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후. 실로 오랫동안 기다렸던 스튜디오 지브리사의 신작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은. 일본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해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이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이다. 하울은 애니메이션 최초로 2004 베니스 영화제에서 본상을 수상했다. 거기다 일본에서는 개봉 44일만에 1,000만 관객 돌파라는 경이적인 기록까지 세웠다. 일본이 애니메이션 강국이기는 하지만 1,000만 관객이라는 숫자는 그쪽에서도 상당히 이례적인 모양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미래소년 코난, 이웃집 토토로, 원령공주 (모노노케 히메), 붉은 돼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천공의 성 라퓨타, 등을 감독한 애니메이션 감독이며 그가 창립한 스튜디오 지브리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 외에도 반딧불의 묘, 추억은 방울방울, 귀를 귀울이면 등의 일본 애니메이션 걸작들을 만들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경우 디즈니와는 상당히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데 그것은 내용에 기인한 것도 있겠지만 우선 셀의 수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셀이란 투명한 종이쯤으로 생각하면 되는데 만화영화의 경우 매 장면마다 배경과 인물을 계속 그리는게 아니라 배경은 한번 그려놓고 그 위에 인물의 움직임을 셀에 그려서 합친다음 촬영을 하고 또 그 위에 움직이는 장면을 올려서 촬영을 한다. 디즈니사 같은 경우에는 쌩노가다로 불리울 만큼 인물들의 동작을 그린 셀 수가 많아서 물 흐르듯 부드러운 동작을 보여준다. 반면 일본같은 경우 애니메이션이 발달한 시기가 경제적으로 그다지 풍요롭지가 않았기 때문에 셀 수가 디즈니에 비해 매우 적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앉은 상황에서 일어나는 동작이라고 할 경우 디즈니는 그 동작을 위해 10장을 그린다면 일본은 6장 정도를 그린다.) 그래서 인물들의 동작이 조금 딱딱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셀 수가 적다고 해서 무조건 단점만 있는것은 아니다. 셀 수가 적으면 상당히 역동적이고 힘있게 느껴진다. 반면 셀 수가 많으면 동작이 부드럽기는 하지만 파워풀한 느낌은 적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부드러워서 마치 인물들이 느물거리는 듯한 인상을 주는 디즈니보다는 일본쪽의 조금 딱딱하긴 하지만 힘있는 애니메이션이 훨씬 좋다.

헛소리는 이쯤 하고 본격적으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대해 살펴보자. 이미 제목에서 어느정도 짐작했겠지만. 나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얼마나 좋은 작품인지 혹은 재밌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을 생각이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오로지 꽃미남 하울이다. 알다시피 하울의 목소리 연기는 일본 최고의 꽃미남이자 그를 밴치마킹한 것이 우리나라의 원빈인 '기무라 타쿠야' 이다. (기무라 타쿠야는 얼마전 왕가위 감독의 2046에서도 나왔었는데 그때는 그의 외모가 그다지 돋보이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다.) 어떤가. 짐작이 가는가? 그렇다. 이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하울은 그 목소리 연기를 기무라 타쿠야가 해야 할 정도로 아주 잘 생겼다. 아니 잘생겼다는 표현 정도로는 부족할 정도이다. 오죽하면 그가 치는 대사 중에는 이런 대사도 있다.
'아름답지 않으면 존재할 의미가 없어'
아...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이 대사는 주인공 소피가 '외모가 뭐가 그렇게 중요하냐' 고 말했을때 하울이 날린 대사이다. 하울이 저 대사를 칠때 극장안에서는 여성 관객들의 '아으으으으으...' 하는 탄식이 흘러 나왔었다. 하울은 저 대사를 칠 만큼 애니메이션 사상 최고의 울트라 캡숑 메머드 무량대수급 꽃미남이다. 주인공인 소피가 처음 등장할때 우연히 골목길에서 마주치게 되는 하울. 이때부터 애새끼들을 제외한 모든 여성 관객들은 하울이 나올때마다 탄식을 내뱉었다. 내가 처음 이 영화를 보려고 했을때 이미 본 친구에게 '하울의 움직이는 성 어떠냐?' 하고 물었을때 그 친구는 딱 한마디만 했다. '하울이...잘생겨도 너무 잘생겼어' 그녀는 그말 이외에는 더 해 줄 말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의 말은 옳았다. 나 역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보고 나니 다른건 다 필요없고 그저 하울이 겁나게 잘생겼다는 것만 기억이 나니까 말이다. (나란 인간은 반지의 제왕을 보면서도 요정으로 나온 올랜드 블룸만 눈에 들어왔었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주인공 치히로를 도와주었던 마법사 남자아이 (이름 기억안남) 도 꽤나 꽃미남이었는데 하울에서는 그정도 꽃미남이 발에 차이고 길에 널렸다는듯 왕실 마법사 설리먼의 시종으로, 센과 치히로에서의 마법사와 똑같이 생긴 마법사가 여러명 등장한다. 역시 하울이 얼마나 초절정 매력 만빵 꽃미남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센과 치히로에서 그나마 좀 생겼군 싶던 남자가 하울에서는 하인밖에 안되다니...)
영화의 내용은 비교적 단순하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화 치고는 가장 밍숭하다 싶을 만큼 큰 메세지는 없다. 하지만 다른 작품들보다 월등하게 화면이 아름답다. 소피가 하울을 만나서 처음으로 함께 하늘을 나는 장면은 저것이 과연 만화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거기다 건물이며 자연등을 표현하는데 들인 공은 실로 만만치 않다. 디즈니가 요즘 배경을 거의 컴퓨터로 조지고 있는 반면.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만든 애니메이션은 비록 셀 수는 적을지 몰라도 하나 하나 손으로 그린 섬세한 배경에 있어서는 월등하게 앞선다. 어디까지가 애니메이션이며 어디까지가 컴퓨터그래픽인지 그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지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끝까지 수공예를 고집하는 듯 하다. 그리고 그런 그의 고집 덕분에 우리는 굉장히 아름다우면서도 따뜻한 화면을 볼 수 있다.

아. 내용 얘기 한다고 해놓고 또 헛소리를 했다. 내용은. 소피라는 모자를 만드는, 별로 안이쁜 (이쁘지만 영화에서는 안이쁘다고 나온다.) 여자애가 어느날 마녀로 부터 할머니가 되어버리는 마법이 걸린다. 그 마법을 풀기 위해 하울이라는 마법사를 찾아가고 (하울은 다리가 달려서 움직이는 집. 즉 성에 살고있다.) 어찌어찌 해서 마법도 풀고 꽃미남 하울과 사랑도 맺게 된다는 내용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화는 보통 전달하려는 메세지가 확실한 편이고 또 영화를 보고 난 다음에도 그 메세지가 강하게 남는게 특장인데 이번 영화에서는 크게 그런 메세지가 없다. 어쩌면 있었는데 하울이 너무 잘 생겨서 기억이 안나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간에 하울은 진짜 숨막히게 잘 생겼다. 조금 재수가 없는게, 머리카락 색이 바뀌었다고 해서 세상 끝난듯 절망할때는 한대 때려주고 싶지만 (바뀐 머리색도 잘 어울렸다.) 그래도 잘생겼으니 모든게 용서가 된다고나 할까? 이쁜 여자는 무슨짓을 해도 용서가 된다 라는 것은 남자만의 특권은 아닌 모양이다. 여자인 우리들도 잘생긴 남자는 어떤 재수없는 짓꺼리를 해도 다 용서가 되니 말이다.
음...위에 실로 거대한 기무라 타쿠야의 사진을 올리긴 했으나 마지막 보너스로 기무라 타쿠야의 사진을 한장 더 올리겠다.(맘 같아서는 시리즈로다 왕창 올리고 싶다.) 우리 배우 원빈과 상당히 닮기는 했는데 원빈이 좀 귀여운 이미지라면 기무라 타쿠야는 좀 더 남성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나한테 둘 중 고르라고 한다면 어느쪽이건 괜찮으니 남는쪽을 주시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라고 말하겠다. 아... 잘생긴 것들은 뭘 해도 다 좋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