로 무언가를 하더라도 '그래 넌 잘 할거야'라고 믿어주실 분이세요." 나는 내가 그런 믿음을 주었다는 게 기뻤다. 그리고 결심했다. 앞으로 이 아이 다음의 제자들에게도 이런 사람이 되어야겠다. 선생님은 언제나 제 편이시고 제가 잘 해내고 열심히 할 거라는 걸 믿어요. 선생님이 믿어주실 것을 생각하면 힘이 나요..... 그런 선생님이 되어야겠다....

4. 아이들 학력이 떨어졌다 하여 올해 우리 학교는 수준별 수업을 하느라 난리법석을 했다.  중학교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학력' 이전에 인간으로서 기본을 갖추는 것이라 생각한다. 인사할 줄 알고 사람 귀한 줄 알고 약속 지킬 줄 알고 사랑할 줄 아는 인간, 거기에 내가 국어선생이니까 시를 사랑하고 자신의 따뜻한 마음을 글로 담을 줄도 알고 삶의 지혜를 주는 글들을 가까이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을 나의 최대 임무로 여기는 나에게, 아이들의 학력 운운 하며 다섯 등급, 10개 반으로 아이들을 쪼개는 일이 너무나 잔인하게 느껴졌다. 부자 부모를 만나지도, 좋은 머리를 타고 나지도, 고급한 가정교육을 받지도 못한 대부분의 나처럼 평범한 '범재'들, 혹은 찢어지게 가난한 부모 밑에서, 꼬이고 얽힌 운명으로 아이들을 돌볼 수도 없는 비참한 인생을 살아야 하는 부모 밑에 버림받다시피 살아가야 하는, 두뇌고 가정교육이고 최소한의 사랑과 돌봄의 혜택도 못받고 그저 학교 오는 것만으로도 기특한 '둔재'들을 대다수 '제자' 둔 나는 과연 인생 최고의 기쁨을 맛볼 수 없다는 것인가..

4. 이 책, 제목이 너무 좋았다. 세상 아무도 몰라주는 키작은 들꽃처럼 살지라도 순정한 마음 하나 아이들과 나누는 깊은 마음 하나로 세상 기꺼이 살다가겠다는 그 마음을, 사랑하는 동료들과 이 책 제목을 줄여 서로서로 '내안빛' '당신은 내안빛', '선생님은 아이들을 알아주는 내안빛이셔요' 이렇게 불렀다.

5. 그러나 읽고 실망한 것. 이 책 속에 나오는 이들은 다만 발굴되지 않았던 원석들이었나보다. 빛나는데 사람들이 몰라볼 뿐이던. 그것을 혜안을 가진 어떤 선생님이 알아보시고 사랑하시었다는 것인지,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똑똑하였으나 불우하였고 가능성이 있었으나 그 이전 선생님들이 몰라볼 뿐이었던가 싶다.

내가 원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아무도 몰라보는 원석의 가치를 알아보는 선생님이 아니다. 돌멩이일지라도, 이 땅을 살아가야 한다면 뜨거운 가슴으로 사랑하는 일, 돌멩이라고 돌멩이가 불려도 부끄럽지 않게 사랑하는 일, 돌멩이임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을 수 있게 하는 일, 왜냐하면 사랑받았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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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4-12-13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네요. 돌멩이... 아마도 그 아이들은 돌멩이가 아닐 거예요. 그 아이들 안의 빛나는 1%를 아직 찾지 못했을 거라고... 그렇게 믿어주고 싶네요. ^^ 자주 뵙게 되길...

인터라겐 2005-02-18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풀꽃선생님... 전 얼마전 제가 그토록 미워하던 중학교때 수학선생님이 돌아가셨단 소릴 들었는데 가슴이 아팠답니다.
중2때 일이 너무 억울해서 서른을 훌쩍넘긴 지금까지도 가슴에 담아두고 살았거든요. 사소한 자기 생일날인데 쪽지시험을 본 반애들이 야유를 했다며 나갔던 문을 다시 열고 들어와 공포의 분위기를 잡고 누가 야유를 보냈나 투표를 했고 거기에 나온 이름은 다음부터 수업시간에 들어오지 말라는...참 어의가 없었죠.
그때 제이름을 적어냈던 친구가 나중에 사과를 하더군요. 제가 그냥 미워서 이름을 썼다고 제가 그렇게 우는 모습을 보니까 더더욱 말할수 없었다구요.
전 하지도 않은 일을 두고 그런 말도 안되는 이유로 수업시간에 들어가지 못했고 그런담부턴 선생님에 대한 존경은 물건너 갔고 수학하곤 담을 쌓아버렸죠..
그렇게 15살 어린마음에 상처를 준 그선생님을 가끔 길에서 볼 기회가 있었음에도 전 째려보면서 고개한번 숙이지 못하고 지나쳤거든요.
그런데 그선생님이 암으로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동창에게 들었습니다.
그선생님 아마도 그런일이 있었나 할것 같아요...그런데 평생을 미워하게 만든 선생님에게 연민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그 선생님에 대한 미워하는 마음을 접었고 부디 좋은곳으로 가셨길 비는데
풀꽃선생님 글을 읽고 문득 그선생님 생각나니 아직 멀었나봅니다..

 
꿈꾸는 여유, 그리스 - 역사여행가 권삼윤의 그리스 문화기행
권삼윤 지음 / 푸른숲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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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집안은 어떤지 무슨 생각들을 하는지...

한비야씨 책에서처럼 그곳 사람들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여행기는 아무래도 드물겠지.

이 책이 여행기로서 부족하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다. 좋은 여행 지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다 이 책은 '그리스라는 나라는 왜 이리 황막하지?' 하는 느낌을 심어주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리고 읽고 난 후 계속 이 사람, 왜 이렇게 고독하게 혼자 여행을 다닐까, 하는 의문을(내가 파악하기로 작가는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활달한 면모가 있는데) 버리지 못하기는 했지만. 그런 혼자만의 여행은 아주 특별한 이유나 아주 특별한 정서를 가진 사람들이 즐기거나 고행처럼 할 것 같은데 말이다.

아무튼 사진 속의 하얀 집들은 무너진 신전보다 더 매혹적이었다. 고대에 어떤 고매하고 드높은 문화를 지녔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사는 사람들이 중요한 것이라 생각한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유적들을 당연한지 자연스럽겐지 받아들여서 마치 소홀히 여기는 것처럼까지 느껴졌는데 어쩌면 현실과 지금이 중요한 것이지 과거에 어떤 영광 혹은 상처는 너무 먼 무엇인지도 모른다.

아마 나는 그리스를 간다면 보나마나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없이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기는 할 것이다. 내 마음 속에 그 집들의, 거리의 풍경을 담아 오되 사람들을 담아오긴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고 싶다. 다음에 전생이 될 이 생에 많은 풍경을 담아 더욱 그립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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