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데이 상술이잖아. 나는 사탕도 안 좋아한다. 아침에 남직원들이 롤리팝이랑 초콜릿을 놔둬서 몇개 까먹은거 말고 화이트데이는 의미가 없었다. 2월 14일 전에 우리는 허례허식을 하지 말자며 a랑 약조한바도 있다. 연애를 하지 않았다면 좀 서운했을지도 모르지만 유별나게 연애티를 내는 사람도 없으니 없던 결핍까지 궁리할 일도 없었다.


 그런데 a가 사탕바구니를 선물했다. 연한 분홍색 장미꽃 하트에 역시 하트사탕 하트 숑숑인 꽃바구니. 나는 기뻐 미쳐 돌아가시는게 아니라 얘가 시들면 어떻게 처리하나란 생각을 했다. 바구니는 어떻게 쓰고 포장지는 어떻게 재활용하지. a는 그런 내 머릿속을 잘 안다. 나도 a가 가끔 한번씩 짠하고 이런 것도 해주고 싶어한다는 것을 아는지라 쑥쓰럽게 기뻐했다.


 책상 위에 놓인 화이트데이 사탕 바구니. c랑 다른 c가 한마디씩 보탠다. 작년엔 안 주더니 이번엔 주네, 확신이 생긴거겠지 등등. 둘의 쿵짝이 우스워서 격년제로 사탕바구니를 준다니까 c가 한마디 한다.


-  여러분들 들으시오.(남직원들은 삽질한다고 착출된지라 한적한 사무실) 맘은 전하되 사탕 바구니는 격년제로 하는 절제된 사랑을 나누시오.


 사람들은 못들은체 하고 c만 해바라기가 돼서 다른 c를 쳐다본다. 


난 영원한 사랑이나 뜨거운 사랑도 아닌 절제된 사랑을 하는 여자사람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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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03-14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절제된 사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뭔가 사랑은 절제되지 않는게 좋을 것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사탕은 좀 절제하는게 좋을 것 같아요. 충치도 덜 생킬테고 말이죠. 그쵸? a의 마음을 알 것 같아요. 그런거 챙기지 말자고 했지만 그래도 해주고 싶은 마음이요. 알 것 같아요, 정말. 아치도 알겠지만 말이죠. 히히히히히. 사탕 바구니라니, 아치 쑥스럽지만 좋겠다.


아까 이메일 확인하려다가 우연히 그런 기사를 봤어요. 화이트데이에 여성이 받기 싫은 선물 1위는? 하는거요. 나는 거침없이 그건 바로 사탕! 이라고 대답했는데 아니나다를까, 화이트데이에 여자들이 가장 받기 싫어하는 선물이 사탕이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난 빵터져가지고. 그런데 왜 여자한테 사탕주는 날이 된걸까요. 바보같은 화이트데이에요. 초콜렛이나 육포를 주는 날로 바꿨으면 좋겠어요.
우리 회사 남자직원들은 하나같이 초콜렛을 주더군요. 나는 아주 크게 만족했어요!! 히히히히히

Arch 2012-03-15 10:26   좋아요 0 | URL
과장님이 사랑은 절재하지 말되 사탕은 절제하라는거였어요. 그게 말처럼 쉬울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정말 사탕 싫어요. 이가 썩는다면 초콜릿 때문에 썩었으면 좋겠어요. 꺅꺅~ 아냐, 이 썩는건 싫어.

다락방을 위해 육포데이가 있었음 좋겠어요. 6월4일 정도? ^^

숲노래 2012-03-14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오늘이 그런 날이었군요!

저는 오늘
전라남도 고흥 시골로 옮긴 지 반 해가
훌쩍 지났구나 하고 생각했답니다~

Arch 2012-03-15 10:27   좋아요 0 | URL
네, 오늘이 그런 날이었어요. ^^
일년이 다 돼가는 소감은 어떠세요?

된장님, 혹시 전남 귀농학교에 대해서 아시나요?

2012-03-14 18: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15 1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12-03-14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오, 제가 들은 화이트데이 일화 중 가장 멋진 스토리인데요, 절제된 사랑! 멋지다, 아치 님도, a 님도.

Arch 2012-03-15 10:31   좋아요 0 | URL
항상 어디선가 쏙쏙 뽑아낸 듯한 최상의 댓글을 달아주는 치니님~
그렇게 말씀하시니 쑥쓰럽지만 전 괜히 으쓱으쓱해져요. 히히~

비로그인 2012-03-14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 좋으시겠어요!! 전 방금 알았어요, 오늘이 화이트데이하는 사실을 ㅎㅎ
제가 연애라는 걸 했다간 아주아주 절제의 극치를 보여주는 사랑을 할 거 같네요 :)

Arch 2012-03-15 10:32   좋아요 0 | URL
하, 절제의 극치는 또 어떤걸까요.^^ 저도 아침에 초콜릿 받고선 오늘이 그런 날이구나 했죠.
말없는수다쟁이님의 연애는 어떨지 궁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