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심심했다. 병뚜껑을 갖고 노는 게 재미없어 앞에 있는 남자를 쭉 스캔해봤다. 조금만 크거나 작았으면 못났을 법한 이목구비가 아슬아슬하게 얼굴에 자리 잡은 남자가 거의 눕다시피 앉아 있었다. 오래 나왔던 배는 아니고 지난 연말을 기점으로 술 때문에 찐 듯한 뱃살이 보이고, 타이트한 면바지 때문에 사타구니가 불룩했다. 그때 왜 그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술을 먹은 것도 아니고, 정말 꼭 얘기하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단지 좀 심심했을 뿐. 아니면,

 남자가 뭘 자꾸 보냐고 물으며 나와 자신의 몸을 번갈아 봤다. 남자가 묻지만 않았어도 말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아니, 재차 확인만하지 않았어도 초면인 남자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남자도 심심했다. 이 남자 사람, 자꾸 졸랐다. 배가 나와서라고 말하자, 남자는 폴로 티셔츠를 정리하며 요새 배 안 나온 남자도 있냐며 거드름을 피웠다. 목 뒤쪽에서 악랄한 목소리가 재촉했다. 배 때문이 아니라고 얼른 말해.

 - 그 자세가 좀 도드라져 보여요.

 옷매무새를 가다듬던 남자가 내 눈을 바라봤다. 1초간의 정적. 남자가 자신의 사타구니 부근을 내려다본 후 다시 짧은 정적. 남자는 황급히 자세를 고쳐 앉았다. 아주 아주 불편한 S라인 자세로. 상대의 반응이 좀 귀엽다고 생각 했던 걸까. 좀 더 나가봤다.

 - 상상해봤어요. 그 윤곽은 어떤 모양일지.

 남자는 고민하는 눈치였다. 화를 내야할지, 웃으며 넘겨야할지, 나를 파렴치한으로 몰지. 재미있거나 대범한 성격은 아닌가보다. 이목구비가 아슬아슬한 남자는 내 몸의 흠집을 잡아내는 복수를 선택했다. 나로선 충분히 공감할만한 내용이라 적극적으로 수긍을 했다. 가슴은 작은 편이지만 예쁘다는 것만 살짝 고쳐주고. 김 빠지는 복수였다.

 술자리 농담을 빙자해 가슴 사이즈가 이러쿵 저러쿵 떠들어댈 때마다 '니 것보다 쓸 만하다'는 표정으로 넘겨왔다. 정색할 정도로 심각한 얘기가 아니란 분위기가 한 몫 했던 걸까. 크면 멍청해보이고, 작으면 섹시하지 않고. 가슴이 나와 봤어야 뭘 말해도 알아먹지. 정색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조금 은밀하고 재미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내가 재미있단 얘기는 아니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0-09-24 17: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25 0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25 1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뷰리풀말미잘 2010-10-03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치는 남자사람 고추 상상쟁이.

2010-10-04 1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씨네 21에 실렸던 칼럼. 보고 싶은 영화만 추려봤다.  

 글마다 편차가 크고, 맘에 쏙 드는 글이 있는가하면 이건 뭔가 싶은 글도 많다. 아무래도 '내 인생의' 뭐뭐 앞에선 감정이 쉽게 과잉되거나 억측이 난무하기 때문이 아닐까.


16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 Rushmore
영화

2010년 09월 26일에 저장
ReservationButton()
이해준, 이해영 감독
(영) 맥스가 최고지. 가장 미우면서도 가장 사랑스럽고, 아주 경솔하면서도 아주 진중한... 그건 '설정'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야. (준) 권태와 외로움이 뚝뚝 묻어나는 블룸도 좋고, 늘 옆이 비어 보이는 로즈마리도 좋지. 이 영화의 뛰어난 정서는 그들이 뿜어내는 기묘한 코미디, 그 아우라야. (영) 나는 블룸이 로즈마리 집 앞에서 당근을 씹는 장면이 정말 좋아. 오도독오도독. 그 당근 먹는 얼굴 때문에 로즈마리는 블룸을 좋아했을 것 같아.
더 록
마이클 베이 감독, 숀 코너리 외 출연 / 브에나비스타 / 2000년 7월
24,000원 → 22,800원(5%할인) / 마일리지 230원(1% 적립)
2010년 09월 26일에 저장
품절
이정향 영화감독
만약 <더 록>이란 영화를 그때 보지 못했다면, <미술관 옆 동물원>의 철수는 지금처럼 만들어지지 못했을 거다. 그리고 촬영 내내 배우들의 연기에 최우선의 가치를 두지도 않았을지 모른다. 어쩜 예전처럼 각본과 연출만 좋으면 됐지 하며 캐릭터를 생생히 연기해 내야 하는 배우의 표현력에 무심했거나 너무 관대했을지도 모르겠다.
레즈 (2disc)
워렌 비티 감독, 다이안 키튼 외 출연 / 열린문화원 / 2010년 7월
22,000원 → 17,600원(20%할인) / 마일리지 180원(1% 적립)
2010년 09월 26일에 저장
품절
이송희일 영화감독
영화 <레즈>는 미국의 급진적 사회주의 사상가 존 리드의 생애를 다루고 있다. 그는 1917년 러시아혁명을 묘파한 <세계를 뒤흔든 10일>의 저자이면서, 나중에 크렘린에 안장된 유일한 미국인이기도 하다. 영화는 존 리드가 맑스주의를 받아들이는 시점부터 시작해서, 혁명 이후 러시아로 건너가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느꼈던 복잡한 심경과 그의 죽음에까지 이른다.
남과 여- 일반 킵케이스
끌로드 를루슈 감독, 장 루이 트랭트냥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7년 4월
8,800원 → 8,800원(0%할인) / 마일리지 90원(1% 적립)
2010년 09월 26일에 저장
품절
윤석호, 방은진 추천
여주인공 아누크 에메의 지성미와 고상함,(...) 한여름에도 추울 것 같은 여자 아누크 에메의 우수와 공허에 가득찬 눈빛에 빠져들었다. 자동차 유리창 위에선 와이퍼가 세찬 빗줄기를 쓸어 내리고, 차 안에선 남과 여, 그 묘한 사랑의 떨림들이 이어지고...... 이 모두가 프랑스풍의 동경을 채우기에 충분했다.
... 그렇게 달려간 바닷가에서 안느를 발견하고도 달려가지 ㅇ낳고 헤드라이트 불빛을 백사장에 깜빡이며 한 템포 쉬어가는 뜸 들이는 사랑을 하고 싶지는 않은지.


16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다락방 2010-09-24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도 왔네, Arch. 추석 잘 보냈어요?

Arch 2010-09-24 19:18   좋아요 0 | URL
네. 다락방은?

비로그인 2010-09-28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본 것도 있고, 아직 못 본 것도 있고. 그렇네요.

흠.. 아 이 영화들 목록은 점점 늘어나는 거군요!

Arch 2010-10-04 19:02   좋아요 0 | URL
이제 다 마쳤어요^^
 

* 키스를 잘 한다. 아님 말고

* 세상에서 제일 쓰기 싫은 글 중에서 다시 최고로 쓰기 싫은 글은 바로 자기 소개서이다. 마음 먹고 삶의 이력서를 쓴다면 문제가 없겠는데 팔릴만한 나로 포장하는 게 참 어렵다. 이 회사가 왜 나를 고용해야 하는지, 나는 이 회사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란 분명한 목표의식이 없는 것도 문제다. 낮은 사회적 지위와 저임금 비숙련 노동, 불안한 고용상태를 벗어나보겠다고 야심차게 취업 준비를 했는데 자기소개서란 복병이 있을 줄이야. 어쩌면 앞서의 불안한 상태에 길들여져서 극복해보려는 의지가 닳아버렸는지도 모르겠다.

* 한겨레21에 연재하던 노동 OTL을 엮은 4천원 인생을 읽다가 '대안 컴플렉스'- 쉬운 결론을 내려 위안 받으려는-에 눈길이 머물렀다. 어떤 문제를 접할 때면 손쉽게 나는 이런 행동을 한다거나, 이런 방법이 있다는 식의 대안 제시는 문제의 불편한 지점을 회피하는 게 아니었을까. 예전에 강준만 선생님의 책에서 본 행동하는 사람이 비양식적이다란 말처럼.

* 그러니까 난 지금 무슨 얘긴가를 하고 싶어 졸다 깨다 하면서 페이퍼질을 하고 있는데 애초에 하려던 이야기가 뭐였는지조차 감을 못잡겠다.

* 아침에 그와 구시가지까지 택시를 타고 가서 콩나물국밥을 먹었다. 편의점에 앉아 조직이 단단한 얼음을 아작아작 씹으며 커피를 마신 후 그를 먼저 보냈다. 집까지 버스를 타고 가려다 볕이 좋길래 그냥 걸었다. 골목으로 문을 활짝 열어놓은 집을 보면서 그 속의 삶을 상상해보기도 하고, 닫힌 창문 너머의 일상은 어떨지 머릿속으로 그려보기도 했다. 누군가는 가욋 애인과 골목길에 숨어든 시절을 얘기했고, 다른 누군가는 골목의 나이듦이 참 좋단 말을 건네기도 했다. 그리고 난 내가 살 수 없지만 항상 동경해마지 않는 골목을 걷는 것으로 아침을 열었다.

* 작은 오해가 다툼을 만들었다. 사장님과 실장님이 날을 세우며 눈에서 칼침이라도 튀어나올 기세로 싸웠다. 한차례의 싸움이 끝나고 난 옆에서 사장의 '내 편 만들기의 일환인 상황전개 바꿔치기 시나리오'를 들었다. 사장이 잠시 자리를 비울라치면 실장님의 하소연을 들으며 무시해라, 모른척해라, 상관하지 말란 밑도 끝도 없는 대꾸만 해드렸다. 사장은 먼저 퇴근하고 속이 안 풀린 실장님은 누군가를 불러 재탕 하소연 중이다. 옆에서 보면 아주 분명해 보인다. 말을 좀 보태고 중재를 해볼까 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을 두고 자꾸 다툼이 일어나는걸 보면 그들은 진위 여부를 제대로 밝혀내는 것보다 그냥, 무료한 어느 밤에 좀 다투고 싶은 것이 아닐까란 생각에 미치고 만다. 미친척 못알아듣는 체 할 수 밖에.

* 무슨 얘기를 했더니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내가 한 얘기를 들먹이며 우스꽝스럽다는 듯이 떠들어댔다. 말하지 말걸 그랬나. 질문에 솔직하게 답한 것 뿐인데, 그냥 가만히 있는 게 나았을까. 나는 그들처럼 생각하지 않는데 무리로 의견을 교환하는 그들은 내 생각과 다른 모양이었다. 뭐 별거 있냐는 투로 틱틱대며 다른 얘기로 화제를 전환했지만, 과연 뭐가 맞는지 종잡을 수 없게 됐다.

나만 아니면 되지, '나 원래 이런 사람이야'에서 그치고 말았던적이 있었다. 그 속엔 은근한 무시와 배척도 깔려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하는 말에 하나같이 같은 반응을 보인다면 혹시 내가 어떤 부분을 놓친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요새는 내 할 말과 상대의 반응 사이에서 '적절함'을 찾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재고 소진한다고 큰 소리 친 것처럼 부질없는 다짐이겠지만.

* 한 달에 한 번씩 생리 즈음엔 배가 부풀어 오른다. 달처럼 배가 부풀면 나는 야무지게 밥과 간식을 챙겨먹는다. 가끔 영문을 모르는 남자 사람에게 배가 부풀어 오르노라고 설명을 해주면 두 눈이 까마득한 공간을 헤매 듯 아련해진다. 간혹 그 즈음에 더 많이 먹어서 배가 커지는 게 아니냐고 소신 있게 말하는 남자 사람에겐 콧방귀를 뀌며 '치'하고 웃어준다.

자식, 예리하긴.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다락방 2010-09-14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해요, Arch!

(커피 사가지고 와서 추가) 제일 처음에 해당하는 건에 대해서는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요. 좋아하지만 참으로 구리게 키스하는 남자를 알고 있었지요. 그는 그래서 더 나아가지 못하게(?) 했어요.

제일 마지막에 대해서는 나 역시 그래요. 그때는 힘을 줘도 배가 들어간다거나 하지도 않죠. 대학생때는 커다란 남방으로 배를 가리고 다녔던 기억이 있어요. 그러나 나온 배는 사실 뭘로 가려도 가려지진 않죠. 아흑 끔찍해.

Arch 2010-09-14 09:01   좋아요 0 | URL
물론, 그건 필요충분 이런건 아니지만 좋아한다고 말하는데 꽤 잘 하더라구요. 물론 이건 다 상대적인거지만. 그러니까 미흡한 제 키스 이력에 그전 사람과의 좋지 않았던 경험 뭐 이런걸로 더 좋아보이는거 말예요.

힘을 줘서 배가 들어갔을 때는 아주아주 옛날 이야기죠. 호랑이가 담배 가게에서 신분증 검사당하던 시절? ㅋㅋ 가만 보면 예쁜 배인데(뭐래)

다락방 2010-09-14 10:07   좋아요 0 | URL
내 배도 예뻐요.
너무 크고 너무 많아서 그렇지 ㅎㅎ

pjy 2010-09-16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짜릿했던 키스가 생각나요^^ 첨 만난 사람이었고 다시 만나지 못했지만 두고두고 아쉽네요~
그 뒤로 이렇게 키스운이 지지리도 없을줄 미리 알았다면 그남자 붙잡았을건데요!

양철나무꾼 2010-09-19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가 내리는 추석이 될것 같아요.
그래도 보름달 보면서 빌 소원 한가지 정도 준비해 놓으셨겠죠?

메리 베리 해피 추석이요~^^
 

 유원지에서 열린 공연이 끝나고 시간이 남았다. 근처에 있는 놀이공원에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월미도의 추억이 떠올랐다. 머쓱하게 남들 타는거 구경하다 바이킹이랑 타가다를 탔던 그 날, 말했었던가. 참 고맙고 행복했다고. 먼 곳에 있어 더 그리운 사람들. 우리 언젠가는 다시 봄날으로 갈 수 있을까. 

 


댓글(37)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Arch 2010-08-31 0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박자, 음정, 음색 삼박자가 고루 엉터리.

2. 밤손님들께 심심한 배꼽인사를

3. 저작권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바로 내리겠음.(그럼 올리지를 말던가, 내 말이)

다락방 2010-08-31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에 Arch 가 감상에 빠져 올린 노래라 그런가, 듣기에 좋아요. 이 차를 다 마시고 봄 나르러 가자~

Arch 2010-08-31 13:17   좋아요 0 | URL
봄 나르러 가자로 들었는데 가사에는 죄다 봄날으로 가자로 나와요. 봄날으로 가자니!
문법 개판인 제가 할 소린 아니지만 과연 무슨 뜻인지 궁금해요.
저거 수십번 연습한거에요. 그런데 모냥 빠지게 실수가 많았어요.

머큐리 2010-08-31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런 사랑스런 목소리라니...근데 반주는 어케한걸까??

Arch 2010-08-31 13:19   좋아요 0 | URL
머큐리님은 사랑 남발쟁이^^ 노래를 틀어놓고 제 목소리를 좀 키운거에요.

머큐리 2010-08-31 18:46   좋아요 0 | URL
뭐 목소리가 사랑스럽다는 거지 아치님이 사랑스럽다는 것은 아니에요..ㅎㅎ
그니까 남발은 아니지 머~~^^

Arch 2010-09-01 09:29   좋아요 0 | URL
어흑

비로그인 2010-08-31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의 고요에 촉촉히 젖은 이 목소리가 아치님이예요?
아~~~홀딱 반했어요^^

Arch 2010-08-31 13:20   좋아요 0 | URL
아항, 마기님 고맙습니다. 목소리 깐다고 하죠, 좀 그런거에요.

양철나무꾼 2010-08-31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소리가 넘넘 듣고 싶은데...
컴 스피커 연결이 안 된게 넘 아쉽네요~^^

Arch 2010-08-31 13:21   좋아요 0 | URL
흠, 어쩌죠.
언젠가 '그 날'이 오면 제가 직접 불러주죠. 히~

2010-08-31 1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31 1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31 15: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1 09: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차좋아 2010-08-31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요. 아 따뜻해~~~

Arch 2010-09-01 09:31   좋아요 0 | URL
히~

뷰리풀말미잘 2010-08-31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치가 미잘을 부르네요. 망가져서 엉망이 된 미잘이 다시 촉수를 추스르고 동굴 밖으로 나와요. 아치의 노래를 들어요. 이렇게 기분 좋은 노래. 얼마만인지 모르겠어요. 오늘은 좋은 꿈 꿀 것 같아요. 잘 자요. 아치.

Arch 2010-09-01 09:32   좋아요 0 | URL
미잘, 내가 더 고마워요

비로그인 2010-08-31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한 열다섯번쯤 듣고 있는데도 좋네요. ^^

2. 저 간주부분이랑 마지막 부분의 햇살장면은 Arch님의 의도 ?..

3. 그럼 봄 나르러 간다는 뜻은 뭘까요? 궁금해요. 큿~

Arch 2010-09-01 09:33   좋아요 0 | URL
실수가 더 눈에 띄지 않나요.
물론 제 의도, 좀 유치하지만.
가사 참 멋지지 않아요?

푸른바다 2010-09-01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Arch님이 직접 노래를 부른 동영상인가 보군요.^^ 안타깝게도 여기 일하는 곳은 스피커가 없어서 들어볼 수가 없네요. 집에가서 들어봐야 겠어요.^^

Arch 2010-09-01 21:07   좋아요 0 | URL
아흥, 쑥쓰러워요. (쑥쓰러운데 이런건 왜 올렸어. 엉?)

2010-09-01 1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1 2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2 0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2 1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2 1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2 2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2 2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3 1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3 1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3 1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8 0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1 1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0-09-04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 다시 듣고 있어요.
한시간이나 수다를 떨었더니 다시 자려고 해도 잠이 오질 않아서 일어나서 멍때리고 있어요. 지금은 밥을 먹었구요. 나도 이런거, 노래 부르는거, 한번 해보고 싶은데 도무지 나는 이런 목소리를 뽑아낼수가 없어요. 그래서 몹시 욕심나지만 포기. 난 포기가 빨라요.

그나저나, 숙제는 열심히 해야 해요. 응?

2010-09-04 19: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생일 겸 3만명 돌파 축하 이벤트 -

 오늘은 특별한 시간을 만들어보았습니다. '네가 먹는 것이 곧 너다.'란 독일 철학자 포이어바흐의 말이 있습니다. 이곳 서재에서는 '네가 어떤 물건을 갖고 있는지 알려주면 네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준다'라고 할 수 있는 '세 가지 물건으로 나를 소개하기' 이벤트가 벌어지고 있는데요. 현장에 나가 있는 아치, 이게 무슨 소리인가요.

- 네, 방금 소개한 내용은 뽀가 3만 돌파 겸 생일 기념으로 준비한 판타스틱하고 재치있으며 유머러스한 이벤트입니다. 현재 다양한 성향의 서재인들이 모여 뽀씨의 이벤트에 도전 의지를 불사르고 있습니다.
- 아, 그렇다면 먼댓글이 사정없이 붙었겠는데요. 
- 그게 아직은 아무런 소식이 없습니다. 다들 어마어마한 물건과 글을 준비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 그렇군요.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아치가 처음으로 뻬빠질을 해서 '첫빠' 인센티브를 얻는건 어떻습니까. 어차피 내용이나 수준이 다른 서재인들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니 꽤 괜찮은 차별화 전략 같은데요.
- 그게 너무 일찍 도전하면 '정말 할 일 없는 사람'처럼 보일까봐 준비 다 해놨으면서도 눈치를 보고 있었지 말입니다.
- 그럼 아치의 물건을 볼까요. (처음으로 올리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저보다 부지런하고 미모도 뛰어난 pjy님이 먼저. 흑)

                              
- 좀 쑥쓰럽습니다.
- 쑥쓰럽긴요. 지난번엔 책 읽는 동영상을 올리고, 이번엔 무슨 노래 페이퍼질한다고 준비중이라면서요. 새삼스럽군요. 벌써 사진이 올라와 있네요. 저건 뭐죠?
- 테이프입니다. 제가 중학교 때 테이프 녹음하는 취미가 있었거든요.
- 가을동화, 오랜만에 봅니다. 노래 취향이, 중구난방이었군요. 저기 스티커 붙이고 한건 어떤 미적 센스라기보다는 남은 스티커를 재활용하려는 알뜰함이 돋보이는 선택같은데 좀 너저분해보이는데요.
- 역시 정확하시군요. 제가 좀 알뜰합니다. 
- 말을 제대로 안 듣는군요. 나이도 한참 먹었는데 중학교 때 테이프를 갖고 있는걸로 보면 알뜰하기보단 버리기 싫어서 싸짊어지고 다니는 습성이 있는걸로 보이는데요. 듣기로는 예전 연애 편지, 자신이 썼던 잡글, 학교 다닐 때 필기했던 노트까지 갖고 있다고 하던데 정말입니까.
- 네. 제가 좀 꼼꼼해서.
- 아치네 집을 방문한 측근에 의하면 방 꼬라지가 가관이라던데 꼼꼼한 사람은 원래 정리정돈을 잘 하는거 아닙니까.
- 그래서 제가 또 다른 사진을 준비했습니다.

                                          

- 완벽하게 정리된 모습입니다.
- 정리라기 보다는 잡동사니 도가니 같은데 말이죠.
- 그건 어떤 시각을 갖느냐에 따라 달라보이는 겁니다. 아방가르드한 취향으로 저 물건들을 보면 저 배치와 색감의 조화, 일관성 없는 물건 선택에 어떤 영감을 받을지도 모릅니다. 잘 모르시나본데
- 됐구요. 남들은 하나씩 선정하는걸 또 욕심껏 보여준다고 선반 위에 있는걸 죄다 찍은 모양인데 이 물건들에 대해 설명해주시겠습니까.
- 제일 왼쪽에 있는건 철분제 포장 상자입니다.
- 그 속에 담긴건 뭐죠?
- 일전에 선물로 받은 꽃나무의 꽃에 곰팡이가 생겼습니다. 꽃은 어쩔 수 없지만 나무를 버리는건 좀 아까워 가위로 잘라서 저 상자에 보관한겁니다.
- 왜요?
- (작은 목소리로 간질이며 속삭이듯) 아까워서
- 머리끈이랑 비녀도 보이네요. 화장품도 있고. 이 옆에서 주로 화장을 하는 모양이죠.
- 네, 주로 제 방에서 화장을 하죠. 화장을 너무 많이 하면 도깨비 얼굴이 되기 때문에 서서 쓱쓱 몇분 안에 해치웁니다. 제 방이 누워서 책을 볼 때 불이 너무 환해 전등에 한지를 발라놓는 바람에 좀 어둡거든요. 방에서 화장을 하면 그렇게 피부가 좋아보일 수가 없는데 다른 방이나 밖에서 거울을 보면 우에에에웹
- 네?
- 제가 촛불 없는 곳에선 꽤 괜찮은 얼굴이라구요.
- 설마 웃기려고 하는 소린 아니겠죠?
- 눈치가 빠르신데요. 웃음 참지 않으셔도 돼요.
- 흠...... 다음 물건 봅시다. 달력 같은데 맞나요?

                                           

- 정확합니다.
- 달력에 뭘 저렇게 적어놓은겁니까.
- 앞서 말했 듯이 저는 굉장히 꼼꼼한 성격의 소유자라
- 됐구요. 저기 보이는 줄이랑 동그라미 등등의 표시는 뭡니까.
- 생리 징조에서 생리할 때까지의 날과 생리하는 날 수를 표시한 겁니다. 달력엔 주로 그날 그날 뭘 했는지 적어놓습니다. 제 취향이 좀 고상한 편이에요. 가끔씩 나는 작년 이맘 때쯤에 어떤 즐거운 일과를 보냈을까 궁금해지거든요. 그때를 위해서도 그렇고 '내 생애 단 하루'인 날들을 적어놓고 기념한달까요. 
- 오늘은 아치 자뻑의 날도 아닌데 좀 오버하는데요. 그럼 12일 날엔 뭘 했나요.
- 이거 밝혀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제 페이퍼를 읽는 분들이 자신들은 대중없는 사는데 아치는 너무 버라이어티하게 살고 있다는 자괴감을 갖을만한 일들이 많아서 말이죠.
- 그래도 하나만 밝혀주시겠습니까?
- 12일이라... '사장의 끊임 없는 잔소리, 호박전 만들어서 선생님이랑 같이 먹음, 사장이랑 싸움, 잘 하자고'라고 적혀있군요.
- 사장이랑 싸운겁니까.
- 그게 말이죠. 저처럼 취향이 고급스러운 사람들은 싸움의 쌍시옷 발음도 경멸하기 마련인데 사장이 제 뒤를 쫓아다니면서 잔소리를 해대니 견딜 수가 있어야죠.
- 그래서 이겼습니까.
- 그게 누가 이겼다고 밝히기 참 그렇지만...... 에, 그래도 정 궁금하다면 (개미 편도염 앓는 목소리로) 제가 이겼어요.
- 누가 이긴지 어떻게 아는겁니까.
- 사장이 전화를 걸어서 친하게 지내자고 했어요.
- 그게 꼭 이긴거라고 하긴 뭐하고, 취향도 그리 고급스럽지도 않고
- 뭐라고 하시는거에요? 이 양반이 지금 나랑 한판 붙자는거야, 응? 너 몇살이야?

 지금까지 아치 방에 있는 물건으로 본 아치에 대한 인상은 참으로 '대중없다'는 거였습니다. 본인의 설명과 다르게 굉장히 더럽고, 더러움을 은폐하려고 뭔가 치장하려고 애를 쓰는데 보시다시피, '내 이럴줄 알았다' 정도였습니다. 재미 없고, 의미도 없는 페이퍼를 끝까지 읽은 분들 애쓰셨습니다. 애쓰신 분들께 심심한 결말을 대신해 책 하나 추천해드리죠. 내 속에 내가 너무 많은 이들에게 권하는,


 


다중 인격의 심리학






 어쨌거나 저쨌거나


뽀 만세 ! 우리 할머니 될 때까지 페이퍼질 해요.



댓글(8) 먼댓글(1)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from 기우뚱하다 내 이럴줄 알았지 2012-07-03 15:10 
    요즘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예전엔 이력서에 특기란이 있었다. 한참을 내 특기에 대해 고민하다 적은게 '정리하기'였다. 고백하자면 특기가 아니라 소망이었다. 나는 정말 정리를 잘하고 싶었다. 미적 취향이나 센스가 후져도 정리만 잘한다면 내 방도 봐줄만한 공간이 될 수 있을거란 희망에 부풀어서는 아니었다. 단지 원하는 물건을 바로 찾고, 언젠가 쓸거라고 모아둔 물건들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정리만 잘 한다면 책을 보고 메모만 해뒀던 '미처리 서류'에서 보석같은
 
 
다락방 2010-08-30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다.

Arch님, 재미있어요. 있죠, 첫번째도 두번째도 그리고 세번째 사진도 다 의외에요. 테이프를 녹음해서 저렇게 손글씨로 타이틀을 적는다는 것도 의외고, 아방가르드한 잡동사니도 의외에요. 저런 기타의 부수적인 물품보다는 실생활에 유용하게 쓰이는 것만을 좋아하는 취향은 저랑 닮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우린 정말 전혀 다르군요! 게다가 달력은 또 완전 꼼꼼하게 적네요. 이여자, 참 재미있는 여자야. :)


아 막 집에가서 나도 뭔가 사진찍어 참여하고 싶은데, 전 대체 아무리 생각해도 지저분한 책장, 지저분한 침대, 지저분한 화장, 지저분한 방 말고는 떠오르는 게 없네요. ㅎㅎ

Arch 2010-08-31 02:39   좋아요 0 | URL
휴우, 다행이다. 전요, 페이퍼 올릴 때마다 외면 당할까봐 조마조마해요. 특히 이렇게 객쩍은 짓하면 더더.
저도 제가 실용적인 몇가지 물건만 놓고 지낼 수 있을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아요. 다락방님만큼 재미있을라구요.
사진엔 세팅이 필요한거라고 바람결님이 알려주셨어요. 물론 제 방은 늘 깨끗하지만 (뭐래, 퍽퍽 ^^)

pjy 2010-08-30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홋~ 나의 자학페이퍼와는 차원이 다른! 에잇, 이런 멋진 글쏨씨 막 질투난당...뒤져보면? 나두 멋진 잡동사니?가 있을건데..... 그게 어딨는지 한참 뒤져도 안보이는중 @@;
알뜰하고, 꼼꼼하고, 완벽하게 정리하는 취향이 고상한 아치님^^

Arch 2010-08-31 02:41   좋아요 0 | URL
저는 다중인걸요. 자학은 자기 인격 하나쯤은 챙기지 전 뭐 ^^

뒤엣말은 아주아주 반어적인거 맞죠? ^^ (이렇게 말하면서 왠지 진짜일거라고 맘대로 생각해버리는 중)

Forgettable. 2010-08-31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중인격의 심리학 마무리 센스 어쩔 ㅋㅋㅋㅋㅋㅋㅋ
감동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티커 붙여 놓은거 너무 귀엽네여. 전 테이프란 테이프는 다 버려서 ㅠㅠ 꽃도 마찬가지. 그렇다고 방이 깨끗한 것도 아니에요. 여튼 내가 아치 방에 머무르면서 꼼꼼하게 모두 훑어 봤기 땜에 모두 상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군요. 동시에 처음 보는 것들이기도 하고 ㅡㅡ 웃기죠. 역시사람은 지 보고싶은 것만 보나봐요.

이 페이퍼를 통해 느낀 점은 난 역시 아치에 대해 꽤 알고 있어. 입니다요. ㅋㅋㅋㅋㅋ
은근 도발????? ㅋㅋ
니가 나에 대해 뭘 알아?? 막 이렇게 반격 나오면 할말 없지만요. 그래도 좋아요. 난 할아버지 될때까지 페이퍼 열심히 쓸라고. ㅋㅋ 고마워요. 아치. 날 이렇게나 아껴줘서. ㅋㅋㅋㅋ

Arch 2010-09-01 09:36   좋아요 0 | URL
재미없으면 어쩌나 조마조마했어요.
제가 좀 귀여워요. (이렇게 말하면, 너 말고 스티커 이럴거란거 알아요. 난 다 알아요 ^^) 뽀가 훑어본건 빙산의 일각이었어요. 그게 치운다고 치운 상태란걸 뽀는 상상도 못할거에요.

치, 난 다중인데 날 어떻게 다 알아. 라고 반격하려다 그것까지 미리 예상으르 한 뽀 때문에 말문이 막혔어요. 나중에 우리 자판 누르는 힘 없을 때까지 페이퍼질 해요. 서로 즐찾 경쟁하고, 방문자 비교하고, 댓글 질투하면서 히히~~

2010-09-11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렇게 재밌게 글을 쓰시다니요. '꼼꼼하고 잡동사니를 좋아하며 유일한 날들의 기록을 촘촘히 쌓아가는 다중인격자'이고 싶어지는군요....^^

세 가지 사물로 자신을 보여주기, 아이디어도 재밌어요. 난 뭘까 생각해 봤는데, 기스 잔뜩 난 갈색 뿔테안경, 칫솔 옆에 새초롬한 호랑이 토우, 아무렇게나 켜켜이 첩첩이 쌓인 책장 위의 뽀얀 먼지. 이렇게?

Arch 2010-09-11 13:04   좋아요 0 | URL
섬님 감사해요 ^^

이건 포게터블님의 이벤트 아이디어였어요. 섬님은 안경을 쓰고, 호랑이 인형을 갖고 있군요. 제 책장에도 먼지가 많아요. 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