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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 위화, 열 개의 단어로 중국을 말하다
위화 지음, 김태성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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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좀 거창하지만, 실은 책 본문 109쪽에 나온 말을 인용한 것이다. 물론 본문에서는 독자가 다른 시대, 다른 나라, 다른 민족, 다른 언어, 다른 문화에 속한 작가의 작품에서 자신의 느낌을 읽어내게 하는 힘을 의미하는 말로 쓰였지만, 나는 이 책을 읽고 또 다른 의미에서 같은 말을 떠올렸다. 그 동안 언론 보도나 사회학, 역사학, 정치학, 경제학 등 그 동안 어떤 학문의 관점에서도 맛볼 수 없었던 중국인의 내면과 속내, 그들이 체감해온 격동의 역사를 손에 잡힐 듯 실감나게 전달해주는 책이었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위화, 열 개의 단어로 중국을 말하다라는 부제 때문에 이 책을 좀 오해했던 것 같다. 중국의 현대사를 대표하는 10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중국의 전체상을 포괄적이고, 따라서 개념적으로 요약해주는 책이려니 생각하여 조금은 딱딱하고 묵직한 책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막상 읽어보니 저자는 보란 듯이 나의 예상을 뒤엎고, 일체 그런 무거운 부담감 없이 자신이 보고 듣고 겪고 살아온 경험과 추억을 통해 현대 중국의 풍경을 주관적으로 그려내고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말 그대로 에세이였던 것이다. 책 부제의 첫머리이자 이 책의 저자가 소설가 위화라는 점을 놓친 것이 결정적인 실수였다.

 

그렇다고 작가의 사적인 이야기에만 그치는 것은 물론 아니다. 키워드는 주관적일지언정, 어릴 때부터 역사 및 국가 정책과 무관하지 않은, 아니 무관할 수 없는 체제하에서 꽤나 다양한 경험을 하며 살아온 경력답게 작가의 삶은 중국 역사의 격변기와 그대로 맞닿아있다. 국가가 사상과 언행을 철저히 규제하고 직업과 거주지까지 결정해주는 국가주의의 자장을 벗어나 살기란 누구든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런데다 사회의 변화에 대한 저자의 거시적, 통시적 안목과 통찰까지 더해져 작가 개인의 경험과 국가 및 인민의 역사가 매우 유연하고도 긴밀하게 얽힌다.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에 비해 쉽고 재미있게 읽히는 이유는 아마 이런 작가적 역량 덕분일 것이다.

 

그 동안 중국에 대해 껍데기만 봐왔구나 싶을 정도로 중국에 대한 무지를 통감하게 해주는, 내부인만이 알 수 있는 생소한 사연들과 중국식 용어들이 책 곳곳에 포진해 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놀란 것은 산채에 관한 부분이었다. 우리가 흔히 중국식 짝퉁이라 폄하하고 혐오해온 것들이 단순히 금전지상주의에 눈이 먼 상술에서 비롯된 차원이 아니라 문화혁명기의 저항 정신을 계승하는 신문화로 합리화되며 중국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산채 현상은 풀뿌리문화가 엘리트문화에 던지는 도전장이자 민간이 정부에 던지는 도전장, 그리고 약자집단이 강자집단에 던지는 도전장이라고 할 수 있다.”(301)거나 산채 현상이 폭풍처럼 일어나 구름처럼 중국 사회를 뒤덮은 것도중국 사회의 단편적인 발전이 가져온 필연적인 결과이다. 더욱 넓고 깊어진 사회갈등이 세계관과 가치관의 혼란을 유발하고, 이어서 산채현상을 촉진한다그리고 이런 현상은 끊임없이 반권위, 반주류, 반독점에 대한 소란스런 사회혁명으로 발전된다.”(302)라는 대목에서 중국은 정말 우리의 상식과 상상을 초월하는 예측불허의 나라라는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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