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민인 어렸을 때부터 아토피 증상이 있었다. 2년 동안 아토피가 심해졌나 좋아지길 반복했다. 키가 자라지 않고(또래보다 작은편이다) 얼굴과 몸에 살이 많이 올라(스테로이드 부작용 중에 특정 부위에만 살이 찌는 증상이 있지만 이 부분과 별개로 성장이 늦는 부작용도 있다고 한다.) 이사하면서 스테로이드 연고를 끊고 항히스타민제도 임의로 끊었다.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처방해야했지만 믿을만한 병원도 없고 회사에 매어있어 병원에 갈 시간이 없었다.
며칠 지나지 않아 가려움이 심해지자 아이는 긁기 시작했다. 진물이 나고 딱지가 가라앉고 발진이 생겼다. 한의원에 갔더니 3도 화상에 준하는거라 화상 치료에 준하는 케어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화상 전문 '자연재생한의원'에 문의해보니 자기네는 아토피 치료를 해본적이 없단다. 다른 한의원에 가서 진료를 받을 생각으로 토요일까지 기다리며 아토피 관련 책을 읽었다. 목욕과 보습을 해야한다길래 인터넷에서 보습제와 입욕제 용품도 알아봤다.
양육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어떤 매체보다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EBS. 가끔 60분 부모를 보고 아이를 대하는 방법에 대해 배웠지만 허다한 감정노동을 해야하는 역할을 양육자에게만 강조하는 것 같아 불편함을 갖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다른 매체보다는 믿음이 간다.
'아토피atopy'는 '비정상적인', '알 수 없는'이란 의미이 그리스어 'atopos'에서 유래한 말이다. 즉 아직까진 왜 아토피가 생기고 정확히 어떤 증상인지 밝혀지지 않았단 얘기다. 이 책에선 아토피뿐 아니라 비염과 천식처럼 알레르겐에 의해 촉발된 알레르기 질환을 소개한다. 아토피는 면역과잉반응으로 집먼지진드기나 꽃가루처럼 신체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물질에도 과잉반응을 보이는 것을 일컫는다. 아토피의 원인은 복합적으로 작용해 일어나기 때문에 무엇 때문에 아이가 아토피에 걸리는지 따지고 자책하는 대신 좀 더 정확하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치료하고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아토피피부염을 비롯한 알르레기질환은 면역체계의 과잉반응이다. 따라서 면역체계를 바로잡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치료지만, 현재 의학기술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피부염증은 치료할 수 있으므로 항염증 치료제인 스테로이드 연고를 사용해야 한다. 그러면서 이 책은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은 대부분 전신 투약에 있으며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 있다는 논리를 댄다. 내 생각에 사람들이 막연하게 갖고 있는 스테로이드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실질적인 부작용보다 현대의학에 대한 불신감에 바탕을 둔다고 생각한다.
지민이를 데리고 병원에 갈 때마다 나는 과연 의사가 이 아이에게 어떤 약을 투약했고 어떤 연고를 바르게 했는지 기억은 하고 있을까란 의문이 들었다. 물론 차트에는 나와있을 것이다. 또한 스테로이드를 처방한다면 생길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한번도 설명듣지 못했으며, 아이가 어떤 음식에 반응하는지 질문하는 의사를 보지 못했으며 가려움증은 어떻고 상처는 어떤 상태인지 제대로 살피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명감있고 성실하게 환자를 돌보는 의사들까지 싸잡아 비난하는게 아니라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을 한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늘 시간에 쫓겨 진료를 하고 명령하는 듯한 어투로 진단한다. 질문을 하면 '인터넷에서 보고 왔냐'며 반문하는 의사는 병을 앓는 환자의 맘을 불편하게 한다. 이게 무슨 약인지, 어떻게 치료할 것인지를 알지 못하고 상처 부위만 보여준 뒤 처방전만 받아들 때는 좀 씁쓸해진다. 돈 안 되는 피부질환이라 이런 대우를 받는건가란 생각도 든 적이 있다. 책에선 의사의 처방을 따라야 하고 진료를 받아야한다고 하지만 자신에게 찾아온 환자를 신경써서 대하는 의사를 본적이 없어 구태의연한 원칙만 강조한단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는 좋은 부분들마저 가릴 정도로 의사의 권위에 따를 것을 강조하는 부분이 눈에 띈다.
사람들이 왜 확인되지 않는 민간치료에 의존하는지도 책에서처럼 스테로이드 부작용을 우려해서만이라고 말하면 안 된다. 더군다나 10년 전 아토피를 겪은 일본처럼 지금 우리 사회도 혼란스러운 상태란 말로, 일본에선 스테로이드로 치료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갖고 있다는 말로 의사들의 처방에 따를 것을 주문해선 안 된다. 사람들이, 아니 내가 막연하게 스테로이드 처방에 불만을 갖고 있는건 책에서 누누히 강조하는 것처럼 의사의 처방에 따라 적당량을 바르라는 지시를 따를 수 없기 때문이었다. 약통 하나와 물약, 그리고 땡이다. 스테레오 연고를 바르는 기준이 있다는 것을 책에서 배웠다. 스테로이드 연고가 위험한건 아니지만 기존에 사람들이 갖고 있는 통념에 비춰 의사의 태도는 너무 안이하다. 내가 너무 딴지를 거는걸까.
물론 이 책 덕분에 식품 알레르기 검사를 해서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를 챙기며 아토피 관리를 해야하고(지민의 경우 달걀이나 닭고기, 돼지고기, 우유, 가공식품을 안 먹였는데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를 공급받을 수 없기 때문에 알레르기 검사를 받아서 확인해야했다.) 보습제와 목욕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혹시 아토피를 앓고 있는 아이를 둔 분들을 위해 완치가 아닌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지 않는' 이 책의 아토피 관리법을 소개해 본다.
1. 목표는 완치가 아니다.
2. 의사의 치료를 신뢰하고 따른다.(이에 앞서 전제조건은 의사의 자질, 즉 신뢰감을 주는 것에 있을 것 같다)
3. 아이의 눈높이에서 생각하기
4. 목욕은 10분 내로 간단하게 하고 보습제는 목욕 후 3분 내에 발라라
5. 스테로이드 연고는 처방대로 바른다.
6. 식품알레르기가 없다면 식이 제한을 할 필요가 없다.
7. 적절한 실내 온도와 습도 유지 필수
8. 집먼지진드기가 서식하는 살림은 치워라
9. 순면 소재의 헐렁한 옷을 입힌다
이 책에선 목욕을 자주하는게 좋다고 하는데 <아토피습진과 다른 습진>에 보면 목욕을 자주하면 피부의 지방이 사라져 피부를 더 건조할 수 있게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옆에 있는 책은 알레르기보다 전반적인 습진의 증상과 관리, 치료제에 대해 나와있다. 연화제와 소독제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보는게 도움이 될 것 같다.

한방에서는 스테로이드 연고나 항히스타민제 복용은 일시적인 효과라며 체내의 저항력과 면역력을 증강시켜주는 방법을 써야한다고 하고 인터넷에선 감잎차를 먹어라, 목초액 입욕제를 써라, 편백나무 가구를 쓰라고 한다.
어느쪽 말이 맞고 어떤게 지민이 아토피 치료에 효과적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다만 치료법의 공통적인 사안을 취합해서 아토피 치료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할 수 밖에. 요새 유행인 목초액이나 편백나무 베개며 황토 잠옷은 당분간 사지 않을 것 같다.
* 지민이는 음식 알레르기 검사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음식보다 아이의 스트레스 관리가 더 중요했다. 헌데 아토피를 보는 사람마다 가지각색 치료법을 제시하고 '아토피는 부모 탓'이라고 이죽거리는걸 보면 우선 내 스트레스 먼저 다스려야할 것 같다. 아토피는 원인도 치료방법도 밝혀지지 않은 병이라구요! 라고 소리치고 싶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2012.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