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펜은 필요할 때 바로 손에 쥘 수 있는 휴대용 남근이다. 지난 30년 동안 학생들뿐만 아니라 동료 학자들 앞에서 강의할 때에도 나는 내 권력을 행사하기 위해 펜을 꼭 쥐곤 했다. 특히 경력 초기, 아무런 자격이 없던 시절에는 종종 관절이 하얗게 보일 정도로 펜을 꽉 쥐었다. 다행히 경력이 쌓인 지금은 훨씬 여유로워졌다. 어쩌다 펜을 떨어뜨려도 강의할 자격 따위를 불안해하지 않고 "어머 내 팔루스를 떨어뜨렸네"라고 농담을 던질 수 있게 되었다. - P26
성과와 생산성, 자기계발, 억지 쾌활함을 규정하는 이 시스템은 놀라울 정도로 능숙하게 이성애가부장제가 생산하는 여러 나쁜 감정들을 억압한다...신자유주의는 자기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각박한 삶의 리듬, 그로 인한 만성적인 불안감과 동요 같은 나쁜 감정들을 열외 취급하는 데 기똥찰 정도로 유능하다. 내가 왜 이런 감정을 품게 되었는지를 질문할 시간은 없고, 그저 현실의 목표에만 집중하도록 만들어 버린다. - P33
페미니즘 이론에는 이론의 특성상 개인적인 것을 정치적인 것으로, 정치적인 것을 개인적인 것으로 바꾸는 긴 역사가 있다...최근의 비평서들은 발터 벤야민이나 롤랑 바르트, 크리스 크라우스의 전통을 따라 이론적인 것을 자전적인 것과 결합한 책들이다. (자전이론autotheory, 와일드 이론) - P38
해체주의를 비롯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를 중심으로 발생한 이론들은 대부분 1970-80년대에 페미니즘 이론가들을 통해 미국에 정착했기 때문에 현대이론의 많은 부분은 본질적으로 페미니즘적이다. - P51
내가 ‘어떤 사람인가‘는 내가 ‘누구에게 어떤 상처를 받았는가‘와 깊은 관련이 있다. - P88
우울증이나 불안감, 게으름과 피로감, 무관심과 의미 상실과 같은 나쁜 감정들은 개인적인 병리 증상이라기보다 우리가 숨 쉬는 공기에 들러붙어 있는, 전 계층의 사람들을 포위하는 감정이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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