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니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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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초콜릿 코스모스>. 처음으로 읽게 된 온다 리쿠의 책은 강렬하지 않은 살구색이 어쩐지 눈길을 끄는 책이었다. 재능을 지난 두 배우의 이야기는 만화 <유리가면>처럼 연극계에 문외한인 나도 빠져들 수 있게 했다. 처음 그 책을 읽고 작가가 마음에 들어 다른 작품이 뭐가 있나~ 하고 가벼운 마음에 컴퓨터 검색을 했던 기억이 난다. 책을 보느라 켜둔 스탠드 등에 컴퓨터 화면이 하얗게 빛났다. 지금은 살지 않는 그 자취방에선 전기세를 조금이라도 아껴보려고 (그래도 컴퓨터를 하지 않을 생각은 안 했다는 게 나답다) 스탠드 등만 켜두곤 했다. 느리게 돌아가는 컴퓨터 덕에 조각조각 떠오르는 정보들은 솔직히 말해 뜻밖이었다. 아니 연극계에 대해서만 썼을거라고는 생각도 안했지만, 이 온다 리쿠라는 작가는 오히려 어쩐지 으스스한 작품이 유명했다.

 

으스스한 작품이라... 나는 귀신이야기는 커녕 조금만 이상한 배경음악이 흘러도 귀부터 막고보는 진짜배기 겁쟁이지만, <초콜릿 코스모스>가 너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과감히 다른 작품을 읽어보기로 했다. 그게 <밤의 피크닉>. 제목에 밤이 들어가서 아예 작정하고 긴장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긴장한 게 무색한 작품이었다. 작품 자체가 아니라 '으스스'함에 대한 내 기대치가. 하지만 두번째 작품 덕분에 '온다 리쿠'라는 작가라면 믿고 살 수 있겠다-나는 보통 책을 빌려서 보고 맘에 들면 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은 <유지니아>를 골랐다. 온다 리쿠라는 작가 알아? 라고 친구에게 물어봤을 때 그... 유지니안가 뭔가로 유명한 작가? 라고 답변이 돌아와 응, 이라고 말은 했어도 읽어보진 않아 (내용을 물어볼까봐) 내심 긴장했던 작품이다.

 

방학을 맡아 자취방을 정리하고 집에서 생활하니 영 책을 읽는 장소가 불편하다. 원룸이라 어딜가든 동선이 짧은 자취방에서는 오히려 책상앞에 앉는 게 자연스러웠는데 방이 많아지니 어느 방에 가든 각이 맞질 않는 느낌이 난다. 특히 여름이 무르익어 갈수록. 책상 앞에 앉아 있으려니 좀이 쑤시고 가죽 소파에 앉아 있으려니 땀으로 끈적끈적해지기 일쑤다. 덕분에 이 책 한 권을 읽으면서 집안 곳곳을 돌아다녔다.

 

유지니아. 예쁜 단어라고 생각했다. 표지의 여자아이가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아서 신경이 쓰이긴 했어도, 제목 만큼은 예뻤다.

 

그리고 책장을 넘겨 읽기 시작하자, 도대체 이게 뭔가 싶었다. 프롤로그야 그렇다 쳐도. 느닷없이 날씨 타령을 시작하는 '누군가'가 도대체 누군지 감이 오질 않았다. 프롤로그에 나오는 사람일까? 그 누군가는 차분하고 여유로운 태도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지만 도무지 감이 오질 않아서 답답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리고 불행히도, 이 책은 그런 책이었다. 인터뷰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다 한 챕터마다 화자도 달라서 갈피를 잡기가 힘들다. 조금 상황을 파악했다 싶으면 또 새로운 누군가가 나와서 이 사람은 누군가-하고 인상을 찌푸리며 내가 기억하고 있는 인물에 대입해야 했다.

 

하지만 다 읽고나니 오히려 그 구성력에 감탄했다. 유지니아는 옛날에 있었던 어떤 사건에 아직까지 얽혀있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그 많은 세월이 흘러서도 어떤 특정 과거를 잊지 못 하는 경우가 있다. 아주 기쁜 일이 있었거나 감동을 받았거나 슬펐거나, 무서웠거나. 그 강렬한 감정이 기억에 들러붙어 세월과 함께 엉켜가는, 어떤 의미로는 순수하게 '진실'을 조명하는 책이었다.

 

각자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들은 그 사건에 대해 속시원히 알지 못한 채 곳곳에 흩어진 단서를 하나씩 주워모아 저마다의 '사건 개요'를 완성해 나간다. 그게 진실인지 아닌지는 모르는 채로. 마지막까지 저마다의 시선에 갖힌 채로 책을 읽어내려가게 되는 것이다.

 

책을 읽는 나는 '독자'이고 책 속의 인터뷰어였다. 그 모든 사람들이 고고하고 꽃처럼 아름답다고 회상했던 히사코 아가씨가 마지막 인터뷰에서 드러났을 때 나는 정말 절절하게 인터뷰어에게 동감했다. 씁쓸한 실망. 모두의 과거 속에서 히사코는 작은 여신이었고 작은 악마였는데 이런게 진실이라니, 하고.

 

동생과 종종 어렸을 적 이야기를 꺼낼 때가 있다. 나는 의외로 과거일에 한해서는 기억력이 좋은 편이라 동생보다는 더 많은 걸 기억하고 있지만 동생은 자기가 기억하고 있는 게 맞다고 우기며 막판에는 골을 내버리곤 한다. 한 살차이밖에 나지 않으니 동생이 너무 어렸던 것도 아닌데, 우리들의 추억 이야기는 종내 싸움으로 번져 엄마의 호통소리에 끝이 난다. 그럴 때면 정말, 인간의 기억력이란 형편없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잊어버리기 일쑤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편리하게도 잘 기억나지 않거나 묘하게 일그러져 있다.

 

그런 '각자의 관점/기억'을 철저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각자 다른 성격의 캐릭터를 세심하게 살려냈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온다 리쿠에게 감탄했다. 읽는 내내 화자가 누구인지 골머리를 싸매야 했지만, 그와는 별도로 정말 편안하게 인터뷰를 하는 듯이 이것저것 주변 이야기를 늘어놓는 사람들이 너무나 사실적이라 -영 글을 쓰려고 하면 '세심함'이 사라지는 난- 놀랐다.

 

덧붙여 그 날 저녁 자려고 누우니 어둠 속 천장에 두둥실 표지 속의 소녀가 나를 바라보고 있는 느낌에 오싹했다. 책 속의 은근한 분위기, 숨겨진 악의에 오스스 소름이 돋아 이 무더운 여름밤, 이불을 꼭꼭 여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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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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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간만에 정말 몰입해서 본 영화였습니다! 전 벌써 DVD 구매하고 싶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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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위한 스테이크
에프라임 키숀 지음, 프리드리히 콜사트 그림, 최경은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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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로써 내 취향이 의심할 나위없이 코믹계열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오늘의 책은 저번의 <세상은 늘 금요일은 아니지>의 분위기가 나는 <개를 위한 스테이크>다. 실은 읽은 순서로 치면 이 책을 훨-씬 오래 전에 읽었던 기억이 나지만... 그 때는 책을 읽고 기록해 둔다는 생각은 순조롭고 (빠른) 독서 생활의 방해라고 여겼기 때문에 그냥 으하하- 웃겼지, 정도의 기억밖에 나질 않는다. 그래서 그런가 다시 읽는게 분명한데도 뒤로 갈 수록 처음 읽는 듯한 느낌이 났다. 이게 독서기록장을 써야 하는 이유로구나..!

 

<세상은 늘~>처럼 작가의 실제 생활을 들여다 보는 듯한 느낌이 물씬 나는 책이지만, 설마 그게 진짜 일상이려고... 하며 넘어갔다. 이게 일상이라고 한다면 어쩐지 오싹하다. 특히 개미떼에 관한 이야기가.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는 과장됐겠지, 하면서도 굉장히 그럴듯하다. 나와 내 동생은 좀 얌전한 편이었다고 하지만 옆동네 이종사촌 동생들을 보면 그러고도 남는다. 남자애들이라 그런지 매사에 힘이 넘쳐서 같이 있다보면 에너지를 빨리는 느낌이 든다.

 

에프라임은 자기 주장이 무척 강하고 제시간에 들어가 자라는 말은 전혀 듣지도 않는 첫째 아들과, 역시 자기 주장이 강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데 전혀 주저함이 없는 둘째 딸, 아직 어린데도 불구하고 부모가 곤란해 하는 모습을 보며 인생을 즐길 줄 아는 막내-세남매의 아버지다. 그는 아내를 항상 '잘나신 아내'라고 부르며 아내의 말에는 (되도록이면) 고분고분한 편인 이상적인 가장이다.

 

이렇게 보면야 특별할 거 없는 일상일 것 같지만... 이 사람, 가족이 있는만큼 <세상은 늘~>의 호어스트보다 몇 배는 더 큰 사고를 친다. 대부분 그의 잘나신 아내와 그가 함께 일으키거나 그의 아이들 중 하나가 계기를 마련하는 그 사건들은 어떻게 일상에 꾸겨넣어보면 일어날 법도 하다.... 어쩌다 한 번씩은. 그런 일들이 연달아 일어나는 걸 보면 역시 세상에 운이란 게 있는 모양이다. (대부분 잘못된 판단이 불러오지만)

 

내가 특히 공감하고 데굴데굴 굴렀던 부분은 개를 훈련시키는 부분이었다. 우리 집에도 개가 한 마리 있다. 녀석은 시츄인데 현재는 나의 엄격한 다이어트 식단에 따라 밥을 먹고 있지만 한 때 (손이 큰) 우리 엄마가 개껌이나 치즈를 많이 주는 바람에 무게가 엄청나다. 우리 집에 온지 한 1년이 됐는데도... 아직도 화장실을 못 가리는- 그래서 엄마에게 혼나는- 귀엽지만 문제가 있는 녀석이라 에프라임이 개를 길들이기 위해 애를 썼다는 게 남의 일 같지 않았다. 결론은 딱히 마음에 들지 않지만-에프라임의 긍정적인 마음가짐 하나 만큼은 본받을 만 하다!

 

드라마나 영화, 책 등을 보고 있으면 주인공이 너무 답답해서 '이 바보! 거기서는 솔직하게 털어놔야지!' 하고 나도 모르게 소리치게 되는 부분이 있다. 나는 주로 애정문제 대해서 그런 답답함을 견디지 못하는 편인데, 과연 경험이 있고 없고는 꽤 큰 차이가 나는 모양이다. 연애 문제에 대해서는 무지하다고 볼 수 있는 내가 저런 바보들...하고 혀를 차면 동생은 달관한 표정으로 난 이해가 가~ 라고 옹호한다. 막상 저 상황이 되면 입이 안 떨어져.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해준 동생 덕에 다시 생각해 보니 애정 문제는 아니지만 나도 그런 상황이 있긴 있다. 일이 좀 꼬였는데 사실대로 다 털어놓기엔 어쩐지 자존심 상해서 결국 안 좋게 끝나는 그런 일이.

 

에프라임에게는 그런 일들이 잔뜩이다. 가장인 만큼 가족들의 실수도 에프라임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다. 그는 그런 상황을 훌륭한 작가의 입장에서, 멋진 아빠의 입장에서, 충직한 남편의 입장에서 처리하려고 애를 쓴다. 그리고... 그런 그의 모습은 좀 (미안하게도)웃기다.

 

이 책에 나오는 '웃기는' 이야기들은 실제 내가 겪는다면 충분히 짜증날 법한 상황이다. 집안에 들어오는 개미떼라든지 끝이 없는 듯한 아이들 학예회(이건 내가 당사자였을 때도 지겨웠다)라든지. 하지만 에프라임은 그 모든 일에서 희망을 본다. 비록 그 희망이 세상 사람들의 눈에는 '포기'로 비칠 지언정 에프라임 가족은 그 희망에서 안정을 찾는다.

 

책을 읽을 때는 아무 생각없이 웃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이 사람 마음이 바다같이 넓은 사람이야...! 바다는 커녕 수영장 크기만도 못한 마음을 가진 나는, 그냥 다시 한 번 책을 읽는 걸로 인생에 희망을 갖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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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 - Transformers: Revenge of the Fall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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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은 호쾌했지만 누가 같은 편인지 전혀 알아볼 수 없어서 좀 슬픈, 그런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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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더와 미니모이 : 제1탄 비밀 원정대의 출정 - Arthur and the Invisib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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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한 것 치고는 스토리가 평범하긴 하지만 귀엽긴 확실히 귀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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