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동물원 - 제1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강태식 지음 / 한겨레출판 / 2012년 7월
구판절판


동물원에 있으면 사람답게 살 수 있어. 사람이 아니니까 사람 구실 같은 건 안해도 돼. 솔직히 이 나라에서 사람 구실 하면서 사람답게 사는 인간이 몇이나 되겠냐고. 난 거의 없다고 봐. 하지만 동물원은 달라. 사람 구실은 못하지만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곳이 동물원이야. 웃기지?-214쪽

남한은 욕망으로 가득 찬 밀실이었다. 사람들은 자기만의 밀실에 몸을 숨기고 채울 수 없는 욕망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돈을 위해서라면 못할 짓이 없을 것 같았다…사회적으로도 남한은 밀실 구조였다. 빈부의 차에 의한 계급이 엄연하게 존재하고 있었다. 마치 약육강식의 먹이 피라미드 같았다.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의 경계가 뚜렷한 것처럼 자본가와 노동자의 계급차이도 현저했다. 만딩고는 그 피라미드의 제일 밑바닥에서 살았다. 맞고 차이고 밟히면서 먹고살기 위해 몸부림쳤다. 남의 일을 하면서 몸을 팔았다. 모두 그렇게 살고 있었다. 돈 몇 푼을 벌기 위해 자기 인생을 뜯어먹고 있었다. 자기가 속한 계급의 밀실에 갇혀 아우성치고 있었다.-287쪽

눈사태처럼 와르르, 그때 내 속에 있던 무언가가 무너져내렸다. 처음엔 그게 뭔지 몰랐다. 고릴라가 타준 다방커피를 마시면서 알게 되었다. 난 아직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려워, 위로받고 싶어. 그때 와르르 무너져내린 건 살면서 한번도 돌본 적 없는 내 영혼이었다. 나는 다방커피를 마시면서 내 영혼을 위로했다. 그동안 소홀하게 대해서 미안해, 이런 나를 용서해주겠니?-1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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