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커피집에 모여 앉아 노벨 문학상 소식을 기다렸다. 뭐 그러자고 모인 것은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그리 되었고, 발표의 순간 오 마이 갓...듣고는 이해를 못하고 문자로 보고도 잘못 봤나?하는 수준. 어쩔...문동과 현대문학은 혹시 하는 마음에 뭔가 좀 더 찍어 놓지 않았을까? 창비와 은행나무와 민음사도 수혜자가 될 수 있었는데..오호 애재라..나는 개인적으론 필립 로스를 밀었다. 왜냐구? 특강을 들을 기회가 생길 것이므로..응 나 로스책은 거의 다 읽었거든. 잘난 척도 하고 싶었고. 하루키가 받았다고 하더라도 맥주 한 잔 하고 들어왔을 것 같다. 왜냐구? 왠지 아는 사람이 받은 느낌 같으니까. 그리고 응구기 와 시옹오가 받았다면 서점에 들러 책을 한 권 사왔겠지.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친구는 말했다. 상금이 그리 많은데 제3세계 작가에게 돌아가야 정상이지, 밥딜런은 먹고 살만 하잖아..부터 시작해서, 또 한 친구는 출판 시장에 도움이 안되는 문학상이란 왠말이냐며 정색을 했다. 친구들의 논리로 말하면 응구기 와 시옹오나 라오스의 시인이 수상자가 되는 것이 맞네. 필립 로스나 하루키는 다 먹고 살만 하니까. 암튼..그리하여 침을 삼켜가며 기다렸던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밥 딜런이 되었는 바.

 

내가 좋아하던 가수들을 거슬러 올라가면 항상 그 꼭대기에는 밥 딜런이 있었다는 걸로 위안을 삼기로 한다. 한대수, 김창완, 배철수..읊조리는 듯한 창법의 싱어송라이터들의 대부. 정각 밥딜런의 노래들을 좋아한 기억은 없다. 우디 앨런의 영화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를 정말 재밌게 보았는데, 그 후인지 그 전인지 한대수의 다큐를 보고 우리 나라에도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가 있었구나. 하고 탄복을 했더랬다. 영화를 볼 당시는 파격이었는데 그런 사고방식이나 생활 방식이 어찌나 신선하게 다가왔는지. 내 의식의 테두리를 부수어 준 영화적 삶을 한대수가 살았다는 것이 존경스러워서 그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 한대수의 우상 밥 딜런. 오늘 밥 딜런이 우디 앨런과 한대수를 불러냈는데, 이왕 이렇게 된 것 나는 한대수의 노래나 듣고 한대수의 에세이집이나 한 권 사야 겠다. 우디앨런 영화도 한 편 더 보고....아 생각할수록...미드나잇 인 파리는 재밌는 영화다..이야기가 옆길로 새지만, 바르셀로나, 파리, 로마 시리즈 우디 앨런 영화중에 처음엔 바르셀로나가 가장 재밌었는데, 지금은 파리이다. 로마는 그 중 재미없었고. 그런데 이 디비디들은 소장 가치가 있는 이유는 그 도시들의 가장 아름 다운 포인트를 가장 아름다운 각도에서 담아 냈기 때문이다. 영화적 줄거리도 줄거리지만 도시들을 어찌나 가슴 설레게 담아 냈는지 이 영화를 본다면 그 도시에 가보지 않아도 좋다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

 

검색하다 보니. 인사이드 르윈에 밥 딜런 노래가 들어가 있다. <인사이드 르윈>, 난 그런 칙칙한 분위기 그런 인생에 미친다. <인사이드 르윈>은 또 <서칭 포 슈가맨>을 불러내네. <서칭 포 슈가맨>을 안 보신 분들은 꼭 보시라. 생각만해도 마음이 미치게 따듯해지는 영화다. 이렇게 연결을 하니 밥 딜런이 상 받을 만 하네. 밥 딜런이 불러내는 그런 세계, 한대수와 <서칭 포 슈가맨>의 세계에 준 영광이라고 믿어버려야 겠다.

 

의식의 경계가 없는 자유로운 영혼.순수.순정한 삶에 바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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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0-13 22:29   좋아요 0 | URL
하여간 제가 얼마나 모르고 살았는지 느끼는 날입니다.. 밥딜런 책이 그리 있는줄을 전혀 몰랐으니 ㄷㄷㄷㄷ노래 참 좋아했습니다.~~~그래서 그의 노래가 저에게는 그의 문학을 가려버렸던 셈이죠..

2016-10-14 00:37   좋아요 1 | URL
전 원래 노래 안듣던 사람이라 아는 바가 없었어요. 밥딜런은 다이렉트로 아는? 사람은 아니라고 할 수 있네요. 넘 몰라서 팝송100년사? 뭐 이런 책도 읽었던 시절이. 피아노맨 불렀던 그 가수 빌리 조엘? 이랑 밥딜런이랑 잠깐 헷갈리기도.
밥딜런의 노래가 곧 문학인거죠?

yureka01 2016-10-13 22:39   좋아요 0 | URL
락 계열(락도 종류가 너무 많아서 )의 뮤직션으로만 알고 있었거든요. 전혀 몰랐습니다.

AgalmA 2016-10-14 03:35   좋아요 0 | URL
<인사이드르윈>에서 르윈이 마지막 공연을 하고 내려 올 때 시대의 아이콘으로 뜨기 전의 밥 딜런이 공연을 하는 것이 마지막 장면으로 처리되어서 그래요 :)
아, <서칭포 슈가맨> 보면서 실컷 울었던 게 생각납니다.

2016-10-14 09:22   좋아요 0 | URL
아 인사이드 르윈 한 번 더 봐야겠네요.
이것아 소설만 읽지 말고 음악도 듣고 시도 좀 읊조리며 살아라.,가
이번 노벨 문학상이 제게 주는 메시지인가 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욤:)

단발머리 2016-10-14 09:22   좋아요 0 | URL
저도 객관적으로 필립 로스를 지지, 아니... 심정적으로 필립 로스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고령이신지라 얼른 서둘러야하는데,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좀 아쉽기는 하네요. 쩝...
필립 로스 다시 읽기나 시작할까봐요.

2016-10-14 09:23   좋아요 0 | URL
저도 안 읽은 두 권 마저 읽을까 봐요..
쩝...실시간..ㅎㅎㅎ
 

요즘 소설이 뭘까? 소설이 대체 뭐기에 이렇게 사람을 홀리는 것일까?

기쁘게 하고 슬프게 하고 위로 받게 하고 탐구하고 싶게 만드는 것일까?

이런 생각을 내내 하며 다닌다.

노드롭 프라이의 <비평의 해부>를 읽어 볼까? 단지 '예술'이란 말에 끌려

아서 단토의 <무엇이 예술인가?>를 다시 읽어 볼까?

아니면 더 많은 소설을 더 다양하게 읽어야 할까?

이런 와중에 만난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난 주말부터 소설 <세설>을 읽고 있는데, 오늘은 이 소설이 나를 꿈꾸게 했다.

------

 

<세설>은 오사카의 몰락한 상류 계층의 네 자매 이야기다.

셋째인 유키코의 혼담을 중심으로 당시의 간사이 지방 풍속을

잔잔하게 그리고 있다.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간사이 여성들의

사고방식과 생활방식, 호흡법과 말투 등 여성들의 문화를

소설이라는 구조 속에 처음으로 정착시키는데 성공했다.

이는 태평양 전쟁 와중의 극적인 사건이나 인간의 의지 이상으로,

계절의 변화가 작품을 지탱하는 근간이 되는 데서도 엿볼 수 있다.

<위대한 예술은 통속적이면서 동시에 고급 문학이어야 한다>하고 했던

다니자키를 통해 여성과 여성 문화의 요염하면서도 커다란 매력을 맛볼 수 있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뒷표지에 나온 책소개를 읽으며 '위대한 예술은 통속적이면서 동시에 고급문학이어야 한다'라는

말에 아,하고 탄성이 나왔다. 요즈음의 답답함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말.

'통속적이면서 동시에 고급한' 대체 통속적이면서 동시에 고급하려면 어찌해야 한다는 말인지

에밀 졸라와 필립 로스, 카프카와 쿤데라, 도스토예프스키와 톨스토이, 레이먼드 카버와 하루키를 떠올려 보았다. 이 중에 통속적이면서 고급한 문학을 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풍속을 잔잔하게 그린다'는 이 <세설>만 보더라도 '풍속'이라는 이 실체가 있긴 하지만 사진 찍듯 딱 드러낼 수 없는 분위기와 문화들을 글로 이렇게 섬세하게 잘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

정말 고급하다는 느낌이 든다. <미친 사랑>을 욕을 하며 읽고 마지막 책장을 덮고는 탄성이 나온 것과 좀 다른 맥락으로 <세설>은 참 술술 재밌는 이야기책이다. 이렇게 자잘한 일상과 오사카라는 공간과 장마와 홍수, 꽃놀이,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 사람 그 자체를 그려냄이 이만큼 자연스러울 수 있다니, 물 흐르듯 흘러가는 이 가독성이라니. 

 

'통속'과 '고급'이 예술을 정의하는 단 두 개의 키워드일 수는 없겠지만, 하나 하나 찾아서 한 권 한 권 발견해간다는 심정으로 책을 읽는 기쁨.

 

하루키가 그리스섬에 놓고 왔다는 <세설> 필립 로스가 일본 방문을 할 때 가장 먼저 찾았다는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묘소, 살아 있었다면 가와바다 야스나리 먼저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었을 거라는 다니자키 준이치로. <세설>에 이어  아직 번역 되지 않았다는 <미친 노인의 일기>도 읽어 보고 싶다. 기어다니며 며느리의 발가락을 빤다는..엽기 내용 포함이라고 하니, 대체 문학의 통속성은? 고급함은? 어떤 내용을 담고 어떤 장치 속에서 발현되는가?

 

책을 읽는 기쁨을 알고 열심히 읽겠다고는 하지만 역시나여서

오늘은 어디 갇혀서 책만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강제성은 어디에서나 필요한 듯, 이 자유를 부르짖는 아줌마가 이토록 강제성을 갈구하다니

이 또한 모순이로다. 문득 생각나는 시 한 구절...

 

 

 

 

 

 

 

 

 

 

 

 

 

 

------

그렇게 감옥에 갇혔으면 하고 생각한다

감옥에 갇혀 사전을 끌어안고 살거나

감옥에 갇혀 쓸데없는 이야기나 줄줄이 적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병률 <기억의 집>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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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 2016-10-13 13:53   좋아요 0 | URL
잘 읽었어요. 저도 다니자키에 관심이 많아요.
<미친 노인 일기>는 왜 번역본이 안 나오는지.-_-

2016-10-13 21:15   좋아요 0 | URL
네..번역본이 좀 더 나와도 좋을 듯요. 저도 한 두 권 더 읽어 보려 합니다~
 

오늘 언니들이랑 점심 때 식당에서 손만둣국을 먹었다.
먹어보니 정말 만든 만두였다.
만두를 한 개 두 개 세 개 먹는데
문득 이런 생각.

이런 만두,
당면 많이 대파 많이 두부 많이
숙주 많이 부추 많이 고기는 살짝 맛 돌 만큼만
만두소를 한 다라이(!) 만들고
만두피는 직접 밀어
하하호호 모여앉아 만두를 빚는다.
아 정말 많다.
만두만 먹어도 석달열흘 먹겠다할만큼.
그래놓고 하루 밤새 다 먹었으면.

쪄서 먹고 구워 먹고 만둣국도 끓여 먹고

밖에는 눈이 내리는 산골이었음 좋겠다.
만두를 베어 먹으며
배가 터져라 먹고 또 먹으며
나는 둘시네아를 사랑한다
외치고 싶다.

그 곳엔 나도 없고 너도 없고
주체도 타자도 없이
반성하고 반영하고 구축되어야할 자아도 없이
오직 우리들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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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6-10-12 22:47   좋아요 0 | URL
먹기는 간단한데 손 많이 가는 요리죠. 먹기만 하는 사람들이 요리하는 이들의 정성 깃든 마음에 고마워할 줄 알아야 하는데요.

2016-10-12 23:16   좋아요 0 | URL
저는 만두를 할 때 우선 제가 먹고 싶어서 할 때가 많아서 스스로 흐뭇해하며 먹는 편이죠ㅎㅎ

samadhi(眞我) 2016-10-12 23:18   좋아요 0 | URL
저도 사실 흔한 음식보다 복잡한 요리를 즐겨 합니다. 자주 안 해서 탈이지만. 맛있는 것 밝힘증이고 입도 짧아 똑같은 요리는 금방 질리거든요.

yureka01 2016-10-12 22:57   좋아요 0 | URL
손으로 반죽한 만두피에 꼭꼭 뭉쳐 넣은 소가 합쳐지는 게 맛의 교집합 되겠지요? 맛나겠어요^^..

2016-10-12 23:19   좋아요 0 | URL
네 고기는 꼭 덩어리를 사서 칼로 다지고 반죽한 피를 밀대로 밀어서 하려니 한 번 시작하기가 겁나서 주로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만두를 먹는 편입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제가 또 허세글을 썼나 봅니다ㅎㅎ

수이 2016-10-13 09:29   좋아요 0 | URL
난 쑥님표 만두 먹어드릴 자신 있어요 ㅎㅎ

2016-10-13 11:30   좋아요 0 | URL
한 벅 먹읍시다. 방부터 잡고! ㅎ

단발머리 2016-10-13 09:30   좋아요 0 | URL
저도요, 저도요!!!!

2016-10-13 11:30   좋아요 0 | URL
방 잡는 날 연락 드릴게요..ㅋㅋ

꿈꾸는섬 2016-10-17 17:04   좋아요 0 | URL
저도 만두 좋아해요!
만두 만들기도 가능해요.ㅎㅎ
모두 모여서 만들어 먹어도 재밌겠어요.ㅎㅎ
 

나팔꽃
안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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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0-12 22:10   좋아요 0 | URL
잎이 하트 뽕뽕뽕이네요 ^^..

2016-10-12 22:19   좋아요 1 | URL
네 하트 뿅뽕^^
 

요즘 잠을 잘 자는 편이다. 오늘도 여섯시에 눈이 떠진 걸 아주 감사하게 생각한다. 일어나서 습관처럼 북플을 클릭했는데 너무 많은 피드가 있어 다 보지 못하고 어..내가 며칠이나 북플을 못 봤지?생각나니 이틀정도 친구들과 함께 있느라 그랬다. 뭐든지 밀리면 하기 싫어진다. 서재지인들의 글을 다 읽지 못하고 스마트 폰을 접고 간만에 컴을 켰다.  왜 켰지? 밀린 숙제나 하지...끙이다.

 

어제 기습질문을 받았다. 강의 없는 날은 뭐하세요? 갑자기 할 말을 잃었다. 책 읽죠. 흐흐 하고 넘어갔지만. 어제의 경우 내가 톡을 오래 보지 않았고 그런 경우가 많아서 내가 뭐하느라 그런지 궁금했던 모양이다. 기본적으로 난 전화의 모든 음이 무음이다. 그래서 톡이나 전화가 한 나절 정도는 연락이 안되는 건 일상다반사다. 급하면? 문자를 남겨도 된다고 생각하는 주의기 때문에 굳이 전화벨 소리도 필요없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상대가 전화 받을 수 있는 상황인지 어떤지도 모르고 대놓고 전화하는 건 폭력이라고 생각한다.  전화벨 소리에 이상한 노이로제 같은 게 있어서 특히 벨소리를 알림으로 해놓지 못한다. 전자음이나 진동에도 경기를 일으켜서 전화기를 진동으로 해놓지도 못한다. 이건 나의 병적인 증상이니 차치하고. 일단 내가 연락이 안 되 때는 나쁜 짓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나쁜 짓 어떤 짓일까요?하고 누가 묻던데, 아주 나쁜 질문이다. 이런 건 묻는 게 아니다. 예를 하나 들자면, 일요일과 월요일 나는 부산에 있었다. 가보니 부산 국제 영화제였는데, 덕분에 남포동 거리에 포장마차가 완전 철수, 영화제 기간엔 부스가 설치되어 영화제 홍보겸 행사 중이었다. 같이 간 친구들에게 그 화려한 포장마차 거리를 보여주고 거기서 1차 2차 3차 하는 게 목표였는데, 뭐 갑자기 가게 되어 아무 생각없이 친구가 예약한 호텔에 친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편하게 다녀왔다. 근데 뭐 포장마차가 없어서 아주 아쉬웠는데, 나는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 잔 하는 게 세상 행복한 사람이다. 근데 남편이랑 같이 다니면 절대로 길에서 음식을 먹지 못한다. 어떻게 이렇게 먼지 많은 곳에서 사람들이 음식을 먹는지 이해 하지 못하겠는 사람이 남편이고 나는 길거리에서 뭐 먹는 걸 그렇게나 좋아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포장마차에 앉아 있을 때도 나쁜 짓을 하는 느낌으로 앉아 있다. 어디선가 남편이 등장해 뒷덜미를 끄집어 올릴 것 같은 그런 기분으로 몹시 스릴을 즐긴다.

 

뭘 즉흥적으로 결정할 때가 많아서, 친구가 오늘 뭐해?하면 응 잘거야. 해놓고 영화를 보러 간다든가, 하는 일이 많아서 나중에 일이 꼬이면 오해가 발생할 때도 많다. 뭐 남편은 나를 대놓고 거짓말쟁이라고 한다. 늘 계획하고 실천하는 사람 옆에 살면 인생이 즉흥인 사람은 거짓말쟁이가 될 수 밖에ㅠㅠ라고 생각 하지만, 어떤 땐 몹시 기분 나쁠 때가 있다. 거짓말쟁이가 진실이어서 그렇겠지만.

 

주변에 매일 일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에게 부산에 간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며칠 새에 갑자기 정해지기도 했고, 그 친구 친정이 부산이라 내가 부산에 간다는 것이 뭐 특별한 일도 아니고 뭐 일주일 해외여행을 가는 것도 아니어서 그랬다. 그리고 내가 주말에 일을 해봐서 아는데, 일을 할 땐 몰랐는데 지나고 보니 주말에 일을 하는 것은 평소보다 더 스트레스였다. 휴일이 없다는 것도 일을 할 땐 모르고 즐거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무의식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내가 뭐 남의 무의식까지 챙겨줄 처지는 아니지만 그래서 굳이 상관 없는 일은 그냥 넘어간다. 굳이 나 어디 가, 어디 다녀왔어 할 필요가 없는 것. 의도치 않았으나 지나고 보니 비밀이 된 것인데, 그래서 나는 비밀과 거짓말로 점철 된 인생을 살고 있다.

 

강의 없는 날은 집에서 책을 읽고 길거리 음식은 입에도 대지 않는. 그런 인생 말이다.

 

 

 

 

 

 

 

 

 

 

 

 

(갑가지 예전 일이 떠올라서 몇 자 더/

언젠가 나는 혼자서 아주 잘 노는 사람이라고 했더니, '논다'라는 말을 음주가무로 받아 들인 상대가 내가 무도장 같은 데 가서 잘 논다고 생각해서 대화가 안 통한 적이 있다.

나는 음주는 좀 좋아하지만 가무는 젬병이어서 그 쪽 방향으로 가면 경기를 일으키는 사람이다.

내가 잘 논다라고 한 것은 풀이나 꽃 곤충 나무 이런 것들 보면서 하루 종일도 혼자 놀수 있다는 뜻이었는데..갑자기 포장마차에서 술 마시는 걸 나쁜 짓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자신이 좀 안쓰럽다 해야 하나 오랜 결혼생활에서 온 세뇌 현상이다.....읽고 있던 <세설>을 두고 <제발 조용히 좀 해요> 읽고 있는 지금도 뭔가 나쁜 짓을 하고 있는 이 기분이라니...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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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6-10-12 07:10   좋아요 0 | URL
부럽네요. 저는 잠을 잘 못 자서 이 놈의 불면 때문에 고생하고 있어요. 1시간 2시간씩 끊어자고 미친 듯 잠이 안 오네요. 그러다보니 늘 몽롱입니다.

2016-10-12 08: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12 07: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12 07: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성홍피디 2016-10-12 08:09   좋아요 0 | URL
글쓰는 솜씨가 너무 좋아요~ 전혀지루하지않게 그 상황이 머리속으로 다 그려지네요^^

2016-10-12 2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16-10-12 09:28   좋아요 1 | URL
저는 지인들에게 다른 약속이 있어서!!! 볼일이 있어서!!!!
핑계를 대고 집에서 하는 일없이 그러나 내가 하고 싶은 일,즉 빈둥대거나,또는 도서관으로 직행할때 심적으로 나쁜 짓을 하는 듯한 묘한 느낌을 받을때가 있던데 쑥님도 그러하시군요^^
그럼 이건 나쁜 짓이 아닌 정당한??ㅋㅋ
부산을 다녀가셨었군요?
포장마차의 낭만은 저쪽 국제시장쪽 먹자골목에서 느끼지 않았을까?생각하다 제가 국제영화제때 거리가 복잡해서 한 번도 남포동을 다녀보질못해 상황판단이 안될 수도 있구나!
갑자기 깨달았습니다^^

2016-10-12 2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6-10-12 17:41   좋아요 0 | URL
ㅎㅎ잘 지내고 계시는군요. 여전히 신출귀몰~ㅎㅎ
저도 혼자 자~알 놀아요.ㅎㅎㅎ

2016-10-12 2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6-10-12 21:17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생활반경이 좁은 제가 느끼기에 그러한가봐요.
글 읽으며 많이 그리워하고 있어요.

2016-10-12 2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