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타니 고진은 <탐구>에서 "데카르트에게 ‘의심하는’ 것이란 바로 ‘생각하는’ 것이 공동체에 속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의심하는 주체는 공동체 ‘외부’로 나가려고 하는 의지로서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 P13

편집자란 그저 저자의 메시지를 순수하고 투명하게 재현하는 작업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저자의 메시지와 편집자 자신의 생각을 조합해 하나의 입장에 서서 세상에 영향을 끼치려는 사람, 요컨대 사상으로서의 편집을 하는 사람임을 알 수 있다. 부제를 그대로 써야 한다는 생각은 여전히 투명한 정보 전달이 최선이라는 생각에 빠져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원문 그대로의 수용과 전달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자리에서 어떻게 그것을 번역할지를 사유하는 것이다. 편집자든 독자든 우리는 단순한 정보 전달의 중간 매체가 아니라 고유한 생각을 가진 매개자이기 때문이다. - P51

순결한 역사도 없고, 순결한 학문도 없다. 심지어 온전히 순결한 윤리도 있을 수 없다. 해러웨이는 순결한 학자나 고정된 정체성을 가진 페미니스트가 아니라 "몸이 지저분해지는 것을 감수하며 배워가는 사람들"의 관점을 보여주고자 한다. 아마도 그러할 때 개인 단지 우리의 관용에 기대지 않는 진실한 반려종이자 소중한 타자일 수 있지 않을까.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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