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데이 상술이잖아. 나는 사탕도 안 좋아한다. 아침에 남직원들이 롤리팝이랑 초콜릿을 놔둬서 몇개 까먹은거 말고 화이트데이는 의미가 없었다. 2월 14일 전에 우리는 허례허식을 하지 말자며 a랑 약조한바도 있다. 연애를 하지 않았다면 좀 서운했을지도 모르지만 유별나게 연애티를 내는 사람도 없으니 없던 결핍까지 궁리할 일도 없었다.
그런데 a가 사탕바구니를 선물했다. 연한 분홍색 장미꽃 하트에 역시 하트사탕 하트 숑숑인 꽃바구니. 나는 기뻐 미쳐 돌아가시는게 아니라 얘가 시들면 어떻게 처리하나란 생각을 했다. 바구니는 어떻게 쓰고 포장지는 어떻게 재활용하지. a는 그런 내 머릿속을 잘 안다. 나도 a가 가끔 한번씩 짠하고 이런 것도 해주고 싶어한다는 것을 아는지라 쑥쓰럽게 기뻐했다.
책상 위에 놓인 화이트데이 사탕 바구니. c랑 다른 c가 한마디씩 보탠다. 작년엔 안 주더니 이번엔 주네, 확신이 생긴거겠지 등등. 둘의 쿵짝이 우스워서 격년제로 사탕바구니를 준다니까 c가 한마디 한다.
- 여러분들 들으시오.(남직원들은 삽질한다고 착출된지라 한적한 사무실) 맘은 전하되 사탕 바구니는 격년제로 하는 절제된 사랑을 나누시오.
사람들은 못들은체 하고 c만 해바라기가 돼서 다른 c를 쳐다본다.
난 영원한 사랑이나 뜨거운 사랑도 아닌 절제된 사랑을 하는 여자사람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