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보이 - 패션 문화잡지 <Oh Boy!> 편집장 김현성의 자연, 사람, 동물 이야기
김현성 지음 / 시드페이퍼 / 2012년 6월
절판


모피코트 한벌을 만들기 위해
30마리의 토끼,
55마리의 밍크,
27마리의 너구리,
100마리의 친칠라,
30마리의 푸른 여우가 희생된다고 합니다.-32쪽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한 가정에서 돌보는 비율이 12% 정도라고 합니다. 100가구 중 88가구는 사정이 생겨 다른 곳으로 보내거나 유기하거나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동물들이 동물을 싫어하는 사람보다 동물을 좋아한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에 의해 더 고통받는 게 현실인 것 같습니다. -57쪽

오메가3는 필수식품이 아닙니다. 어르신들이 동남아를 여행하며 잔인한 방법으로 도축한, 몸에 좋다는 동물들을 먹는 것과 오메가3의 다른 점은 없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내가 먹는 것의 모양이 죄책감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것뿐입니다. -75쪽

에어컨 한대는 선풍기 30대가 사용하는 전력을 소비한다. -149쪽

30년생 원목 한 그루에서 1만장의 A4용지가 생산된다고 합니다. A4 용지 한 박스에 2500장이 들어 있으니까 A4용지 네 박스에 해당하는 양입니다. 이는 반대로 A4용지 네 박스를 아낌으로써 30년생 원목 한 그루를 살릴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159쪽

종잇장처럼 가볍다는 말도 있지만, 사실 우리가 무심코 소비하는 종이는 결코 가볍게 여길 물건이 아닙니다. 펄프와 종이를 생산하는 제지산업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어마어마한 기계와 설비가 필요한 장치산업이고, 작업 과정에서 사용되는 물과 에너지가 종이 원가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에너지가 많이 드는 에너지 집약산업입니다. OECD에 따르면, 제지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화학과 철강 산업의 뒤를 이어 3위라고 하니, 종이와 맞바꿔야 할 소중한 자원이 너무나도 많은 것 같습니다. -159쪽

어디에선가 ‘먹는다는 것은 다른 것의 생명으로 내 생명을 이어나가는 것’이라는 구절을 읽었습니다. 먹는다는 것, 결코 쉽지 않은 일이죠? 한번쯤 나는 ‘무엇’을 먹고 있는지 생각해 보세요. 가장 개인적인 공간일 것 같은 한끼의 식탁도 남까지 생각하는 이타적 식탁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187쪽

"잠든 척하는 사람은 깨울 수 없지만 진짜 잠든 사람은 깨울 수 있대요. 어차피 모른 척하고 사는 사람들은 바꿀 수 없지만, 진짜 몰라서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은 바꿀 수 있다고 믿어요." - 이효리-295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행복한 라디오 -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부탄이 말해준 것들
리사 나폴리 지음, 김유미 옮김 / 수이북스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잠깐밖에 머물 수 없어 갈까말까 망설이던 파티에 잠시 들렀다가 한눈에 반할만한 남자를 만났다. 그 남자가 가이드를 해줄 테니 함께 부탄에 가자고 권한다. 가고 싶은 맘 굴뚝같지만 어렵게 얻은 일자리를 포기할 만한 용기는 없다. 그랬더니 얼마 후에 이 남자가 부탄에 와서 새로 생긴 라디오 방송국이 자리잡게 도와달라는, 경력상으로도 솔깃한 제안을 해온다. 그래서 직장에서 6주간의 유급휴가를 (놀랍게도) 어렵지 않게 받아 부탄으로 날아간다. 가는 길은 멀었지만, 부탄에 발 딛는 순간부터 모든 일이 순조롭게 굴러간다. 소꿉장난하듯 소박하고 순진한 나라라 라디오 방송국은 뭘 해도 화제 만발에 대성공이고, 외국인은 어디를 가나 대환영에 특별 손님 대접이다. 교류하는 사람들도 남달라서, 공주랑은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오고, 국왕의 동생은 지나가다 길거리 카페에서 만나며, 외교부 장관인 집주인에게 초대받는 식이다. 중간에 의도치 않게 멋진 남자도 소개받고, 외국인들이 많지 않아 자연스럽게 친분을 쌓아가며, 방송 덕분에 다양한 연령대와 계층의 현지인을 만날 기회도 계속해서 이어진다. 남들은 여행자세금을 하루에 200달러씩 내며 수천 달러를 들여야 겨우 볼 수 있는 부탄을, 저자는 거저 초청받아 가서 간단한 일들을 도와주며 속속들이 들여다볼 기회를 얻는다.

 

이런 판타지 같은 줄거리가 읽는 내내 전혀 거슬리지 않았던 것은 순전히 저자의 절제된 글솜씨와 균형잡힌 시각 때문이었다. 저자는 40대 초반의 미국 여성으로 CNN, 뉴욕타임스 등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곳에서 일해온 저널리스트지만, 이런 소개에서 연상되는 전형적인 이미지에서는 많이 벗어나있다. 이혼을 비롯한 몇 번의 실패 경험을 강단있게 극복하지 못하고, 본령은 잃은 채 정보조립공장처럼 변한 미디어업계에 지쳐 스스로 행복을 얻지 못하는 사람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저자의 글은 호들갑스럽거나 감상에 허우적대거나 나이브하지 않다. 그럴 여유가 없기 때문이지 몰라도 뭔가를 가르치려 들지도 않는다. 그냥 겪었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담담하게 글 줄기가 되어 흘러간다. 하지만 숙련된 저널리스트답게 디테일과 전체 맥락, 매사의 양면, 공과 사의 비중을 거의 강박적으로 맞춰가며 균형을 유지한다. 그래서 마지막 샹그릴라라고 불린다는, 바깥세상으로부터 오랫동안 고립되어 있던 신비의 나라를, 외부인치고는 꽤나 구석구석 살펴가며 내부의 시선까지 반영해 골고루 전해준다.

 

이 책에서 부탄이란 나라를 바라보는 전반적인 기조는 아이러니이다. 저자는 부탄에 가서 개인적으로 문명사회에서 늘 그리워하던 시간적 여유나 인간다운 관계, 그림같은 풍광과 훼손되지 않은 자연 속에서 행복을 느끼지만, 자신처럼 부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선의와 관심이 결과적으로 부탄을 세상에 알리고 물질문명에 노출시켜 고유한 문물을 잃게 만든다는 데 혼란스러워한다. 실제로 부탄의 수도인 팀푸는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수도라고 하고, 책에서만 봐도 저자가 부탄에 가기 전과 다녀온 후 몇 년간의 급속한 변화가 생생히 느껴진다. 게다가 부탄의 젊은이인 나왕이 아메리카 드림을 이루기 위해 안간힘 쓰다 실패하는 일화나 부탄의 상품화 잠재가치를 발굴하기 위해 총리가 맥킨지에 큰 돈을 주고 컨설팅을 의뢰해 국민의 총행복을 현금화하자는 결론이 나왔다는 대목에서는 실로 아연해진다. ‘외국 문화가 고유한 기반을 지속적으로 잠식해 들어오는 이 독특한 왕국의 미래에 모성적인 보호본능을 느꼈다는 저자의 말이 비단 오만한 미국인만의 생각 같지는 않다.

 

다 읽고나서 책을 다시 살펴보니 책의 표지와 재질이 책의 분위기와 온도를 절묘하게 물성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은 느낌이 어떻냐고 물어본다면 그냥 이 책의 실물 표지를 보고 만져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 느낌이 책을 다 읽고 난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을 테니까. 나처럼 부탄하면 단순히 가장 행복한 나라국민총행복지수’ 같은 타이틀을 떠올리고 언젠가 기회되면 가보고 싶은 독특한 불교국가 정도로 생각하는 독자라면 분명 대리만족과 더불어 얻을 게 많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굿바이 동물원 - 제1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강태식 지음 / 한겨레출판 / 2012년 7월
구판절판


동물원에 있으면 사람답게 살 수 있어. 사람이 아니니까 사람 구실 같은 건 안해도 돼. 솔직히 이 나라에서 사람 구실 하면서 사람답게 사는 인간이 몇이나 되겠냐고. 난 거의 없다고 봐. 하지만 동물원은 달라. 사람 구실은 못하지만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곳이 동물원이야. 웃기지?-214쪽

남한은 욕망으로 가득 찬 밀실이었다. 사람들은 자기만의 밀실에 몸을 숨기고 채울 수 없는 욕망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돈을 위해서라면 못할 짓이 없을 것 같았다…사회적으로도 남한은 밀실 구조였다. 빈부의 차에 의한 계급이 엄연하게 존재하고 있었다. 마치 약육강식의 먹이 피라미드 같았다.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의 경계가 뚜렷한 것처럼 자본가와 노동자의 계급차이도 현저했다. 만딩고는 그 피라미드의 제일 밑바닥에서 살았다. 맞고 차이고 밟히면서 먹고살기 위해 몸부림쳤다. 남의 일을 하면서 몸을 팔았다. 모두 그렇게 살고 있었다. 돈 몇 푼을 벌기 위해 자기 인생을 뜯어먹고 있었다. 자기가 속한 계급의 밀실에 갇혀 아우성치고 있었다.-287쪽

눈사태처럼 와르르, 그때 내 속에 있던 무언가가 무너져내렸다. 처음엔 그게 뭔지 몰랐다. 고릴라가 타준 다방커피를 마시면서 알게 되었다. 난 아직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려워, 위로받고 싶어. 그때 와르르 무너져내린 건 살면서 한번도 돌본 적 없는 내 영혼이었다. 나는 다방커피를 마시면서 내 영혼을 위로했다. 그동안 소홀하게 대해서 미안해, 이런 나를 용서해주겠니?-108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주저하는 근본주의자 민음사 모던 클래식 60
모신 하미드 지음, 왕은철 옮김 / 민음사 / 2012년 11월
품절


그녀가 마침내 말했어요. "나는 내 또래에서 당신처럼 예의 바른 사람을 만난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나는 그리 기쁘지 않은 어조로 말했어요. "예의 바르다고요?" 그녀가 미소를 지었어요. "그런 의미로 말한 게 아니에요. 지루한 예의 바름 말고요. 당신은 사람들에게 공간을 줘요. 나는 정말로 그게 좋아요. 흔하지 않은 일이에요."-26쪽

"초조해요?" "초조하기보다는 불안해요. 내가 꼭 조개 같아요. 날카로운 작은 조각을 오랫동안 내 안에 간직하고 있다가, 더 편안하게 만들려고 노력했죠. 그래서 천천히 그 조각을 진주로 만들었어요. 이제, 그것이 나오려고 해요. 그런데 나는 그게 나오면, 뒤에 틈이 남을 거라는 걸 알아요. 그것이 있던 자리에 틈이 남겠죠. 그래서 그 조각을 좀 더 붙들고 있고 싶어요."-50쪽

근본적인 것에 집중하라. 그것이 근무 첫날부터 우리한테 반복하여 주입된 언더우드샘슨의 기본 원칙이었어요. 재정에 관한 사항에만 신경을 쓰고 자산 가치를 결정하는 요인들의 진짜 본질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말라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그것이 정확하게 내가 해왔던 일이었고요. 종종 기술과 열정을 동원해서 말이죠. 정말로, 솔직히 말하면, 내가 곧 해고당할 직원들을 그렇게 자주 안쓰럽게 생각한 건 아니었어요. 우리가 하는 일은 전력투구를 요구해서 그렇게 심란한 생각을 할 시간이 별로 없었던 거죠.-89쪽

나는 자신의 직업이라는 작은 세계의 구조에 그렇게 완전히 빠져있는 그를 존경할 수 없었어요. 그래요. 나도 전에는 일에만 집중하라는 회사의 충고에서 위안을 얻었죠. 하지만 이제는 금융 거래를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현재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개인적, 정치적 문제를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던 거죠. 달리 말해, 내 블라인드가 걷히고 있었던 거예요. 나는 내 시야가 갑작스럽게 넓어지자 어지러워 꼼짝 못 하고 있었어요.-129쪽

하지만 내가 보기에 당시에는 미국도 위험한 노스탤지어에 점점 더 빠져드는 것 같았어요. 국기와 제복, 전쟁 상황실에서 카메라를 향해 얘기하는 장군들, 의무와 명예 같은 말들이 나오는 신문 기사 제목에는 확실히 예전으로 돌아가려는 듯한 모습이 있었어요. 나는 늘, 미국이 앞을 바라보는 국가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처음으로 나는 돌아보려고 하는 미국의 의지를 보았던 거죠. 뉴욕에 사는 것이 갑자기 2차 세계대전 관련 영화 속에서 사는 것 같았어요… 당신네 나라 사람들이 뭘 바라는지 나한테는 불분명했어요. 의문의 여지가 없는 우위? 안전? 도덕적 확신? 모르겠더라고요. 하지만 그들이 다른 시대의 의상을 급히 입으려고 하는 건 명백했어요. 나는 그 시대가 허구적인지, 그 허구에 나 같은 사람을 위해 쓰인 일부가 있는지 의아해하고 불안감을 느꼈어요.-104쪽

당시에는, 솔직히 지금도 그렇긴 해요. 미국은 거드름만 피우고 있었어요. 하나의 사회로서 당신들은 당신들을 공격한 사람들과 당신들을 묶어 주는 고통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 했어요. 당신들은 스스로의 차이, 우월함에 대한 신화 속으로 들어가 있었어요. 그리고 그런 생각들을 세계 무대에서 실현에 옮겼어요. 그래서 지구 전체가 당신들 분노의 여파에 요동쳤어요.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전쟁에 직면한 내 가족도 마찬가지였죠. 그런 미국은 다른 인류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당신들을 위해서도 제지당해야 했어요.-147쪽

그런 여정들은 내게, 자신의 테두리가 어떤 관계에 의해 흐릿해지고 침범당하면, 되돌리는 일이 늘 가능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줬어요. 아무리 노력해도, 우리는 전에 우리 자신이라고 생각했던 자율적인 존재로 되돌아갈 수 없는 거죠. 우리의 일부는 이제 밖에 있고, 외부의 일부가 이제 우리 안에 있는 거죠.-152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 위화, 열 개의 단어로 중국을 말하다
위화 지음, 김태성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이 좀 거창하지만, 실은 책 본문 109쪽에 나온 말을 인용한 것이다. 물론 본문에서는 독자가 다른 시대, 다른 나라, 다른 민족, 다른 언어, 다른 문화에 속한 작가의 작품에서 자신의 느낌을 읽어내게 하는 힘을 의미하는 말로 쓰였지만, 나는 이 책을 읽고 또 다른 의미에서 같은 말을 떠올렸다. 그 동안 언론 보도나 사회학, 역사학, 정치학, 경제학 등 그 동안 어떤 학문의 관점에서도 맛볼 수 없었던 중국인의 내면과 속내, 그들이 체감해온 격동의 역사를 손에 잡힐 듯 실감나게 전달해주는 책이었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위화, 열 개의 단어로 중국을 말하다라는 부제 때문에 이 책을 좀 오해했던 것 같다. 중국의 현대사를 대표하는 10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중국의 전체상을 포괄적이고, 따라서 개념적으로 요약해주는 책이려니 생각하여 조금은 딱딱하고 묵직한 책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막상 읽어보니 저자는 보란 듯이 나의 예상을 뒤엎고, 일체 그런 무거운 부담감 없이 자신이 보고 듣고 겪고 살아온 경험과 추억을 통해 현대 중국의 풍경을 주관적으로 그려내고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말 그대로 에세이였던 것이다. 책 부제의 첫머리이자 이 책의 저자가 소설가 위화라는 점을 놓친 것이 결정적인 실수였다.

 

그렇다고 작가의 사적인 이야기에만 그치는 것은 물론 아니다. 키워드는 주관적일지언정, 어릴 때부터 역사 및 국가 정책과 무관하지 않은, 아니 무관할 수 없는 체제하에서 꽤나 다양한 경험을 하며 살아온 경력답게 작가의 삶은 중국 역사의 격변기와 그대로 맞닿아있다. 국가가 사상과 언행을 철저히 규제하고 직업과 거주지까지 결정해주는 국가주의의 자장을 벗어나 살기란 누구든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런데다 사회의 변화에 대한 저자의 거시적, 통시적 안목과 통찰까지 더해져 작가 개인의 경험과 국가 및 인민의 역사가 매우 유연하고도 긴밀하게 얽힌다.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에 비해 쉽고 재미있게 읽히는 이유는 아마 이런 작가적 역량 덕분일 것이다.

 

그 동안 중국에 대해 껍데기만 봐왔구나 싶을 정도로 중국에 대한 무지를 통감하게 해주는, 내부인만이 알 수 있는 생소한 사연들과 중국식 용어들이 책 곳곳에 포진해 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놀란 것은 산채에 관한 부분이었다. 우리가 흔히 중국식 짝퉁이라 폄하하고 혐오해온 것들이 단순히 금전지상주의에 눈이 먼 상술에서 비롯된 차원이 아니라 문화혁명기의 저항 정신을 계승하는 신문화로 합리화되며 중국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산채 현상은 풀뿌리문화가 엘리트문화에 던지는 도전장이자 민간이 정부에 던지는 도전장, 그리고 약자집단이 강자집단에 던지는 도전장이라고 할 수 있다.”(301)거나 산채 현상이 폭풍처럼 일어나 구름처럼 중국 사회를 뒤덮은 것도중국 사회의 단편적인 발전이 가져온 필연적인 결과이다. 더욱 넓고 깊어진 사회갈등이 세계관과 가치관의 혼란을 유발하고, 이어서 산채현상을 촉진한다그리고 이런 현상은 끊임없이 반권위, 반주류, 반독점에 대한 소란스런 사회혁명으로 발전된다.”(302)라는 대목에서 중국은 정말 우리의 상식과 상상을 초월하는 예측불허의 나라라는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