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를 다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나들이를 많이 가는것도 아닌데. 난 왜 물병들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릴까? 얼마전 엄연하고도 명백한 충동구매를 했다. 친구랑 스타벅스 갔다가 저 물병을 떡하니 사고 만것. 내가 물병이 없냐하면 조런 병들이 차고 넘친다. 스타벅스에서만 벌써 몇개째더냐. 물론 사연은 이러했다. 예전에 돈주고 산 (5천원) 핸드폰 줄을 이번에는 공짜로 (거기다 조금 더 업그레이드 되어서 한층 더 귀여워진) 준다는게 아닌가. 단 1만 5천원 이상 구매고객에 한해서란다. 자. 이미 거기서 나오는 다이어리도 사셨겠다 더 이상은 살것이 없었다. 그리고 친구와 내가 먹을 커피 두잔은 제일 비싸고 제일 큰걸로 시킨다고 해도 1만 5천원을 결코 넘지 못한다. 그래서 생각했다. 일석이조 아니야? 안그래도 핸드폰줄이 나달나달한데 (그거 한 1년쯤 달고 다녔나?) 1만 5천원주고 5천원짜리 건지면 이득인거지. 거기다 저렇게나 이쁜 물병을 그냥 지나친다는건 물병에 대한 모독이야. 그래서 나는 떡하니 사버렸다. 필요도 없는 저 물병을 말이다.
안그래도 집에 넘쳐나는 고만고만한 물병의 용도를 의심하던 홈 프린스. 저걸 보더니 대체 저기다 뭘 담을것인지 묻는다. 그래서 말했다. 으음. 난 목욕탕갈때 거기서 음료수 안사먹거든. 집에서 직접 얼려서 가져가는데 커피도 얼리면 좋고 주스를 얼려도 되고 아 맞다, 맛사지할 우유도 담아가. 물론 말은 이렇게 했지만 그렇게 다 가져가다가는 누가보면 목욕을 온게 아니라 이사온줄 알 만큼 짐이 커진다. 목욕탕에 뭘 많이 들고가는건 질색이라 거의 다 샘플로 들고가는 주제에 물병들만 줄줄이 가져가는건 꽤 웃긴 광경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저 녀석을 본 순간 사고파서 어쩔줄을 몰라했다. 컵에도 환장하지만 그보다 더더욱 환장하는건 저런 물병들이다. 특히나 저거보다 사이즈가 더 작기라도 한다면 난 거의 이성을 잃는다. 담을것이 없어 수돗물을 담는다 하더라도 난 그런 물병들을 사고야 만다. (백화점에서 본 작은 물병은 손에 짐이 많아 간신히 참았는데 그날 바로 저걸 질렀다. 왜 참았나 싶다.)
사놓은 그날 바로 박박 씻어서 잘 말려뒀는데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당췌 뭘 넣을것이 없다. 뭘 넣어볼까? 물? 우유? 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