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90년대 초반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장국영, 주윤발, 유덕화에 연호하면서 어느샌가 홍콩 영화는 <도신>과 같은 카드게임이라는 한가지 소재에 집중했었다.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미친듯이 홍콩영화에 빠져들었다. 시작은 무협 시리즈 <초류향>이었다. 흰 옷 나풀거리면서 검을 휘두르는 주인공에 빠져 열 편짜리를 사흘에 다 보았던 내 국민학교 6학년 마지막 겨울방학이 떠오른다. 그리고 무협느와르와 이어지는 도박에 관한 느와르까지, 완전 좋아해서 B급 홍콩영화까지 다 찾아보았던 기억이 난다.
타짜를 보면서, 그때 기억이 떠올랐다. 아마도 음악의 탓이리라. 두둥~하면서 결정적 장면을 가로지르는 그 특이함, 그것이 내 기억을 수면위로 부각시켰다.
솔직히 작품성 떨어진다. 왜 그렇게 이 영화에 연호하는지 이해가 잘 안된다. 물론 김혜수의 육감적인 몸매와 조승우의 매력적인 미소가 한몫했겠지. 잘 얽어놓은 캐릭터와 사건은 괜찮았다.
그런데 왜 옴니버스같이 느껴졌을까. 10까지 붙은 부제 때문만은 아니었다. 당연히 있어야할 클라이막스는 진부했고 생소한 세계에 대한 묘사를 위해서 시간이 많이 필요했을 것이다. 타짜의 세계, 그것은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다. 영화를 보면서도 낯선 용어에 집중할 수가 없기도 했다.
그래서 아쉽다. <범죄의 재구성>같은 대중성이 미흡하다고나 할까. 긴박감이 떨어진다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