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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대
염상섭 / 춘원문화사 / 1993년 6월
평점 :
품절
1930년대 초반에 씌여진 소설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소설적 깊이가 있다는 점에서 깜짝 놀랐다. 며칠 전에 <만세전>을 읽으면서 작가의 계몽성에 약간 눈살을 찌푸렸는데 <삼대>에 와서는 자신의 리얼리즘을 확고히 다지면서 완벽한 소설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먼저 인물들이 생생히 살아 있어 30년대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인간의 보편성을 문제로 삼고 있기 때문에 인간의 실존의 불안 등과 같은 문제는 지금 읽어도 같은 주제를 생각하게끔 만든다. 인간이 살아감에 있어서 돈과 이념과 욕망 등의 문제는 그때도 지금도 여전하다. 돈에 눈이 벌개지고 자신의 신념에 따라 살다가 죽는 사람도 있고 보수적인 이념에 빠져나오지 못하고 자신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살아가는 모습은 21세기에도 여전한 모습이다. 그런 보편성이 있기에 지금도 고전으로 읽히고 있는 것이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인간의 욕망의 소용돌이 속에서 계속 나의 궁금증을 유발시켰다는 것이다. 경애는 결국 누구와 맺어질 것인지, 덕기는 필순이와 어떤 식으로든 인연을 맺을 것인지, 할아버지는 결국 자연사 한 것인지 등등 인물 사이의 사건을 계속 던져주면서 궁금해서 끝까지 읽지 않고는 못배기고 만들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이 통속소설이 되지 않았던 것은 작가의 깊이 있는 인간에의 성찰에 있다. 단순히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들의 나열이 아니라 그 속에서 특수했던 시대의 흐름에 따른 고민도 엿볼 수 있었고 보편적인 인간의 모습도 볼 수 있기 때문에 고전의 반열에 오른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