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라 극장엘 갔는데 왜 이렇게 볼 영화가 없던지.. 가문의 부활은 돈 주고 보기 아까웠고 헐리웃 대작은 하나도 없고 거룩한 계보는 추석연휴 다 끝나고 개봉한다 그러고 타짜는 다른 친구랑 이미 약속되어 있고... 진짜 볼 영화가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마지못해 선택한 라디오 스타.

하지만 대박!!!!  완전 잘만든 영화..

안성기 연기의 참맛을 알려주는 영화다.  서글서글한 눈매와 웃을때 생기는 주름이 인상깊었다. 그리고 연기하는 것인지 실제 자기 모습인지 구분안갈 정도로 완벽한 연기. 박중훈은 수면 밑에서 잔잔히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고 노브레인을 비롯한 조연들의 맛깔 나는 연기 또한 100점만점을 주고 싶을 정도

솔직히 뻔한 이야기다. 하지만 사는게 다 뻔한 이야기지 않은가. 그 뻔한 이야기를 잘 연기해내고 잘 찍고 잘 편집한 영화를 만든 모든 사람에게 박수쳐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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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 치바 이사카 코타로 사신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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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신들은 각자의 이름을 시나 동네의 이름에서 따온다. 그래서 이 사신의 이름은 치바다. 치바현의 치바.

킬링타임용으로 딱 알맞다. 인간과 야쿠자 놀이를 하든 살인자에게 인질이 되든 연쇄살인사건에 휘말리든 그는 아주 가벼운 마음이다. 인간이 아니니까. 그래서 치바가 사신임에도 불구하고 죽음이라던가 삶이라던가 이런 것이 진지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심각한 것이 싫다면 딱 알맞다.

하지만 6번째 에피소드는 그중에서 마음에 든다. 마주쳤던 사람과 다시 마주치고, 죽음은 그저 죽음일뿐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피할 수 없는 그저 삶의 한 부분이라고 고백하는 사람을 머나먼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으니까.

킬링타임용이라고 했지만 국문학을 위한 책도 있고 사회 과학을 위한 책도 있지만 이런 책은 머리가 터질 것 같을 때 생각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내려가기 좋다. 이것으로 휴식을 취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면서도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삶이 너무 무거운 사람에게 권해주고 싶다.

죽음이 있기에 완성되는 것이 삶이므로 불행이 있기에 행복이 있음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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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라이 디퍼 쿄우 37
카미죠 아키미네 지음, 서현아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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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권부터 한달음에 37권까지.. 이제 마지막으로 선대 홍왕과의 사투 1-2권쯤 남은듯...

신념.. 그것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이들로 인해 나에게 감동이 밀려왔다. 나의 신념은 무언가.. 나는 내 신념을 지니고 살고 있는가.. 만화답지않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다. 수없이 난무하는 말보다 신념을 지키기위해 나름의 노력을 몸소 보여주는 쿄우와 옳지 않은 방향따윈 없다는 듯이 자신의 길을 가는 많은 인물들...쿄우가 맞닥뜨린 상대는 모두 자신의 신념을 걸고 싸웠고.. 자신의 길이 옳든 그렇지 않든 한발한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선대 홍왕만이 진정한 악인지는 다음권을 봐야할듯...

쿄시로조차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는.. 그 장엄함속에서 생각없이 하루하루를 덧없는 담배연기처럼 보내는 내가 부끄러웠다. 이 만화의 장점은 절대 악도 절대 선도 없는 가운데서 인간이기에 향할 수 밖에 없는 시행착오의 길과 옳다고 믿는 길로의 정진에 대한 상념이다.

단점은.. 등장인물들이 너무 안죽는다는 것. 정말 한사람도 죽지않고 모두가 해피엔딩..그러나 그것이 곧 장점인것을..그것이 이 만화의 매력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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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대
염상섭 / 춘원문화사 / 199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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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0년대 초반에 씌여진 소설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소설적 깊이가 있다는 점에서 깜짝 놀랐다. 며칠 전에 <만세전>을 읽으면서 작가의 계몽성에 약간 눈살을 찌푸렸는데 <삼대>에 와서는 자신의 리얼리즘을 확고히 다지면서 완벽한 소설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먼저 인물들이 생생히 살아 있어 30년대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인간의 보편성을 문제로 삼고 있기 때문에 인간의 실존의 불안 등과 같은 문제는 지금 읽어도 같은 주제를 생각하게끔 만든다. 인간이 살아감에 있어서 돈과 이념과 욕망 등의 문제는 그때도 지금도 여전하다. 돈에 눈이 벌개지고 자신의 신념에 따라 살다가 죽는 사람도 있고 보수적인 이념에 빠져나오지 못하고 자신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살아가는 모습은 21세기에도 여전한 모습이다. 그런 보편성이 있기에 지금도 고전으로 읽히고 있는 것이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인간의 욕망의 소용돌이 속에서 계속 나의 궁금증을 유발시켰다는 것이다. 경애는 결국 누구와 맺어질 것인지, 덕기는 필순이와 어떤 식으로든 인연을 맺을 것인지, 할아버지는 결국 자연사 한 것인지 등등 인물 사이의 사건을 계속 던져주면서 궁금해서 끝까지 읽지 않고는 못배기고 만들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이 통속소설이 되지 않았던 것은 작가의 깊이 있는 인간에의 성찰에 있다. 단순히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들의 나열이 아니라 그 속에서 특수했던 시대의 흐름에 따른 고민도 엿볼 수 있었고 보편적인 인간의 모습도 볼 수 있기 때문에 고전의 반열에 오른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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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란티어 1 -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2
김민영 지음 / 황금가지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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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장 1800페이지의 대하소설급의 팔란티어를 읽느라 주말을 꼬박 바쳤다.. 그러나 아쉽기만 하다. '한국 게임 스릴러의 전설', '당신의 상상력을 시험하는 완벽한 작품' 등등등 광고는 언제나 사람을 속일 뿐이다. 스릴러는 무슨... 이건 판타지소설이다.

  이 책을 이제서야 읽게 된 것이 무엇보다 안타깝다. 처음 출간되었던 1999년에 읽었더라면 주말이 이렇게 아깝지는 않았을텐데.. 무엇보다 시기의 적절성이 중요한 책이다. 온라인 게임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해며 절정기를 구가하고 있던 1999년과 2000년, 이 시기가 지나고 나서는 이 책의 장점인 참신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어찌된일인지 판타지 소설도 그때를 기점으로 활발한 꽃을 피우지 않았던가. 지금 시각으로 이 책은 진부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보로미어라는 캐릭터와 가이아 세계를 창조해낸 작가의 상상력은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특히 보로미어란 캐릭터는 정말이지 매력적이다. 그리고 함께 퀘스트를 가고 원정을 떠나는 인물들 역시 하나하나 캐릭터가 살아있었다. 차라리 판타지라고 하지, 왜 스릴러라고 광고를 해서 사람 기대치에 어긋나게 하는건지, 판타지 소설이었다면 스릴러 요소가 양념으로 참가되어 더 재미있게 볼 수도 있었을텐데...

  그리고 소설이 씌여진 때와 읽혀진 때, 시간을 떠나서 가장 아쉬운 점은 여백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모든 자잘한 설명까지 너무도 친절하게 되어있어서 독자의 상상력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그저 열심히 보고서 읽듯이 읽으면 되는거다. 그래서 1800페이지라는 엄청난 결과물이 나왔다고 생각된다. 독자는 바보가 아니다. 소설이 만화보다 100배 낫다고 주장할 수 있는 이유는 상상력에 있다. 작가는 독자가 행간의 여백을 메울 능력이 있다고 믿어야 한다. 일일이 모든 것을 떠먹여주는 소설은 매력이 떨어진다. 여백의 미가 아쉬운 대목이다. 여백의 미를 잘 살렸다면 1000페이지 내로 끊을 수 있었을텐데...

  나는 이 책이 스릴러가 아니라고 규정했기 때문에 스릴러적 요소의 아쉬움에 대해선 말 안하련다. 솔직히 단점만 죽 늘어놓아서 미안해서 더 말도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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