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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밤하늘
쳇 레이모 지음, 김혜원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6학년 자연교과서에 별자리가 나왔다. 밤마다 그 조악한 사진들을 들여다 보다가 결국 친구들이랑 신세계 백화점에 놀러 가서 천체망원경을 눈여겨 보아두었다가 엄마에게 망원경을 사달라고 했다. 엄마가 사준 것은 그러나 쌍안경... 하지만 나는 그것을 들고 옥상에 올라가 하늘을 올려다 본다. 별을 볼 순 없었지만 지금도 너무나 선명하게 기억되는 달의 분화구들..
강원도에서 근무하던 해, 일요일 밤 늦게 서울에서 도착한 버스에서 내려 자취방까지 걷던 길에는 분명 쏟아질 것 같은 은하수가 있었다. 양손에 바리바리 짐을 들고 고개를 꺾을 대로 꺾어 은하수를 바라보던 26살의 철이 덜 난 어린 선생이 거기 있다.
작은 애가 아직 아기였을 때, 포대기로 업고 집 옆 연립주택에 자주 놀러갔다. 오래된 나무가 많은 지은 지도 오래된 4층짜리 붉은 벽돌 연립주택. 결국 18평짜리 그 집으로 이사가게 되었을 때 엄마는 허름하다고 안타까워했지만 난 그 마당 때문에 너무 행복했다. 연립주택 입구 가로등은 자주 고장이 났지만 그럴 때마다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서 딸아기와 별을 보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 화가 난다. 누가 나에게 그 사랑하던 별들을 빼앗아 갔는지, 손톱같은 초승달 옆에 슬픈 사랑처럼 밝게 빛나던 목성의 아름다운 초저녁은 왜 만나기 어렵게 되었는지... 내가 오리온이나 카시오페이아 같은 큰 별자리보다 더 좋아하며 '내 별들이야'라고 했던 별무리가 아마도 '플레이아데스' 성단이란 걸 이 책으로 알았다. 이것은 '과학에세이'라고 하지만 서구의 문화인류학이나 고고학 책을 읽으며 학술적 지식을 뛰어넘는 문학적 글쓰기에 찬탄했듯이 이 책은 단지 과학책이 아니었다. 별을 사랑하는 사람은 음악도 시도, 영혼의 울림도 함께 읽으려 애쓴다는 증거이다. 이 안에는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있다. 우주와 별을 '알아라' 하지 않고 '사랑하라'고 말한다.
내 첫 제자 중 소문에 천문학과를 갔다는 아이가 있다. 그 아이의 까만 눈동자는 그 명석한 두뇌 너머 슬프고 물기 많은 영혼을 지녔다는 증거였다고 생각한다. 그에게 천문학과는 어쩌면 가장 잘 어울리는 전공이 아닐까. 보고 싶다. 그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