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도록 미스터리나 스릴러를 읽어오면서, 한국 미스터리 문학의 침체는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늘 생각하게 된다. 일본 미스터리 소설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옛날 그저그런 작품까지 번역되어 나오고 있는 실정이고, 영미권은 다양한 장르문학이 번역되고 있는 가운데 내가 보기엔 미스터리계열 보다는 스릴러가 더욱 인기를 끌고 있는데, 한국 장르소설은 대체 어디에 있는건가....  
 

  내가 생각하는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을 차지하는 요소는 크게 사건, 캐릭터, 문장력, 구성 이 네가지라고 생각한다. 스릴러든 본격 미스터리든 누군가가 죽거나 다치거나 사라지는 등의, 범죄적인 요소가 담겨있는 '사건'이라는 것이 일어나야 작품이 존재할 수 있다. 그리고 피해자든 탐정이든 형사든 그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그 인물에게 부여된 모든 요소가 캐릭터다. 마지막으로 문장의 집합체가 바로 소설이기에 작가의 머리 속에 들어있는 고차원적인 상상을 언어라는 도구를 써서 어떤 문장으로 발현시킬 것인지,그 능력치가 문장력이고, 문장들을 어떻게 꾸려나가고 사건을 어떻게 배치시킬지에 관한 것이 구성이다. 

  나는 한국장르문학이 이렇게 헤매고 있는 것인 이 세가지 가운데 특히 '문장력'에 문제가 많기 때문이라고 본다. 솔직히 한국장르문학은 천시받고 있기 때문에 도전적인 자세로 장르문학 작가가 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국문학을 전공했다는 나의 이력 때문에 작가도 만나보고 작가지망생들도 많이 봤지만 장르문학에 대한 애정을 과시하는 것도 분위기상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아니, 솔직히 글로 먹고 살겠다고 나선다는 것 자체가 한국의 현실에서 거의 불가능한 일 아닐까...) 

  일단 내가 지금껏 읽어본 한국 미스터리 가운데 문장력이 가장 나았던 작품은 최혁곤의 <B컷>이었다.(10년도 더 전에 읽어본 <헤르메스의 기둥>도 괜찮았다는 생각이 얼핏 들지만,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아 조만간 다시 확인해볼 생각이다). 이정도 문장력이면 미스터리나 스릴러를 써내려가는데 전혀 문제가 없어보인다. 조금만 더 갈고 닦으면 빛나는 표현도 구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마저 들기도 한다. 문장력이란게 뭔지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미스터리도 스릴러도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기에 인간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표현을 해야한다. 단순히 반전이 뛰어난 사건을 보고서 쓰듯이, 혹은 '그것이 알고싶다' 대본처럼 딱딱하게 써내려가는 건 소설이라고 볼 수도 없다.  

(to be continued...)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돌이 2010-01-21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만에 분석적인 글을 쓰려니 너무 힘들다.. 조금씩 쓰다보면 언젠가 끝이 나겠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