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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나무 1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뿌리깊은 나무>, 이 책만큼 별점을 몇 개 줘야할 지 고민스러운 책도 없었다.
네개를 주기엔 아쉬웠고, 다섯개를 주기에도 아쉬웠다. 다섯개를 줄만큼 내 심장을 송두리째 흔들지 못하였으나, 네개를 주기에도 별이 모자랐다. 평점으로 치자면 4.8 정도?
별 네개를 주기에 아쉬웠던 이유는 추리나 미스터리의 토양이 채 형성되어있지 못한 한국이라는 곳에서 작가만의 상상력으로 이렇듯 멋진 팩션을 만들어낸 것에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 엄청난 연구와 취재가 뒤따랐음은 그 공을 충분히 인정해줘야 한다. 단편이 아닌 장편에서 이렇듯 완성도가 높음은 정말이지, 한국 소설이 이런 경지에 올랐음에 눈물이 날 지경이다. 선구자와 같은 소설이다.
게다가 현재를 사는 사람들에게 하고싶은 말도 충분히 책속에서 풀어내고 있다. 대놓고 설교조가 아니라 개개의 사건과 인물들의 발언을 통해 우리에게 울림을 주고 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집현전학사와 세종의 마음을 읽어내고 깊은 공감을 받을 수 있는 한글창제와 그 비밀은 지극히 한국적이면서도 사건의 긴장감을 주고 있다.
하지만 별 다섯개를 줄 수 없는 것, 범인이 누구인지 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너무나도 이상향에 사로잡힌 인물들의 영웅적 면모만을 부각시켰기 때문에 긴장감이 떨어진다. 최만리나 심종수의 입장도 명분을 가지고 풀어냈더라면 더욱 긴장감을 놓지못했을 것이다.
국문학도로서 한글창제에 관한 이 팩션은 흥미로웠다 세종 시대의 현실과 현재의 모습을 절묘하게 버무려놓으면서 한글을 만들고 지키고자 했던 모든 이를 영웅으로 만들어보였다. 최만리조차도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한 모습과 마지막의 의연함은 그를 비난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이러한 장점이 곧 단점이 되기도 한다. 너무나도 맑은 물이어서 물고기가 살지 못할 것 같은 웅덩이를 보고있는 기분이랄까.
욕망은 사람을 망치고 사건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욕망에 눈 먼자의 욕망은 거의 표현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마지막의 심문 장면은 약간 허무하다. 뭐가 이렇게 쉽게 끝나는 것일까, 약간의 허탈함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욕망에 눈먼자의 모습보다 감격스러웠던 집현전 학사들과 세종의 모습에서 그 시대를 살아내고 다음 시대를 열고자 하는 뜨거움을 느꼈으므로 감히 별 다섯개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