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란 그저 저자의 메시지를 순수하고 투명하게 재현하는 작업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저자의 메시지와 편집자 자신의 생각을 조합해 하나의 입장에 서서 세상에 영향을 끼치려는 사람, 요컨대 사상으로서의 편집을 하는 사람임을 알 수 있다. 부제를 그대로 써야 한다는 생각은 여전히 투명한 정보 전달이 최선이라는 생각에 빠져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원문 그대로의 수용과 전달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자리에서 어떻게 그것을 번역할지를 사유하는 것이다. 편집자든 독자든 우리는 단순한 정보 전달의 중간 매체가 아니라 고유한 생각을 가진 매개자이기 때문이다. - P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