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님 말대로 똑똑하지만 잘난체 하는 대신 똑소리나게 '물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애니 레너드는 그녀의 책에서 부드럽지만 강한 어조로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 모든 것은 시스템의 일부로 존재한다. 어떤 것이든 다른 것과 관계된 일부로 파악해야한다. '너무 싼 가격'에는 보이지 않는 비용이 존재한다.
- '성장 자체를 위한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은 진짜 목표들을 너무나 자주 훼손한다.
- 시민적 자아가 소비자적 자아보다 더 큰 목소리를 내야한다.
- 물건을 살 때, 이 물건에 필요한 자원을 추출하고 물건을 생산하는데 들어간 모든 노력, 그리고 물건값을 버느라 내가 일해야 하는 시간, 이것들을 다 들일만큼 그 물건이 가치가 있는가, 사지 않고 빌리는건? 빌리고 빌리는건 환경적인 이점뿐 아니라 사회적인 이점도 있으며 일단 재미있고 공동체도 탄탄해진다.
- 가장 유독한 시설들은 유색인종이 사는 곳에 모이고, 그 시설의 운영은 이들에게 부당하게 많은 부담을 지우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며 환경 계획이나 의사결정과정에서는 이들을 배제한다.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이다.
그리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뜨끔할만한 대목도 있다.
‘너무나 많은 물건’이라는 말이 갖는 부정적인 함의에서 책은 면제된다는 느낌을 갖고 있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임헤지의 '내게 말을 거는 공간들'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 임혜지의 이야기가 직관을 바탕으로 한다면 '물건 이야기'는 직접 눈으로 보고 자료를 조사해서 내린 결론을 토대로 한다.
http://blog.aladin.co.kr/numinose/3336493#Comment_3336493
요즘은 공익 광고에서도 단순히 북극곰 얘기만 하지 않고 우리 이웃, 곧 나의 문제라는 식으로 접근한다. 어쩌면 사람들은 '내 문제'란걸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귀찮고 재미없으니까 모른체하는건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뭔가를 산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음료수 대신 맛난 효소를. 물건 이야기하다 급반전이지만 물건 이야기도 하고 싶고 봄이네 살림도 소개하고 싶어 한 페이퍼에 두 이야기를 쓴다. 윤리적인 소비는 없다. 다만 윤리적이고 싶은 소비만 있을 뿐. 윤리적이고 싶다기보다는 사는 모습이 너무 예쁘고(전라도 닷컴 독자 특집 첫 페이지에 봄이네 살림 얘기가 나오는데, 나는 그 기사 곳곳에 형광펜으로 표시를 해뒀다. 나도나도, 언젠가 마루에 앉아서 빳빳하게 마른 빨래를 개우고 싶어요.) 효소 역시 맛날 것 같아 봄이네 점빵에서 이것저것 주문했다. 배쨈은 벌써 동나고 모과차는 겨울동안 나와 주변 사람들을 따뜻하게 해줬다. 옥찌들은 냄새는 좀 그렇지만 도라지차가 맛있다며 '한잔 더'를 외친다.
http://haeumj.tistory.com/90
지리산 닷컴을 통해 알게 된 봄이네 살림. 봄이네 살림 덕분에 알게 된 아정님 블로그. 아정님 블로그 때문에 본 인간극장의 '여기 사는 즐거움'
겉치레 많은 광고나 포장으로 물건을 대신하는 제품 대신 건강하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물건을 파는 작은 가게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그런 물건이라면 물건 이야기에서 나온 고민들을 덜할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을 시민적 자아보다 무엇을 사는 게 좋은지만을 가리는 소비자적 자아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몰라서 실천하지 않는게 아니란 것 정도는 알만한 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