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합의하지 않았어도 이미 사회에서 연인은 몸과 감정의 독점적인 소유가 전제된 관계로 정의되어 있었으니까. ‘정상 연애‘ 문법에서 친구와 연인은 서로에게 기대되는 무언의 약속과 책임의 무게, 몸과 마음의 독점권에서 뚜렷하게 구분되기 때문이다. - P28
기존 연애 공식 따위가 들어설 자리가 없는 지금의 상황은 방황이 되었고, 방황은 소통으로 연결됐다. 혼란은 대화를 만들고, 그 대화는 우리를 어디로든 이끌 수 있다. - P32
어쩌면 나는 연애라는 역할극에 젖어서 상대를 고유하게 바라보는 법을 잊어버린 게 아닐까. 나에게 연애는 타자를 만나는 일이 아니라 ‘남자친구‘의 역할을 채우는 일이었는지도 모른다...관계의 양상은 조금씩 달라졌지만, 내가 그에게 기대하고 그가 나에게 기대하는 바는 비슷했다. 관계의 고유성을 찾지 못하니 고유한 글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했다. - P97
어떤 노동은 벽돌처럼 차곡차곡 쌓여 돈,예술,인정,명예가 되고, 어떤 노동은 모래알처럼 손가락 사이로 흔적도 없이 빠져나간다. 한 번에 수십 가지 작업을 수행하는 고도의 전문적인 노동임에도 가족을 벗어나는 순간 이력서에는 공란만 남는다. - P230
다른 방식의 사랑은 불가능할까? 서로를 통제하지 않고, 존중하는 사랑은 불가능한 걸까? 단지 좋은 상대를 만나면 된다고 여기기에 사회에서 이야기하는 사랑의 모습은 낭만과 폭력이 위태롭게 공존하고 있다. 연애에도 전복적인 사유와 공부가 필요하다... - P36
은유 작가는 "사랑은 신앙이 아니라 생활양식"이라고 했다. 사랑과 연애는 낭만적 판타지가 아니라 함께하기 위한 끊임없는 협상과 노동이다...타자와 함께하는 일은 언제든지 배울 자세가 되어 있지 않으면 위태롭거나 권태로워진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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