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잠을 잘 자는 편이다. 오늘도 여섯시에 눈이 떠진 걸 아주 감사하게 생각한다. 일어나서 습관처럼 북플을 클릭했는데 너무 많은 피드가 있어 다 보지 못하고 어..내가 며칠이나 북플을 못 봤지?생각나니 이틀정도 친구들과 함께 있느라 그랬다. 뭐든지 밀리면 하기 싫어진다. 서재지인들의 글을 다 읽지 못하고 스마트 폰을 접고 간만에 컴을 켰다. 왜 켰지? 밀린 숙제나 하지...끙이다.
어제 기습질문을 받았다. 강의 없는 날은 뭐하세요? 갑자기 할 말을 잃었다. 책 읽죠. 흐흐 하고 넘어갔지만. 어제의 경우 내가 톡을 오래 보지 않았고 그런 경우가 많아서 내가 뭐하느라 그런지 궁금했던 모양이다. 기본적으로 난 전화의 모든 음이 무음이다. 그래서 톡이나 전화가 한 나절 정도는 연락이 안되는 건 일상다반사다. 급하면? 문자를 남겨도 된다고 생각하는 주의기 때문에 굳이 전화벨 소리도 필요없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상대가 전화 받을 수 있는 상황인지 어떤지도 모르고 대놓고 전화하는 건 폭력이라고 생각한다. 전화벨 소리에 이상한 노이로제 같은 게 있어서 특히 벨소리를 알림으로 해놓지 못한다. 전자음이나 진동에도 경기를 일으켜서 전화기를 진동으로 해놓지도 못한다. 이건 나의 병적인 증상이니 차치하고. 일단 내가 연락이 안 되 때는 나쁜 짓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나쁜 짓 어떤 짓일까요?하고 누가 묻던데, 아주 나쁜 질문이다. 이런 건 묻는 게 아니다. 예를 하나 들자면, 일요일과 월요일 나는 부산에 있었다. 가보니 부산 국제 영화제였는데, 덕분에 남포동 거리에 포장마차가 완전 철수, 영화제 기간엔 부스가 설치되어 영화제 홍보겸 행사 중이었다. 같이 간 친구들에게 그 화려한 포장마차 거리를 보여주고 거기서 1차 2차 3차 하는 게 목표였는데, 뭐 갑자기 가게 되어 아무 생각없이 친구가 예약한 호텔에 친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편하게 다녀왔다. 근데 뭐 포장마차가 없어서 아주 아쉬웠는데, 나는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 잔 하는 게 세상 행복한 사람이다. 근데 남편이랑 같이 다니면 절대로 길에서 음식을 먹지 못한다. 어떻게 이렇게 먼지 많은 곳에서 사람들이 음식을 먹는지 이해 하지 못하겠는 사람이 남편이고 나는 길거리에서 뭐 먹는 걸 그렇게나 좋아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포장마차에 앉아 있을 때도 나쁜 짓을 하는 느낌으로 앉아 있다. 어디선가 남편이 등장해 뒷덜미를 끄집어 올릴 것 같은 그런 기분으로 몹시 스릴을 즐긴다.
뭘 즉흥적으로 결정할 때가 많아서, 친구가 오늘 뭐해?하면 응 잘거야. 해놓고 영화를 보러 간다든가, 하는 일이 많아서 나중에 일이 꼬이면 오해가 발생할 때도 많다. 뭐 남편은 나를 대놓고 거짓말쟁이라고 한다. 늘 계획하고 실천하는 사람 옆에 살면 인생이 즉흥인 사람은 거짓말쟁이가 될 수 밖에ㅠㅠ라고 생각 하지만, 어떤 땐 몹시 기분 나쁠 때가 있다. 거짓말쟁이가 진실이어서 그렇겠지만.
주변에 매일 일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에게 부산에 간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며칠 새에 갑자기 정해지기도 했고, 그 친구 친정이 부산이라 내가 부산에 간다는 것이 뭐 특별한 일도 아니고 뭐 일주일 해외여행을 가는 것도 아니어서 그랬다. 그리고 내가 주말에 일을 해봐서 아는데, 일을 할 땐 몰랐는데 지나고 보니 주말에 일을 하는 것은 평소보다 더 스트레스였다. 휴일이 없다는 것도 일을 할 땐 모르고 즐거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무의식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내가 뭐 남의 무의식까지 챙겨줄 처지는 아니지만 그래서 굳이 상관 없는 일은 그냥 넘어간다. 굳이 나 어디 가, 어디 다녀왔어 할 필요가 없는 것. 의도치 않았으나 지나고 보니 비밀이 된 것인데, 그래서 나는 비밀과 거짓말로 점철 된 인생을 살고 있다.
강의 없는 날은 집에서 책을 읽고 길거리 음식은 입에도 대지 않는. 그런 인생 말이다.
(갑가지 예전 일이 떠올라서 몇 자 더/
언젠가 나는 혼자서 아주 잘 노는 사람이라고 했더니, '논다'라는 말을 음주가무로 받아 들인 상대가 내가 무도장 같은 데 가서 잘 논다고 생각해서 대화가 안 통한 적이 있다.
나는 음주는 좀 좋아하지만 가무는 젬병이어서 그 쪽 방향으로 가면 경기를 일으키는 사람이다.
내가 잘 논다라고 한 것은 풀이나 꽃 곤충 나무 이런 것들 보면서 하루 종일도 혼자 놀수 있다는 뜻이었는데..갑자기 포장마차에서 술 마시는 걸 나쁜 짓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자신이 좀 안쓰럽다 해야 하나 오랜 결혼생활에서 온 세뇌 현상이다.....읽고 있던 <세설>을 두고 <제발 조용히 좀 해요> 읽고 있는 지금도 뭔가 나쁜 짓을 하고 있는 이 기분이라니...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